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결혼식 장면이야 말로 이 드라마의 모든 것일 것이다. 두 사람의 결혼식, 그러나 두 사람의 주위의 일로 인해 온통 엉망이 되고 만다. 오해하고, 질투하고, 그래서 화내고, 다투고, 그리고 비를 피해 모든 사람이 떠나간 가운데 둘만이 오롯이 남는다. 이 모든 소동의 시작이며 끝이다. 서로를 마주보고 두 사람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사람이란 결국 관계의 동물이다. 결혼 역시 당사자들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관계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흔들릴 수밖에 없다. 휘둘릴 수밖에 없다. 부부싸움의 원인 가운데 상당수가 서로의 문제라기보다는 서로의 주위의 문제다. 그럼에도 마지막에 서로의 손을 잡아주는 것은 부부가 된 자신들일 것이다. 선택할 기회를 빼앗겼기에 신봉향(김해숙 분)은 자신만이 아닌 주위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순간 주장미(한그루 분)의 부모들은 자신과 서로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고 있었다. 그래도 남은 시간들을 한 번 더 서로에게 맡겨보겠다.
아무런 대화가 없었다. 차라리 싸울 만큼 사랑했다. 서로를 비난하고 조롱하고 모욕줄 정도로 그들은 서로를 사랑했다. 차라리 무시하고 있었다. 아내는 남편을. 남편은 아내를. 단지 의무감으로, 필요에 의해서만 형식만을 유지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두 부부가 서로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결혼식 당일에도 주장미는 의심을 풀어야 했었다. 공기태 역시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남겨둘 수 없었다. 결혼식은 엉망이 되었지만 두 사람의 믿음은 다시 회복되고 있었다. 서로를 믿을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다면.
강세아(한선화 분)도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 아무리 죽고 못살 것 같아도 결국 살게 되는 것이 사람이다. 하나의 사랑이 지나가면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 시간의 문제일 뿐. 어지간히 사랑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공기태로 인해 그동안 멈춰 있던 시간들이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거나. 그래서 한여름(정진운 분)도 주장미의 곁을 벗어나려 한다. 자기의 삶을 찾으려 한다. 자기만의 시간을 찾으려 한다. 아내를 위해 이훈동(허영민 분)은 기꺼이 엄마와 맞서려 한다. 그렇게 한 걸음씩 자기의 길을 찾아가는 가운데 두 사람만이 남아 자신들의 결혼식을 마무리한다. 지금 이 순간이 그들에게 가장 크고 무거운 - 그리고 행복한 한 걸음일 것이다.
한그루의 눈물에 이끌렸었다. 술에 취해 화장실에 숨은 이훈동을 찾아가서는 결국 사랑마저도 혼자했었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리던 순간 드라마에 매료되고 말았다. 주장미의 캐릭터는 한그루가 출연한 전작드라마 '따뜻한 한 마디'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었다. 하지만 우스꽝스러운 가운데 진한 페이소스를 느끼게 만드는 진지함과 엄숙함이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모든 일에 쓸데없이 열심이고 진심인 이 여자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지켜보고 싶어졌다. 한그루의 매력이었다. 잘생긴 찌질함은 연우진 이상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주위를 각각의 사연을 가진 살아있는 캐릭터들이 채우고 있었다. 한결같이 진심이었고, 그래서 독해지려는 순간조차 애닲아질 정도였다. 그래서 사랑이란, 결혼이란 아름답고 행복하지 않은가.
이혼은 잘못이 아니다. 역설일 것이다. 결혼을 찬양하는 드라마에서 이혼을 용납하고 있다. 최선을 다했으니까. 그동안 최선을 다해왔을 테니까. 자신을 위해. 주위를 위해. 모두를 위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주장미의 어머니(임예진 분)가 끝까지 이혼을 고집하지 않은 것은 아버지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기태의 아버지(김갑수 분)는 마지막까지 도망치고 있었다. 숨고 있었다. 특히 결혼생활에서 혼자만의 노력이란 의미없다.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결혼이든, 혹은 이혼이든, 결국은 후회없이.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바일 것이다. 빗속에 두 사람만 남아 나누는 약속의 키스처럼.
담담하면서도 다채로운 색을 보여준 드라마였을 것이다. 가벼우면서도 진지하고 무거웠다. 주제에 함몰되지 않으면서도 재미와 의도를 모두 살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유쾌했고 흥미로웠다. 한그루는 참 매력적인 배우다. 그녀의 매력에 흠뻑 빠진다. 여러가지로 의미있는 드라마였다. 즐거운 경험이었다. 다시 생각날 듯하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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