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연애의 발견 - 그것은 전쟁같은 사랑!

까칠부 2014. 9. 10. 07:02

"죽여버릴 거야!"

"그래, 죽지 뭐? 내가 지금 죽는 게 무섭게 생겼어?"


그야말로 죽을 각오로 사랑을 한다. 죽이겠다는 각오로 사랑을 한다. 전쟁같은 사랑이다. 사랑이 곧 전쟁이다.


전쟁이란 정치다. 정치란 곧 의도다. 목적이고 수단이다. 어떤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을 때 그것을 이루기 위한 수단을 궁리하고 방법을 찾으려 하게 된다. 사람들을 설득하고, 여론을 모으고, 세력을 만들고, 마침내 억지로라도 납득시키고 만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이 폭력적인 수단에 의지할 수도 있다.


정치의 끝에 전쟁이 있고, 전쟁의 끝에 다시 정치가 있다.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 한, 반드시 손에 넣고 싶은 욕망이 있는 한.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남아있는 동안에는. 아무런 의도도 궁리도 없는 관계라는 것은 그래서 평화롭기만 하다. 바라는 것도, 기대하는 것도, 어떤 소망도 욕망도 남아 있지 않다. 이제는 순수하게 강태하(문정혁 분)를 걱정할 수 있게 된 한여름(정유미 분)처럼. 그 순간에도 강태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욕망이다. 누군가를 소유하고 누군가에게 소유되고 싶은 가장 강력한 본능의 요구일 것이다.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더 이상 사랑해서는 안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다그쳐도 마음먹은대로 쉽게 되지만은 않는다. 말조차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있다. 남하진(성준 분)을 위해서라도 자신의 감정을 포기해 야 하건만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아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니고 내 마음이 내 마음이 아니다."


아마 그래서 누군가는 사랑을 가장 뜨겁고 매혹적인 기만이라 불렀을 것이다. 자기가 사랑하는데 정작 자기 자신이 사랑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있다. 자기가 이토록 사랑에 휘둘리고 있다면 사랑하는 자신은 도대체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사랑이란 어쩌면 자기 자신조차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토록 안된다고 자신을 다그쳐 보지만 결국 한여름의 의도대도 한여름의 공방에 도착해 있었다. 아주 지독한 병에 걸려 버린 것이다. 죽을지도 모르는.


자기를 속이고, 상대를 속이고, 주위마저 속이는, 속이고 있다는 사실마저 속이고 속는 거짓된 세상 속에 오로지 단 하나 진실한 것이 있다면 자신이 상대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것만이 진실이며 전부다. 그래서 모든 것을 도구로 수단으로 삼는다. 전쟁처럼 오로지 단 하나 사랑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자신이 바라는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 아니 사랑마저 수단이 되어 버린다. 확신을 주기를 바랐다. 앞으로도 두 사람은 영원히 지금처럼 사랑하며 살아갈 것이다. 다만 서로가 바라보는 곳이 조금씩 달랐다. 엇나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남하진은 한여름에 대해 다 알지 못하고 있었다. 한여름 역시 남하진에 대해 알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다. 아직 모르는 부분들은 바람과 기대가 대신한다. 오해가 진실처럼 여겨진다. 과연 남하진이 보는 한여름은, 한여름이 바라보는 남하진은 진실한 자신들이었을까. 그것을 깨닫는다. 세상에 하나 뿐인 것 같던 특별한 연애가 사실은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흔하디 흔한 평범한 사랑에 불과했다. 언젠가는 끝나버릴 수도 있다.


종전과 휴전은 다르다. 종전은 의도한 바를 모두 이루었다는 선언이다. 최소한 양보든 타협이든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얻어냈다는 선언인 것이다. 그러나 휴전은 아무것도 얻은 것 없이 단지 싸움만을 멈추었을 뿐이다. 더 이상의 피해가 두렵고, 결과에 대한 확신도 사라졌다.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놓이기 전에 일단 당장의 문제들부터 봉합하고 본다. 억지로 납득하고 납득시키는 사이 그들의 사이에는 불안과 동요만이 커져간다. 알아주고 이해해주었으면 했던 것들이다. 그렇게 여기고 믿는 것으로 타협을 시도한다.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숨겨야 할 것이 생겼다. 한여름에게 안아림(윤진이 분)과의 약속에 대해 말하지 못했다. 역시 한여름 자신도 강태하와의 약속에 대해 남하진에게 말하지 못했다. 서로에 대한 불안과 불신은 해소되지 않은 채 들켜서는 안되는 비밀만이 늘어나고 있다. 연인으로서 서로에 대한 신뢰에 부실공사처럼 구멍과 균열이 생겨나고 있다. 시한폭탄과 같다. 적절한 시기에 더 늦기 전에 봉합에 성공하지 않는다면 진짜 '드라마틱'해질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내가 원하는 사랑을 만들기 위해. 내가 기대하는 관계로 완성하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서. 사랑받기 위해서. 유치하도록 살벌하다. 헛웃음이 나오도록 진지하고 심각하다. 보는 사람이 답답하다. 어떤 명분과 이유를 붙여서라도 자기가 이겨야겠다. '사랑싸움'이다. 그들만의 전쟁이다. 그 처절함과 치열함이 코믹과 리얼의 경계에서 디테일하게 그려진다. 우습지만 심각하다. 심각한데 우습다.


전혀 냉정해질 수 없다. 이성적인 사고가 불가능하다. 그것을 스스로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알아주기를 바라는 욕심도 있다. 그래서 고집도 부린다. 내가 바라는 사람이기를. 내가 기대하는 사랑이기를. 결국 스스로 상처입고 만다. 강태하에게도 기회가 다시 주어지려는 모양이다. 아직은 아무렇지도 않다. 다만 아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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