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연애 말고 결혼 - 진심이 통하지 않으니까 더 아픈 건데...

까칠부 2014. 8. 10. 06:46

어쩌면 사랑하던 사람들이 서로 헤어지고 나면 친구로도 남지 않으려 하는 것은 그만큼 보아서는 안될 것들을 너무 많이 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이란 이기다. 자신마저 저버릴 정도로 가장 지독한 이기일 것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이성도, 양심도, 인정도, 염치도, 심지어 사랑한다는 감정조차. 사랑을 핑계로 해서는 안될 짓까지 하고 말았다.


그런 자신까지 사랑해 줄 수 있겠는가. 가족을 속이고, 신분을 속이고, 이훈동(허정민 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아이마저 이용하려 한다. 그것이 원래의 남현희(윤소희 분)다. 처음으로 솔직해진 순간이다. 그렇게까지 이훈동을 사랑하고 있다. 그것은 또다른 진심이다. 주장미(한그루 분) 때도 그랬지만 이훈동은 다른 사람의 진심에 약하다. 철부지 바람둥이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의외로 순수한 부분이 있다. 그런 점에서 남현희는 영리하다.


그럼에도 사랑한다. 그럼에도 사랑할 수 있다. 주장미는 하지 못하는 말이다. 무엇보다 주장미는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모른다. 버림받은 기억이 있다.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혼자가 되어야 했던 아픈 상처가 아직까지 남아 그녀를 괴롭히고 있다. 주위의 눈치를 본다.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 착한 아이가 되어야지만 부모는 다시 자신을 돌아봐 줄 것이다. 착한 아이가 된다면 부모 역시 다시 예전처럼 사이 좋아지게 될 것이다. 자신의 허튼 거짓말에 기뻐하며 다시 예전처럼 부부로 돌아와 있던 부모의 모습을 보았다. 그것을 자기가 망쳤다.


자신의 부모를 위해. 공기태(연우진 분)의 부모를 위해. 공기태 자신을 위해. 공기태를 좋아하는 강세아(한선화 분)를 위해. 그러면 주장미 자신은 어디에 있는가. 버리지 못한다. 끊어내지 못한다. 결국은 이기다. 사랑한다면 선택해야 한다. 한여름(정진운 분)에게 이별을 통보하며 상처를 주었듯이. 다행이라 여겨야 할 것이다. 그래도 최소한 주장미는 한여름을 상처를 주어도 좋을 정도로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공기태를 거부하는 것이 공기태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지 그녀는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오죽하면 공기태에 대한 진심을 인정하게 된 계기가 공기태 어머니의 인정이었겠는가. 미안한 짓은 도저히 할 수 없겠다.


진심이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 쉬운 일이란 하나도 없다. 온통 우울하고 힘든 일 투성이다. 이훈동과 함께 넋두리처럼 하소연을 한다. 진심이 되는 순간 공기태와의 관계가 끝나 버렸다. 공기태의 가족과도 더 이상 관계가 끝나버리고 말았다. 부모는 이혼한다고 하고 자신은 직장마저 잘려 버렸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자신의 진심을 인정하고 전한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결혼을 앞둔 이훈동의 하소연이 결혼을 포기해야만 하는 주장미의 넋두리와 절묘하게 엇박자를 이룬다. 결혼하려는 사람도, 결혼을 포기하려는 사람도, 어차피 삶이란 힘들다.


진심이기에 아픈 것이다. 진심인데도 이루어지지 않기에 사랑은 아픈 것이다. 차마 주장미의 곁에 머물고 싶지 않은 한여름처럼. 끝내 공기태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강세아처럼. 누구나 사랑하는 순간에는 진심이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믿고 싶은 것이다. 진심은 통하는 것이라고. 진심은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하지만 어딘가는 헤어지는 연인들이 있고, 어딘가는 이루지 못할 사랑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였을까? 제목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결혼이 반드시 행복한가. 주장미와 공기태의 부모를 봐도 그다지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저 어쩔 수 없이 부부라고 하는 관계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돌아가야 할 곳이 있다. 지켜야 할 곳이 있다. 그저 사랑하는 사이라면 헤어지는 순간 바로 끝이지만 서로 마음이 멀어진 상태로도 그들은 여전히 부부로 남아 있다. 특히 주장미와 공기태 두 사람에게 그것은 매우 중요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들 대부분이 고독했던 그들이라면 그 의미는 분명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다시 혼자가 되었다. 혼자가 되어 더욱 그 상실함에 몸서리를 친다. 그들의 곁에 누군가가 있게 된다.


왁작왁작하던 빈자리가 유난히 휑하다. 그만큼 주장미가 차지하고 있던 공간이 컸다는 뜻일 것이다. 그만큼 상처가 깊다. 주장미를 쉽게 용서하지 못한다. 믿었던 만큼 실망도 크고 분노도 크다. 미음도 그만큼 크다. 차라리 아들을 포기하겠다. 아들의 결혼까지 포기하겠다. 주장미 부모의 이별 역시 그토록 커졌던 진심의 빈자리일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원하는 이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이유. 그동안 방치해왔던 남편에 대한 신봉향의 목소리가 강해졌다.


전형적이다. 일부러 극단으로 몰아 반전을 만든다. 차라리 포기하도록. 차라리 외면하고 돌아서도록. 그러나 결코 포기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다. 그 순간 강세아 역시 이제는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렇게라도 해야 비로소 자신의 진심을 깨달을 수 있다. 어쩌면 이리도 어리석고 애닲은가. 서로를 향해 달려간다. 이제 진짜 마지막이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7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