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불후의 명곡2 - 여름특집 1탄...

까칠부 2014. 7. 6. 01:50

첫무대를 보고 글쓸 생각을 접었다. 이렇게 늘어지는 트위스트킹도 처음이다. 진짜 대놓고 욕하고 싶은데 굳이 욕하는 글로 남의 지면 채우기 싫으니 그냥 접는다. 노래도 늘어지고, 춤도 늘어지고, 랩도... 과연 터보가 잘하는 팀이었다. 노래로 김종국과 비교되는 것도 참 잔인한 일이다.


정동하와 딕펑스의 '고래사냥'은 JK김동욱과 MC스나이퍼의 '저바다에 누워'를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답답하다. 마치 70년대로 돌아간 것 같다. 그런데도 송창식의 원곡에는 젊음이 있기에 가능한 낙천이 있고 여유가 있었다. 낭만이라 부른다. 사이키델릭이 흥겨워야 할 노래마저 짓누른다. 하필 여름노래라서. 더 덥다. 조금 더 단순하게 단지 노래가 가지는 흥을 따라갔으면 어땠을까?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복고적인 브라스 사운드와 복고 그 자체인 동작들이 시원하게 뻗는 임정희 조성모 두 사람의 목소리와 만난다. 호쾌한 것을 넘어 통쾌하기까지 하다. 여름노래란 이런 것이다. 시원하다. 비로소 조금 기대하고 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었다면 바로 채널 돌아갔을 듯. 그리고 이어진 환희와 거미. 여행스케치의 '별이 진다네'의 처절한 슬픔을 더욱 처절하게 극대화시켰다. 마치 마음껏 울고 난 뒤의 후련함을 닮아있었을까? 오히려 모두가 분주하고 즐거운 여름이기에 그리움도 슬픔도 아픔도 더 커진다. 과연 베테랑이란 이런 것이었을 터다.


에일리와 신보라의 '여행을 떠나요'는 깜찍했다. 귀여웠고 발랄했고 그래서 여름에 들뜬 마음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다. 누구와 갈까? 어디로 갈까? 거기서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누구와 만나고, 어떤 일들을 경험하고, 그리고 여름이 끝날 때 쯤 추억도 한가득 가지고 돌아올 것이다. 그보다 더 귀여울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오렌지캬라멜만의 장점일 것이다. 흔하고 촌스러운 복고적 율동이 오렌지캬라멜만의 애교와 만난다. 조세호가 변화를 준다. 그냥 울릉도트위스트였다. 당시 처음 노래가 발표되었을 때도 어쩌면 당시의 대중들은 이시스터즈를 그렇게 보았을 것이다.


단연 압권은 JK김동욱과 MC스나이퍼의 '저바다에 누워'였다. 클럽록이라 해야 할까? 비치록이라 불러야 할까? 축제의 한 가운데 모두를 들뜨게 만드는 강렬한 사운드가 있다. 사이키델릭은 사람을 취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래서 한 편으로 더 들뜨게 만들기도 한다. 록은 파티음악이다. 완급을 조절해가며 정신없이 달려가는 가운데 여름을 잊는다. 어딘가 록페스티벌처럼. 여름의 뙤약볕 아래 열광하는 관중과 함께. 441점. 과연 사람들이 듣는 귀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너무 좋은 무대로 끝나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래도 끝까지 지켜본 보람이 있었다. 바로 턱밑까지 욕이 치밀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런 걸 보고 있어야 하는가. 하필 오랜만에 다시 보기 시작한 불후의 명곡인데 이런 출발이라니. 정동하가 감이 떨어진 것일까? 아니면 딕펑스일까? 김동욱은 정말 대단하다.


정도전도 끝나고, 그동안 챙겨보던 다른 프로그램도 없고, 무엇보다 내가 요즘 TV 볼 시간도 없이 바쁘고 피곤하다. 그래서 오랜만에 이거나 챙겨볼까. 그런데 웬걸? 하지만 역시 실력들이 어디 가지는 않는다. 잠시의 실수거나, 아니면 내 귀가 이상하거나. 점수는 내가 들은 대로 나왔다. 그냥.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