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윤일병 구타사망과 군대...

까칠부 2014. 8. 2. 11:14

군대에서 개인이란 단지 수단에 불과하다. 전쟁이라는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들이다. 그렇게 평가된다. 얼마나 전투에 도움이 되는가. 전인적 인격은 배제된다.

 

군대 갔다온 사람은 이해할 것이다.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이 알고, 얼마나 지혜가 깊고, 얼마나 다른 가치있는 능력을 가졌든, 결국 군대에서 쓸모가 있어야 쓸모가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 이를테면 같은 만화가라도 명랑만화나 순정만화는 의미가 없다. 오로지 에로다.

 

인간이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어 버리면 그만큼 인간을 대하기도 쉬워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어려운 것은 상대를 목적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단지 수단이라면 그만큼 더 편해지고 쉬워진다. 사격 못하면 구타, 주특기 못하면 얼차려, 내무생활에 도움이 안되면 왕따, 얼마나 쉬운가.

 

임병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기는 한국사회 전반이 그렇다. 인간은 목적인가? 아니면 단지 수단에 불과한가. 참 가엾다. 인간이라는 것이. 그렇게 길들여진다.

 

안타까운 사고다. 하지만 이해했다. 어차피 그런 것이 군대라는 것이다. 인간이 도구가 된다. 인간이 수단이 되고 대상이 된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욕망을 투사한다. 그래도 저항할 능력따위 허락되지 않았으니까. 정글이다. 짐승이다. 군대는 인간을 짐승으로 만든다.

 

군대 가면 사람 된다. 바로 그런 이유다. 정글에 적응해 살아갈 수 있는 짐승을 만든다. 한국사회는 어째서 이렇게 잔인한가. 인간은 존엄의 대상일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군대는 가는 것이 아니다.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하지 않은 군면제나 기타 단축에 대해 적대적이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빠질 수 있으면 빠지는 게 좋다. 28사단에서 전역했다. 조금 놀랐다. 우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