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다는 게 때로 서러운 것은 비즈니스의 순수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음을 깨달을 때다. 어차피 거래관계이고 계약관계다. 딱 거기까지만 생각하고 만다.
이를테면 강지영이 더 이상 DSP와 재계약을 거부했을 때도 그다지 반감같은 것이 없었던 이유와 같을 것이다. 계약기간이면 모를까 계약이 끝나고 더이상 구속하는 것도 없는데 굳이 카라라는 이름에 얽매여 마음에도 없는 DSP와 재계약할 이유란 과연 있을까. 마찬가지로 DSP의 입장에서 니콜과 더이상 계약을 연장하는 것이 불필요하다 여겼다면 마땅히 재계약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것은 누가 뭐랄 수 없는 고유한 권리다.
애시당초 카라가 결성할 때도 박규리나 한승연, 니콜, 김성희, 이 가운데 누군가 저 멤버와 반드시 해야겠다고 판단해서 그리 결정한 것이었는가. 카라가 먼저 있고 DSP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연예기획사 DSP가 있고 DSP의 판단에 의해 카라의 멤버가 선택되고 결정되었던 것이다. 아이돌이 다른 음악그룹과 다른 지점일 것이다. 하고 싶은 음악이 있거나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 팀을 이루는 것이 아니다. 철저히 기획사에 의해 비즈니즈적인 목적과 절차에 의해 말 그대로 '만들어진다'.
아이돌멤버 역시 그러한 기획사의 의도에 따라 계약을 통해 팀을 이룬 경우들인 것이다. 그들을 이어주는 것은 오로지 '계약' 하나다. 다른 이유들도 물론 있겠지만 가장 중요하고 확실한 것은 어디까지나 계약관계인 것이다. 계약이 그들을 팀으로 만들고 마찬가지로 계약이 해지되면 팀 역시 사라진다. 그렇게 많은 팀들이 멤버만 남고 사라졌다. 그 반례가 되는 것이 역설적이게도 신화와 다시 활동을 시작한 GOD일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의지로 계약을 넘어 원래의 팀과 다시 팀을 만들었다. 아이돌을 뛰어넘었다.
카라의 새멤버에 대해 내가 그다지 반발하지 않은 이유였다. 물론 크게 관심도 없다. 그다지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아이돌이니까. 카라 멤버들이 얘와 하겠다, 혹은 얘와는 도저히 못하겠다, 그보다는 기획사의 입장에서 이 멤버가 필요하다, 필요하지 않다. 카라가 DSP를 뛰쳐나와, 나아가 DSP에서 카라라는 이름을 허락한 뒤, 원래의 멤버들과 의리로 다시 뭉치기 전에는 여전히 카라란 DSP의 비즈니스 아래에 묶여 있다. DSP의 필요가 카라를 결정한다. 새로운 멤버를 들일 것이냐. 아니면 단지 객원을 들여 임시로 무대만을 채울 것이냐. 아쉽지만 그것이 DSP의 선택이었다. 처음 카라 결성되었을 때처럼.
물론 팬들의 마음은 카라가 신화나 GOD처럼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강할 것이다. DSP를 벗어나 다시 멤버들끼리 카라로 뭉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랬으면 좋다. 하지만 현실이 그리 녹록치 않다. 거래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카라와 팬들은 DSP에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 냉정한 비즈니스의 세계다. 이익이 없다면 행동도 없다. DSP가 그렇게 마음 넓은 기업은 아닐 것이다.
카라에 대한 생각은 별개, 마찬가지로 DSP의 연예기획사로서의 입장 역시 다시 별개로. 그건 그것, 이건 이것. 마음에 안들어도 받아들여야만 하는 때가 있다. 그런 이유.
카라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여러가지로 심란해진다. 그래도 어쩔 수 없으니까. 납득해야만 할 테니까. 그래도 카라의 새로운 무대를 기대한다. 애처로운 슈퍼을의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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