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신의 선물 -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 빠져들다

까칠부 2014. 3. 19. 07:12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에 갇힌 느낌이다. 길인 줄 알았더니 함정이 숨어 있다. 출구라 여겼는데 막다른 길이었다. 두 개의 길이 보인다. 아니 숨겨진 길까지 더해 세 개다. 그 뒤에 다시 하나의 길이 더 숨겨져 있다. 과연 범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연쇄살인범 차봉섭(강성진 분)에게 딸 샛별(김유빈 분)마저 살해당한 것이라 여겨왔었다. 그래서 연쇄살인범 차봉섭을 찾기 위해 미친 사람마냥 헤집고 다녔었다. 그리고 마침내 세번째 희생자의 집에서 범행흔적을 지우던 차봉섭을 기동찬(조승우 분)의 도움으로 잡을 수 있었다. 우연까지 더해지며 범인임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까지 찾아냈다. 이제 차봉섭은 꼼짝없이 피의자로써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재판까지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차봉섭이 풀려나 샛별을 죽일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차봉섭이 죽었다.


과거로 돌아오기 전의 과거에도 차봉섭은 마지막 세번째 희생자의 시신이 발견된 다음날 해외로 도피하기 위해 공항으로 달려가던 도중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한 뒤였었다. 아직 살아있던 샛별과 함께 김수현은 그 광경을 목격하고 있었다. 과거의 미래에도 샛별을 죽인 것은 차봉섭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차봉섭이 저지른 연쇄살인에 대해 범인이 아니라면 결코 알 수 없는 사실들을 당시 납치범은 알고 있었다. 설마 공범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아니나 다를까 차봉섭의 죽음은 누구가에 의해 의도된 것이었다.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진범이 살아있을지 모른다. 차봉섭이 사망할 당시 주위의 CCTV는 모두 고장나 있었다. 사고가 났는데도 경찰에 신고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현장에는 사고를 낸 트럭운전자가 끝까지 함께하고 있었다. 119에 신고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경찰의 신고를 현장에 출동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차봉섭을 치고 달아나던 오토바이의 타이밍체인은 누군가에 의해 낡은 것으로 교체되어 있었다. 그 타이머체인이 끊어지며 오토바이는 뒤집혔고 차봉섭을 친 한기태는 오토바이와 함께 구르다 달려오는 차에 치여 죽고 말았다. 사고현장에 있던 번호판을 가린 트럭까지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러면 그가 범인인가?


한기태와 차봉섭은 같은 고아원 출신이었다. 한기태는 차봉섭을 친형처럼 따랐다. 도박에 빠져 자신을 버린 어머니에 대한 원망에 차봉섭은 한기태에게 죽여줄까 물었었다. 차봉섭이 첫번째 희생자를 살해한 이유였다. 여자친구는 한기태가 죽기 전날 엄마의 복수도 하고 돈도 벌 수 있을 것이라며 좋아했더라 증언하고 있었다. 한기태의 오토바이에서 타이밍체인을 교체하려면 소수의 사람들만이 가지고 있는 전문적인 기술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한기태와 차봉섭의 관계를 알고, 희귀한 수입오토바이에 대해서도 정통한 누군가가 있다. CCTV에서 찾은 손목의 문신과 한기태 여자친구가 가지고 있던 DVD에서 어쩌면 범인이 복수의 의도를 가지고 치밀하게 계획해 온 것이 아닌가 의심을 가지게 된다. 누구일까?


남편 한지훈(김태우 분)의 과거에 대해서도 조금씩 밝혀지려 한다. 기동찬의 형 기동호(정은표 분)의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가 바로 한지훈이었다. 사형제에 반대하는 인권변호사 한지훈과는 달리 과거의 검사 한지훈은 기동호에게 사형을 구형하고 있었다. 또다른 살인사건도 있었다. 자식은 무죄를 주장했지만 한지훈은 사형을 구형했고 재판부 역시 사형을 선고했었다.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재판정에서 당당히 사형을 구형하던 검사와 사형제에 반대하는 인권변호사의 깊은 간극에는 어떤 사연이 자리하고 있는 것인가. 10년이 지나 한지훈에게 협박메일까지 보낸 그 억울함이 어떤 단서가 되어 줄 수 있다. 그 당사자를 찾는다.


많은 단서들이 과거 한지훈이 검사시절 한지훈이 담당했던 살인사건 피의자의 아들인 장문수(오태경 분)가 범인이라 노골적으로 가리키고 있다. 한지훈에게 협박메일을 보냈던 10년전 사건의 당사자였다. 차봉섭을 죽인 한기태의 오토바이에서 타이밍체인을 임의로 교체할 수 있는 극소수의 마니아 가운데 하나로 사진에 찍히고 있기도 했다. 오토바이 전문점의 벽에 걸려 있던 사진에 나온 그 헬멧과 똑같은 것이 오태경의 집에서 나오고 있기도 했었다. 


무엇보다 김수현이 장문수의 집을 뒤지는데 샛별의 사진이 섬뜩할 정도로 벽에 가득했다. 그동안 꾸준히 샛별의 주위를 맴돌며 사진을 찍어 온 것이었다. 차봉섭이 죽은 현장 근처의 톨게이트에서 범인의 것으로 여겨지는 손목문신을 찾아냈는데 그것 또한 도무지 확인할 도리가 없다. 필사적으로 가리고 있다. 손목이 드러나려 하면 어떻게든 그것을 감추려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신체의 일부를 보여주기 싫어하는 이유란 너무 다양하다. 보이고 싶지 않은 아픈 상처가 그곳에 있을지 모른다. 이제 겨우 6회, 드라마는 결코 친절하지 않다.


딸의 복수를 위해 살인자의 아들을 인질로 잡는다. 살인자를 가족으로 두었기에 마치 복수하듯 살인자들을 쫓으려 한다. 버려진 아이를 위해 아이를 버린 엄마를 죽인다. 자신을 버린 엄마라도 핑계김에 돈도 벌 겸 복수하려 형으로 여기던 차봉섭을 뒤에서 공격한다. 딸을 살리기 위해 김수현은 범인이라 여겼던 차봉섭을 죽이려 했었다.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굴레와 살인자를 용서해서는 안된다는 강박이 끝내 기동찬으로 하여금 조카에게 장애를 안기고 자신은 경찰에서 면직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차라리 원칙에 충실했던 현우진(정겨운 분)을 원망한다. 증오하고 복수하려 한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신이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


실제 범죄피해자의 가족들이 겪는 고통 가운데 가장 큰 것이 바로 죄책감이라고 한다. 김수현이 딸 샛별에게 강박에 가까운 집착을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딸이 납치되었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떨며 누군가 구해주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빌었을 텐데 그때 정작 엄마인 자신은 딸의 곁을 지켜주지 못했다. 마지막 숨이 끊어지는 동안에도 딸은 엄마를 그토록 애타게 외쳐부르고 있었을 것이다. 차라리 엄마인 자신이 딸을 대신해 죽었어야 했다. 내 탓이다. 내 잘못이다. 보상심리다. 지금이라도 딸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가족이 살인자다. 가족을 살인자로 만든 당사자가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이다. 가족이 죽을 뻔했다. 가족을 살리려 했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오히려 상처만 입히고 말았다. 용서하지 못한다. 살인자인 형도, 형을 살인자로 만든 자신도, 살인자의 동생인 자신 역시, 자신의 손에 조카인 기영규(바로 분)가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남들보다 지능이 떨어지는 조카의 모습에 욱신거리며 화가 난다. 그렇다고 자신을 탓하기에는 감당하기가 버겁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린다. 증오는 의무다. 원망은 권리다. 살아야 한다. 비겁하지만 그렇게라도 살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은 틀리지 않았음을 울먹이며 주장하고 있었다. 어쩌면 현우진 역시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기동찬이 때리는대로 순순히 맞아준다. 상처입은 짐승일수록 더 사나워진다.


사형제에 대한 한지훈의 입장변화 만큼이나 차봉섭을 죽인 한기태에 대해 은폐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궁금해진다. 사실상 김수현이 겪고 있는 사건들과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와는 그다지 크게 관계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굳이 대통령이 등장하고 장관을 비롯 측근들이 등장한다.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 사람의 목숨이 그렇게 우습다. 드라마 초반 대통령과 그의 비서관은 여론을 의식 사형을 집행하고 있었다. 아직 알지 못하는 다른 내막이 숨어있는 듯 보인다. 그것은 미로에 감춰진 또다른 길일까? 아니면 함정일까?


아직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 장문수가 범인이라는 증거 또한 없다. 정황이 그렇게 가리킨다. 그러나 정황은 정황일 뿐이다. 스릴러란 성격나쁜 작가의 못된 장난일 것이다. 마음껏 관객을 농락하고 비웃는다. 함정에 빠뜨리고 막다른 골목으로 내밀고 그리고 길을 잃고 주저앉은 독자를 보며 웃는다.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작가가, 제작진이 준비하고 있는 다른 패는 무엇인가. 하나하나 그 정체가 드러날 때마다 시청자는 놀라고 당황하고 설득당한다. 감탄하고 만다.


오히려 진행될수록 더욱 탄력을 받는 것 같다. 초반은 오히려 그다지 기대가 없었다. 흔한 장르적 관습을 답습하는 작품이겠거니. 그러나 매번 기대를 배반하는 반전을 더하며 점입가경 그저 지켜보며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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