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가 울부짖는다.
"내 탓이다!"
병으로 죽은 자식을 슬퍼하며 부모는 그렇게 한탄한다.
"내가 자식을 죽였다!"
그때 그러지 않았다면. 그렇게 했었다면. 그랬기에 자식이 죽었다. 그렇게 못했기에 자식이 죽었다. 다 내 잘못이다. 내 죄다.
지해수(공효진 분)는 섹스가 두려운 것이 아니다. 사랑을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에게 벌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가진 죄의식의 원천은 어머니(김미경 분)의 부정을 보았음에도 모른 척 했다는 것. 공범이 되었다. 그녀의 언니 지윤수(최문경 분) 역시 그래서 사람만 좋은 무능한 남편을 지금껏 견뎌오고 있었다. 자신을 위한 벌이다.
어디선가 루게릭병 환자의 증세에 대해 들었을 것이다. 한강우(디오 분)는 죽을 것이다. 자신도 역시 죽게 될 것이다.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아닌 병에 의해서. 아무도 모르게. 모든 비밀을 혼자서만 간직한 채. 그리고 자신은 죽어 그때의 죄를 대신하게 될 것이다. 형 장재범(양익준 분)의 전화를 받고 장재열(조인성 분)은 웃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둘만 만나자는 장재범의 의도를 장재열 역시 알고 있다. 장재범이 품고 있는 증오는 바로 자신이 만든 것이다.
내일이란 없는 사람처럼 가볍다. 그리고 서두른다. 반드시 그전에 이루고 싶지만 안되도 어쩔 수 없다. 미련따위 남기지 않으려 한다. 마치 유언같다. 들어주어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는. 장재범이 죽이지 않아도 장재열은 스스로 죽으려 했을 것이다. 긍정이란 때로 지독한 부정을 뜻하기도 한다. 긍정할 수 없기에 어떻게든 긍정하려 한다. 밝아질 수 없기에 필사적으로 밝은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그렇게 꽁꽁 숨겨왔던 자신의 원래의 모습이 다시 죽음을 향해 가고 있었다. 위태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의 무의식이며 욕망이다. 장재열의 무심하면서도 간절한 진심들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식의 병이 마치 자신의 죄인 양 죄책감에 지래 화를 내고 마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고 화를 내다가도 결국 고개숙이고 마는 아들, 아이를 가지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상상임신을 만들고 다시 자신을 우울증으로 내몬다. 자기가 하지 않은 일들로 인해 상처입고 오랜 시간을 고통 속에 산다. 어머니(차화연 분)를 지켰지만 결국 형을 버리고 말았다. 오랫동안 형을 감옥에서 고통받도록 만들었다. 출소하자마자 자신을 찾아와 포크로 찍는 형을 보며 비로소 깨닫는다. 자신의 속죄에 대해서. 한강우가 나타난 시점이다. 화장실이란 단순히 도피를 위한 장소가 아닌 자신을 벌주는 공간이기도 했던 것이다. 어머니 역시 추운 겨울에도 차가운 거실에서 잠들고 있었다. 지해수와의 행복했던 시간들은 그런 자신을 위한 마지막 보상이다. 그래도 이런 정도는 자신에게 허락해도 괜찮지 않겠는가.
이영진(진경 분)을 괴롭히고 있는 그것도 역시 지난 날의 후회와 미련이었다. 그때 만일 자신이 다른 선택을 했다면. 그래서 현재에 충실하고자 한다. 다시 돌이킬 수 없기에. 강한 다짐은 그렇게라도 해야만 하는 또다른 절박함이다. 아무것도 해결된 것은 없지만 그렇게라도 자신은 살아야 한다. 피를 철철 흘리던 상처가 어느새 새살이 돋고 흐릿한 흉터만 남게 된다. 아팠던 기억만이 하얀 새살과 함께 그 자리에 남아 떠올리게 한다. 후회도 미련도 죄책감마저 흉터가 남도록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다들 그렇게 살아가니까.
너무 착해서. 너무 순수해서. 그래서 그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다. 섹스에 대한 거부는 결혼에 대한 거부로 이어진다. 어쩌면 자신은 결혼할 자격이 없다. 반드시 이루어야 할 목표가 있다. 다그친다. 그 끝이 다가오려 하고 있다. 마음껏 후회없이 누리고 떠나려 한다. 지해수와 장재열의 엇나감은 어쩌면 같은 이유에서 비롯되었기에 더 애닲기도 하다. 자신을 어디엔가 놓아두고 허깨비처럼 살아온 순결했던 영혼들이다.
장재열이 장재범과 만난다. 지해수가 장재열의 병에 대해 듣는다. 어머니는 아직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박수광(이광수 분)은 오소녀(이성경 분)의 진심을 얻는다. 그토록 간절히 바라왔던 아무렇지 않게 입맞춤해주는 그녀를 얻게 된다. 박수광 역시 아버지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었다고 말해 줄 수 있었다.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어머니를 위한 것이 아니다. 어머니를 위하는 자신을 위한 것이다. 그런 자신에 만족한다. 그런 자신을 용서하게 된다. 지해수는 조금씩 자신을 용서해가고 있다. 어머니의 시름이 지해수에게는 기회가 된다. 그렇게 서로를, 자신을 용서하며 사람들은 살아간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하며 살아간다.
치유해가는 과정이다. 살아가는 과정이다. 급박하게 흐른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기에는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다. 비로소 시작하게 된다. 아주 오랫동안 멈춰왔던 시간이 비로소 흐르기 시작한다. 서로가 감춰왔던 진실과 상처들과 함께. 답답하다. 조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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