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변화가의 밤거리를 떠올린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풍요에 취한 젊음과 그리고 그늘처럼 드리워진 고독과 소외가. 어쩌면 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며 데뷔한 많은 음악인 가운데 가장 독특한 위치에 있을 것이다. 남성적인 밴드의 매력에 여성적인 섬세함까지 갖추며 맺힌 것 없는 도시의 세련됨을 들려주고 있었다. 70년대 고도성장기의 결실이었을까?
그러고 보면 지난주 '불후의 명곡2'와도 이어지는 내용일 것이다. '벗님들'이라 팀이름을 지어놓았더니 업소에서 대학밴드 아니냐며 거부하더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송골매도 결성 초기 그 문제로 고생을 많이 했었다. 기본적으로 업소의 무대에 서려면 다양한 레파토리를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록은 물론, 디스코, 블루스, 그리고 심지어 트로트까지. 그것도 다양한 취향의 손님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에 있어야 했다. 그러나 취미생활로 시작한 대학밴드들은 고작 자기들 레파토리나 연주할 수 있을까, 더구나 그 수준도 매우 낮았었다. 그래서 이치현 자신도 그런 대학밴드들과 구분지어 '벗님들'에 대해 '프로밴드'라 말하고 있었을 것이다.
70년대, 아니 80년대까지 통틀어 대학밴드 가운데 프로로서 성공한 밴드는 송골매와 벗님들 둘 뿐이었을 것이다. 엄밀히 송골매의 경우는 대학밴드의 이미지가 더 강했던 반면 벗님들은 철저히 밤무대를 통해 스스로를 단련해가며 마침내 메이저 무대에까지 오르고 있었다. 물론 홀로 '벗님들'이라는 이름을 지키며 몇 번이고 멤버를 교체해가며 밴드를 이끌었던 이치현의 의지와 고집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그같은 이치현의 고집이 '사랑의 슬픔'의 성공 이후 독선으로 작용하며 '벗님들'이라는 팀을 분열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었다. '집시여인'은 이때 '벗님들'을 등지고 나온 이치현이 자신의 이름을 딴 새로운 밴드 '이치현과 벗님들'의 이름으로 히트시킨 노래였다. 그리고 그것이 이치현의 마지막 히트곡이었다.
정말 늙지 않았다. 올해 나이 벌써 우리나이로 60살이다. 농담이 아니라 내년이면 바로 환갑이다. 하기는 원래부터 노안이었다. 잘생겼다고 하기는 그렇지만 스타일이 남달랐다. 키도 크고 팔다리도 길고 읊조리는 듯 힘을 주지 않고 부르는 노래스타일은 이치현만의 세련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어느새 나이를 먹으면서 단점도 장점도 모두 둥글게 마모되어 버린 결과가 아니었을까. 전성기와 크게 다르지 않게 맑고 섬세하게 들리는 목소리는 치열한 자기관리의 결과였을 것이다. 노래에 얽힌 이야기들이 이치현 자신의 말처럼 시간을 과거의 그 순간으로 되돌리고 만다. 필자 역시 '벗님들'의 오랜 팬이었다. 정겨운 노래들이었다.
어째서 밴드들은 방송출연을 꺼려하는가. 아니 지금에 와서 밴드 스스로 핸드싱크나 립싱크를 그다지 꺼려하지 않게 되었다. 차라리 그것이 낫다. 방송국의 요구에 맞추느라 되도 않는 라이브를 하느니 차라리 핸드싱크 립싱크로 소리나 좋게 들려주는 것이 낫다. 가수만 보인다. 노래를 부르는 보컬만 전면으로 나서고 나머지 밴드는 보이지 않는 저 뒤로 숨겨 버린다. 합주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더구나 음향까지 밴드를 고려하지 않은 터라 최악이라 할 만하다. 방송여건이 좋아진 지금도 라이브란 철저한 준비를 통해서만 들려줄 수 있다.
지나치게 오랜 이야기들이 조금은 지겹다. 그런 이야기들을 일방적으로 들어주어야 하는 서인영의 처지가 안쓰럽게 느껴진다. 필자보다도 오랜 이야기들이다. 필자가 굳이 '방자전'을 일부러 챙겨볼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다. 어른들의 옛날이야기처럼 젊은이들을 질리게 만드는 것도 없다. 항상 가장 싫었던 것이 '나 젊었을 적에'로 시작되는 고정레파토리였다. 마치 지금의 삶따위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듯. 낭만은 자기에게나 낭만이다. 반복되면 강요가 되고 권위가 된다. 너무 길고 반복된다. 필자가 그런데 과연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이치현은 반가웠지만.
하기는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이치현과 만날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치현의 세대다. 주병진도, 노사연도, 정원관도. 변진섭은 그보다 조금 뒤다. 그래도 같은 시대 활동했다. 그들만이 가능한 이야기들이 있다. 서인영은 철저히 주변으로 밀려난다. 공감할 수만 있으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이다. 아쉬운 이유다. 그 빛바램을 사랑할 수 있다면. 미묘하다.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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