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김태원의 곡쓰기는 보컬을 따라간다. 자기복제네 뭐네 하지만 역대 보면 보컬에 따라 곡 분위기가 바뀌어왔다. 3집의 사랑할수록과 4집의 기억이 부르는 날에가 그래서 하나로 묶이고, 이후 각 앨범마다 보컬이 바뀌면서 계속 색깔을 달리해 왔는데, 정동하를 영입한 10집 이후로도 정동하의 성장에 맞춰 색깔을 달리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12집의 신곡 "생각이나"도 그런데,
솔직히 들으면서 박완규가 불렀던 "사랑해서 사랑해서"를 떠올렸다. 물론 김태원 작곡에 부활이 세션으로 참여한 노래다. 후렴구에서 고음으로 올라가는 부분이 비슷한데, 아무래도 짦은 멜로디라인을 변주하듯 반복하면서 흘러가는 노래라 어쩔 수 없이 닮을 수밖에 없는 듯. 쓸데없이 복잡하던 이제까지의 부활의 멜로디에 비해 확실히 간략해지고 짧아졌다. 덕분에 중독성도 느껴지고.
참 간만에 들어보는 전통적인 방식의 노래였다. 시작과 브릿지와 후크가 있고, 가사와 멜로디에 기승전결이 있는... 확실히 락이라기엔 반주가 너무 심심하기는 하지만 어차피 요즘 브릿락 같은 경우도 대개 그런 경우가 많으니까. 발라드로서도 매우 정통적인 작법을 충실히 따른 그런 노래였다. 부활스러운 서정미도 있고, 요즘의 트랜드에 맞춘 듯한 부분들도 느껴지고...
그러고 보면 부활의 음악은 가사가 정말 죽여줬다. 그리움이라는 한 마디를 그렇게 잘 엮어낼 수 있다니... 얼마나 애절하게 한 사람을 그리워할 수 있는가를 부활은 들려준다. 생각이나도 마찬가지. 누군가는 사랑타령이네 뭐네 하지만 이 정도 경지에 이르면 평범한 사랑타령은 넘어선 거다. 인간의 가장 본연의 진실한 감정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으니.
다만 이 노래가 뜰 수 있을까의 여부는 모르겠다. 요즘 대중음악 트랜드가 그래서. 요즘에 이런 정석적인 방식의 발라드는 거의 통하지 않는 터라. 그나마 올 초 원준희가 "사랑해도 되니"로 조금 반응을 얻기는 했지만 그래도 과연 요즘의 트랜드가 이런 노래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무튼 결론은 처음 도입부에 말한 대로 딱 정동하스런 노래였다. 이승철이 불렀어도, 박완규가 불렀어도 이런 맛은 결코 나지 않았을 듯. 허스키한 듯 하면서도 맑고 두껍게 치솟는 정동하의 보이스가 노래에 깔린 짙은 그리움을 잘 표현해주고 있었다. 어찌 보면 저음에서 김재기를 떠올리게도 하는데, 김재기의 사랑할수록이 명곡으로 꼽히는 것도 바로 그 아련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과연... 내가 듣기로는 훌륭한데.
개인적으로 김태원을 예능에서 보기를 바라지 않는 터라, 이거 대박쳐서 한 300만 장 팔고, 한 해 공연만 200차례 이상 뛰느라 아예 예능을 뛸 수 없도록. 뮤지션은 음악을 해야지. 물론 그러면서 "남자의 자격" 하나 쯤은 남겨두었으면 좋겠다. 대박나라. 왕창.
아, 참고로 이 노래가 작년 명랑히어로에서 김태원이 김구라를 위해 노래를 만들어준다며 들려준 바로 그 음악이었다. 얼마전 Mtv에 나와서 명랑히어로를 통해 홍보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과거 보도를 보면 원래는 작년 가을쯤에 싱글로 낼 예정이었던 것 같다. 다만 당시까지도 소속사를 찾지 못해서...
지금도 소속사 없이 부활 자체적으로 부활엔터테인먼트라는 이름으로 앨범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데, 처음으로 앨범을 자체제작하는 것이라 비용이나 노력, 시간이 너무 들어 12집을 한 장짜리 앨범이 아닌 미니앨범 두 개로 나누어 낸다고. 파트1, 파트2 하는 식으로. 올 하반기에 파트2가 나올 거라는데... 이번 앨범 대박나서 파트2도 대박으로 나와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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