원래 아이돌이란 음악을 들려주는 존재가 아니다. 음악을 들려주는 건 뮤지션이다. 작곡가든 연주가든 가수든 자기 이름을 걸고 자기 음악을 하는 전문 음악인들. 아이돌은? 그 틈바구니에서 단순히 음악만으로는 부족한 꿈을 주는 존재이다. 귀엽고 아름답고 발랄하고 청순하고 섹시하고 도발적이고... 꿈.
즉 아이돌에게 필요한 것은 대중에게 어떠한 꿈을 꾸게 하느냐 하는 것이다. 아름답고 멋진 외모와 그에 걸맞는 의상과 퍼포먼스, 그에 곁들인 음악 - 한 마디로 아이돌에게 있어 음악이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다. 춤을 추기 위해 음악이 있는 것처럼 아이돌이라는 상품을 포장하기 위해 음악이 존재한달까? 뮤지션에게 음악이 그를 나타내는 전부라면 아이돌에게는 음악이란 단지 그 수다에 불과한 것이다. 굳이 잘 할 필요 없는 그런. 그리고 말했듯 음악을 들으려 한다면 아이돌이 아닌 뮤지션의 음악을 듣는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한국에서 이른바 뮤지션이라 할만한 개인이나 팀의 음반은 거의 팔리지 않는다. 음반은 물론 음원도 거의 팔리지 않고, 뮤지션에 대한 인지도도 무척 낮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말한다. 아이돌더러 음악성을 갖추라고. 이 무슨 조화일까?
이게 뭐와 같느냐면 바로 옆에 중국집이 있는데 자장면을 먹고 싶다면서 인스턴트 자장면을 사서는 중국집에서 파는 것과 맛이 다르다고 투덜대는 것과 같다. 냉면집이 버젓이 있는데 굳이 마트에서 즉석냉면을 사서 해먹으면서 그 맛이 냉면집의 그것에 못 미친다고 불평불만인 것과 같다.
생각해 보라. 중국요리집에서 만드는 자장면과 인스턴트 자장면은 그 재료부터가 다르다. 조리법도 다르고, 또한 만들어서 바로 먹는 것에 비해 오랜동안 유통시켜야 하는 인스턴트의 경우 맛보다는 보관에 보다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 수십년 냉면만 만들며 섬세한 감각으로 맛을 유지시켜 온 전문냉면집에 비해서야 누가 만들어도 최소한의 맛은 보장되어야 하는 즉석냉면의 경우도 그런 점에서 맛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고.
일단 외모가 받쳐주어야 한다. 그냥 잘생기고 예쁜 정도가 아니라 얼굴이나 몸이나 한 눈에 눈길을 끌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 여기에 춤도 최소한은 출 수 있어야 하고, 음악만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각종 쇼프로에서 보여줄 것이 있어야 한다. 연기도 할 수 있으면 좋고, 웃기기도 할 수 있으면 좋고, 그런데 여기에 음악까지? 음악만 전문으로 평생을 걸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저것 다 하며 보여주는 것에도 더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아이돌에게?
웃기는 것이다. 정히 그렇게 음악적으로 완성도를 즐기고 싶으면 다른 뮤지션을 찾던가. 가창력 되고, 곡도 잘 쓰고, 연주도 잘 하는, 그야말로 음악 한 가지로만 집중하는 제대로 된 뮤지션에게서 음악을 찾아 든던가. 도대체 그런 뮤지션들은 죄다 내팽개치고서는 아이돌 붙잡고서 음악성을 요구하는 것은 무언가?
아이돌은 그냥 예쁘면 된다. 귀여우면 된다. 나와서 보여주는 것이 예쁘고 귀엽고 멋지고 섹시하고 도발적이고 그래서 보기 좋고 재미있으면 된다. 음악 역시 음악이라기보다는 아이돌이라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한 배경이라고 보면 된다. 노래야 못해도, 음악이야 뭣같아도, 그래서 보기 좋으면 그걸로 좋은 것이 아이돌인 것이다. 겸사겸사 음악도 좋으면 좋은 것이고.
하여튼 음악성 있다고 음반이나 잘 팔리면 말도 안해. 음악 잘 만들고 잘 연주하고 잘 불러서 음반 제대로 만들어 내놓는다고 그게 잘 팔리거나 하면서 그러면 누가 뭐라는가? 제대로 만든 음악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오로지 아이돌, 아이돌, 그러면서 또 음악성... 허구헌날 짜파게티만 먹으면서 재료의 신선도나 건강에 좋고 어쩌고를 따지는 것과 무에 다를까?
도대체 음악이 좋아서 음악성을 따지는 건지, 아니면 그냥 아이돌 건드려 보고 싶으니 음악성 이야기하는 것인지, 그래봐야 고만고만한 수준에 무슨 음악성은 음악성? 기왕 아이돌 찾는 거 그냥 아이돌로써만 즐기던가. 참 이해가 안 가는 이중성이다. 뭘 어쩌자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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