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신의 선물 - 불완전한 전지,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

까칠부 2014. 3. 25. 07:15

네가 보는 모든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니다.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사실일지라도 그것이 곧 진실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인간에게 전지가 허락되더라도 그것은 인간이 가지는 근본적인 인지와 인식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불완전한 전지는 차라리 저주다.


누군가 예지를 통해 자신이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누가 어떤 방법으로 자신을 죽였는지까지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다. 그러면 장차 자신을 죽이게 될 그 사람과 자신을 죽인 그 방법만 피한다면 더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그래서 많은 권력자들이 예지에 의해 학살을 저질렀다. 다른 사람의 감춰진 이면과 세상의 진실을 꿰뚫을 수 있었던 현명하고 지혜로운 권력자들에 의해 예방차원에서 끔찍한 살육과 파괴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마지막 멕베스를 폭주하게 한 것도 자신이 죽임을 당하게 되리라는 예지 때문이었다.


선지자의 역설이기도 할 것이다. 누구보다 먼 미래를 본다.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이 세계의 비밀스런 진실들을 알고 있다. 그것을 어떻게 전할 것인가. 그것은 사람들의 인지와 인식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많은 선지자들이 그래서 순교자를 겸하고 있었다. 미치광이가 되거나 세상의 질서로부터 벗어나야 했었다. 떠밀려났다. 과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로 불길한 말들을 늘어놓으며 사람들을 협박하고 온통 시끄럽게 만드는 존재를 세상은 용납할 것인가. 아직 자신들의 딸 샛별(김유빈 분)은 멀쩡하기만 한데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소리에 공연히 두려움과 불안만 커진다. 자신들의 딸 샛별이 불안에 떨고 있다.


하기는 사실 샛별의 엄마 김수현(이보영 분)도 당시 샛별이 납치당하고 살해당하는 과정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 김수현이 아는 것은 샛별이 누군가에게 납치되어 살해당하게 된다는 사실 뿐이다. 누가 그랬는지, 무슨 이유로 그런 끔찍한 일들을 저지른 것인지, 어떤 방법과 과정을 통해 그런 일들은 일어난 것인지, 오로지 그녀가 보았던 한 가지는 샛별이 납치되어 살해당하고 없는 끔찍한 미래의 모습이었다. 딸을 살려야 한다. 그같은 김수현의 절박한 사정에 비해 시청자 자신마저 아직은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김수현이 실수하고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갈 때마다 시청자 역시 그에 휘둘리고 만다.


솔직히 답답하다. 화도 나고 짜증도 난다. 어떻게 하라는 것일까. 예지할 당시는 미래일지라도 이미 지나고 나면 과거다. 미래에 일어날 일들로 증거로 삼으려면 그것은 이미 지난일들이 되어 버린다. 미래마저 바뀐다. 무엇으로 증명할까? 증명할 수 없는데 증명해야만 하는 당위가 앞서니 자칫 억지로도 비쳐진다. 자신은 모든 것을 안다.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 세계가 멸망할 것을 알고 그것을 미연에 막기 위해 사람들에게 자신의 뜻을 따르도록 강제하고 강요한다. 딸 샛별의 입장도 남편 한기훈(김태우 분)의 처지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헛다리만 자꾸 짚는다. 드라마의 또다른 흥미로운 부분일 것이다. 지난주 이후 매회 하나씩의 새로운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끼워넣는다. 아이를 버린 어머니에 대한 버려진 아이의 응징이 있었다. 어머니에게 가해진 응징에 대한 또다른 아이의 복수가 있었다. 배후에 또다른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다. 아들을 대신해 기꺼이 사형수가 되고자 했던 안타까운 부정과 상상하기도 끔찍한 어린이에 대한 추악한 범죄가 실체를 드러낸다. 한 번의 헛다리마다 하나씩 새로운 사건들이 해결된다. 어머니의 절박한 모성에서 비롯된 김수현의 과격함은 기동찬(조승우 분)의 능글맞은 날카로움과 썩 괜찮은 콤비를 이룬다.


차봉섭이 범인이었을까? 차봉섭을 살해한 한기태의 배후에 누군가 있었다. 그 누군가가 혹시 수상하기 이를 데 없는 문방구 주인 장문석(오태경 분)은 아니었을까? 오히려 그같은 김수현의 의심을 장문석은 이용한다. 원래 없었던 문신까지 그려넣으며 철저히 김수현이 써놓은 시나리오에 편승하려 한다. 개인의 욕망을 위한 범죄가 아닌 단지 억울하게 사형수가 되었던 아버지를 향한 간절한 복수극이었다. 10년전 사건의 진실은 물론 장문석이 본색을 드러내는 장면은 이번회 최고의 반전이라 할 수 있었다. 자칫 동정할 뻔 했던 범인의 실체를 알게 된다. 김수현의 입장이 되어 혹시나 한기훈의 진실을 바라기도 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남편 한기훈과의 불륜이 드러난 방송작가 후배 주민아(김진희 분)가 용의선상에 오르고 있었을 것이다. 한기훈과 불륜관계에 있으며 최근 임신까지 하고 있었다. 자신은 아이를 낳고 싶어하지만 정작 한기훈은 그에 반대하여 폭력까지 휘두른 정황까지 있었다. 한기훈이나 한기훈의 아내인 김수현에 대해 원망을 가질 만하다. 낙태를 강요당하는 입장에서 자신의 아이와는 달리 부모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으며 자라고 있는 샛별에 대한 질투와 분노가 그녀로 하여금 자신을 놓아버리도록 만들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주민아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손목에 문신이 있는 남자와도 접촉하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 있다. 드라마가 시작되고 이제 겨우 7회를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벌써부터 범인이 밝혀지고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기에는 너무 빠르고 이르다. 그동안의 경험도 있다. 자꾸 늑대라고 소리치면 늑대가 아닌 것을 훈련을 통해 깨닫게 된다. 차봉섭도, 장문석도, 그토록 유력해 보이던 그들이 사실은 범인이 아니었다. 다른 사건의 범인이었지만 샛별의 죽음과는 무관했다. 다만 한 꺼풀 진실에 다가서는 계기는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차봉섭을 통해, 한기훈과 장문석을 통해, 김수현과 기동찬은 한 걸음 더 진실에 다가갈 수 있었다. 


과연 어째서 사형은 금지되어야 하는가. 그나마 지병인 폐암이 악화되어 사망했다. 장만복이 폐암이 아닌 사형대에서 사형수로써 사형을 당해 목숨을 잃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무리 장만복 자신의 의지였다고 해도 실제 살인범이 따로 있는데도 엉뚱한 사람을 사형대에 세운 것이다. 한기훈이 인권변호사가 되어 사형제에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에 선 이유일 것이다. 자신의 수사에는 어떤 문제도 없었다. 옳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인간이기에 모든 진실을 밝힐 수는 없었다. 어쩌면 스스로도 의심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수사에도 치명적인 오류와 실수들이 있었다. 인간은 결코 신이 아니다.


미래에서 시간을 거슬러 오며 전지의 능력을 얻었다. 미래를 안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결국 김수현 자신이 보고 듣고 겪은 이상은 아니다. 그 이상은 그녀 역시 미지인 채다. 불완전한 예지와 절박한 모성에서 비롯된 섣부른 판단이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인간은 얼마나 미욱하며 미숙한 존재인가. 모성은 위대하지만 모성을 쫓는 인간은 어리석다. 장문석을 잡았지만 장문석은 그녀가 바라는 범인이 아니었다. 그것이 밝혀질 때까지 김수현은 확신을 놓지 않는다. 가장 믿지 못할 것이 인간의 정의감이다.


샛별이 위험에 빠진다. 한기훈의 불륜을 알게 된 순간이다. 주민아에게 의심을 돌리게 된 순간이다. 샛별이 달려가고, 주민아가 그 뒤를 쫓고, 자동차가 샛별을 향해 달려간다. 역시 스릴러란 관객을 낚는 맛이다. 속이고 기만하고 농락한다. 내일은 어떤 모습으로 필자로 하여금 허탈한 웃음을 짓게 만들지. 그리고 치떨리는 긴장으로 몰아넣는다.


필자가 기대하는 범인은 따로 있다. 가장 범인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사람이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충분한 동기도 가지고 있다. 차봉섭이 여자들을 살해하고, 김수현이 목숨걸고 범인을 쫓는 이유들이 그것을 뒷받침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어떨까. 흥미를 더한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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