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어떤 이슈에 대해 당연하게 따라붙는 한 마디가 있었다.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그래서 이제는 아예 처음부터 그렇게 차단부터 하려고 한다.
"정치적인 의도가 없는 순수한 행사다."
정치적인 것은 불순한 것이다. 정치적인 의도란 불온한 의도를 뜻한다. 정치가 완전히 배제된 순수한 것만을 찾는다. 그것만이 진정으로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정치적이라는 것은 과연 무슨 뜻일까? 이를테면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정부와 여당에서는 선박의 안전에 대한 규제를 대거 완화하려 추진하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는 단지 선장과 선원 등 몇몇의 일탈에 의한 것이며 규제와는 전혀 아무런 상관도 없다. 실제 여당 출신의 서울시장 후보도 그와 같은 의도로 발언한 바가 있었다. 그렇다면 그런 주장들은 과연 옳은 것인가? 그런 주장들에 대해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인가?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그 대안에 대해 고민해 보려 할 때 어떤 것들은 정부와 여당의 입장과 충돌하기도 한다. 아니 정부와 여당 역시 국민 일부의 의견과 충돌하고 있기도 하다. 바로 그것이 정치다. 서로 다른 주장, 다른 의견, 다른 입장, 그 안에서 서로 조율해가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과연 천재인가, 인재인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몇몇 개인의 일탈적 행동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구조적인 원인인가. 정부의 책임범위에 대한 이해도 다를 것이다. 정부는 이와 같은 사고에 있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단지 의견을 가지고만 있어서는 곤란하다. 그것을 현실에서 실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대안이 될 수 있다. 당장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앞으로 이와 같은 비극이 다시 없도록 하기 위해서. 그래서 더욱 서로 다른 입장들이 충돌하는 것이다. 원인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보다 나은 대안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그것을 실제 현실에서 적용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것들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수단을 가져야 한다. 그것을 거부하거나 부정하려는 다른 의도들을 설득하거나 혹은 강제할 수 있는 수단들이다. 아마 바로 이런 부분들을 가리켜 정치적이라 비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개인, 혹은 일부의 주장만으로 압력을 행사하려 한다.
물론 맞다. 정치적이다. 지극히 정치적인 행위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곧 정치의 단위다. 모든 개인과 단체가 정치의 주체가 된다. 모든 개인은 정치적인 발언을 할 권리를 가진다. 모든 개인에게는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행동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과연 그러한 주장들이 옳은가. 아예 일고할 가치도 없는가. 그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주장을 지지하고 나설 것이다. 그러한 개인들이 모여서 집단을 만들고 세력을 이룬다. 그런 가운데 더 많은 동의를 얻어낸 주장이 더 많은 지지자를 모아 주도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게 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선거 아니던가. 서로가 다른 현실인식과 대안을 가지고 유권자를 설득하여 더 많은 표를 확보하려 한다. 더 많은 표를 가져간 쪽이 권력을 가지고 이후의 국정을 주도하게 된다. 그래서 과연 그러한 주장이나 행동들이 잘못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혹은 그러한 주장들에 동의하는 정치세력이 있을 수 있다. 같은 주장을 펴는 정치인 개인이나 정당이 존재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그와 반대편에 선 개인과 정당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그 가운데는 정부와 관계기관 역시 포함된다. 정부가 주장하는 것도 역시 정치적이다. 정부를 구성하기 이전 정부의 대다수의 구성원이 정당출신으로 정치를 하던 이들이었을 것이다. 그를 비판하거나 그에 반대하는 것 역시 정치적으로 지극히 정당하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과연 정확한 현실이고 가장 올바른 대안인가 하는 것이다. 그것을 부정한다면 민주주의는 필요없다. 단지 자신들과 입장을 같이하는 정치집단이 있고 그를 통해 현실화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는 것 뿐이다. 그런 목적에서 정치인과 정당 역시 보다 다수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주장들을 찾아나서게 된다. 그러한 정치적인 행위들을 통해 사회는 사고하고 판단하고 결론내리는 것이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특별한 소수가 하는 것이 정치가 아니다. 어떤 특정한 사안에 대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정치가 아니다. 정치란 일상에 닿아 있는 것이다. 모든 일상의 주체들과 닿아 있는 것이다. 하다못해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리는 것에도 정치적인 의도가 개입되고는 한다. 재활용 쓰레기를 어떤 방식으로 분리해서 수거하여 다시 자원으로 재생하는가. 국민 개개인의 입장이나 이익들은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다른 의견이 존재한다면 그 다른 의견과의 사이에서 정치라고 하는 행위가 이루어진다. 누군가 어떻게 해주기만 기다릴 것이 아닌 스스로 행동에 나서기도 한다. 시위도 하고, 집회도 한다. 결사도 만들고, 정치적인 압력도 행사한다. 모두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다.
결국 뭐냐면 정치란 소수나 하는 것이라는 특권의식이다. 그것을 인정하는 체념이고 포기다. 정치란 남의 일이다. 정치란 정치인들이나 하는 것이다. 정당들이 서로 이전투구하는 것이다. 나와는 상관없다. 그런 심리를 이용한다. 정작 정치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사안들에 대해서조차 순수한 개인의 의견을 요구한다. 개인의 감정과 개인의 판단만을 요구한다. 정치적으로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그래서 어떠한 정치적인 수단을 통하지 않고서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해결이나 대안이 가능하겠는가. 정부의 입만 바라보고 있으면 가능하다. 그것이 민주주의인가.
민주주의 국가의 정부라면 먼저 국민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쓰고 불쾌하고 어이가 없더라도 일단 먼저 귀기울여 듣기부터 해야 한다. 반박을 하든 무시를 하든 그 다음에 할 일이다. 하지만 그조차 거부한다. 그런 정부를 또한 국민들은 지지한다. 그런 정부를 향해 정치적 의도가 없음을 애걸해야 한다. 자신들의 행위에 어떤 정치적인 의도도 없음을 설득해야 한다. '순수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인 것이다.
당사자들이다. 세월호에 타고 있던 수많은 희생자들의 가족이다. 그들이 당사자로서 자신들의 요구를 전하려 한다. 당사자로서 자신들의 입장과 주장을 책임있는 정부와 기관에 전하려 한다. 때로 정부와 충돌하고 정치적 이해와 얽히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를 위해 정치란 존재한다. 정치로부터 애써 분리하려 한다. 그들은 주체가 아니다. 주체가 될 수 없다. 아마 대부분 그렇게 납득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주체가 되어서는 안된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또한 현실이다. 그동안 국민이 스스로 표로써 드러내 온 의도이고, 지지를 통해 전해온 의지다. 그것이 곧 국민이 바라는 현실이다. 지금의 지지율에서는 과연 이런 비판들이 의미가 있겠는가. 먼저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전에 정치적인 의도가 없는 순수한 것이다. 순수한 개인이고 집단이다. 그것을 당연하게 요구한다. 주장한다. 무어라 말해야 할까.
모든 개인이 정치의 단위이고 주체다. 모든 주장과 의견은 정치적인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일 텐데도. 하다못해 당사자의 입장에 대해서조차. 의미를 잃어간다. 비판을 잊어간다. 길들여지는 것이다. 허무함은 차마 비극보다 더 비극적이다. 그런 현실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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