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가계부채와 근로기준법 개악 - 수출주도경제의 함정...

까칠부 2014. 10. 5. 01:29

물건을 잘 팔려면 일단 같은 품질일 경우 가격이 싸야 한다. 아니 품질이 조금 떨어져도 가격만 충분히 싸다면 어느 정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다. 기술도 무엇도 없는 저개발국가가 국제시장에서 경쟁하려면 그만큼 충분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된다. 다른 곳에서도 아껴야겠지만 스스로 궁핍을 견딜 수 있는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임금을 비롯한 기타 비용을 아껴서 보다 낮은 원가에 제품을 생산하고 시장에 내놓는다. 지금도 매우 유용한 수출전략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과거 개발독재시기 정부는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미 있는 법마저 무시해가며 노동자의 권리를 억압하는 편에 서 있었다. 그것만이 아무것도 없는 이 나라 대한민국이 살 길이었으니까. 몇몇 노동자의 희생으로 기업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다시 기업이 이 나라의 경제에 투자해서 고용도 늘리고 임금을 통해 국민의 소득 또한 늘린다. 그것은 다시 내수를 성장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기업이 돈을 버니까 국민도 돈을 벌고 국내의 내수시장도 커진다. 그러니까 몇몇 노동자가 자신이 누려야 할 권리만 포기한다면 모두가 좋아지고 행복해진다. 그렇게 학습해 왔다.

 

노동자가 자기 권리를 챙기려 하면 모두가 불행해진다. 노동자가 욕심을 가지면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귀족노조라는 말이 그래서 생겨났다. 노동자가 너무 많은 임금을 받는다. 너무 많은 것들을 누린다. 심지어 어느 정치인은 비정규직노동자가 누리는 것이 너무 적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너무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는 것이라는 현실인식을 공공연히 드러내기도 했었다. 현재 여당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손꼽히는 이 중 하나다. 그러니까 더 낮은 임금으로. 더 낮은 처우로. 그러면서도 더 많은 노동을. 공무원연급 개혁에 대한 높은 지지가 그것을 반영한다. 더 낮은 댓가를 받고서도 열심히 일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소득수준이 높아진 만큼 내수 역시 동반해서 성장했다. 그 내수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들도 많아졌다. 노동자가 적은 임금을 받고 더 많은 시간을 일하는 것은 상관없는데 그랬더니 내수가 기대한 만큼 성장하지 못하게 되었다. 당연한 이야기다. 노동자는 임금을 받아 그것으로 소비하는데 임금수준이 낮다면 그만큼 시장에 도는 돈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방법을 찾는다. 노동자의 임금과 처우는 낮추고, 그러면서도 시장에 돈이 돌게 만드는. 가계부채다.

 

빚을 내서 소비를 하라. 그 시작이 바로 김대중 정부 당시의 카드대란이다. 카드빚을 내서라도 소비를 늘리고 경제를 살리자는 취지가 결국 많은 사람들을 신용불량자로 결국 나락으로 내모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물론 그 결과 IMF라는 최악의 위기에서도 내수의 활성화에 힘입어 기업들은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굳이 소득을 늘리지 않아도 내수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더 쉽게 빚을 얻을 수 있게 해주고 그 빚으로 소비를 하도록 함으로써 내수를 활성화시킨다. 그러면 노동자의 소득이 조금 줄어도, 여가가 조금 더 적어져도 내수는 여전히 살아날 것이다.

 

그래서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압도적으로 현정부를 지지하는 것이다. 당장 내가 고용한 고용인의 임금을 줄여주고, 그들로 하여금 빚을 내서다로 내가 파는 상품을 사도록 해준다. 그 부담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하지만 결과적으로 외형적인 양이 증가하니 마음의 위로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사실 누구에게도 피해는 없다. 단지 사는 것이 더 고단해지고 힘들어질 뿐. 그래도 나라경제라는 위안이 있지 않은가. 그러라고 지지하고 표도 주어 권력까지 손에 쥐어준 것 아닌가 말이다. 가장 높은 투표율에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당선자였다. 이후 재보선에서도 국민은 여전한 지지를 보내며 그들을 응원하고 있다.

 

사실 매우 일관되다. 지난 정부에 이어 매우 일관된 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그것이 정당이라는 것이다. 정책이란 이념이다. 이념이란 지향이다. 추구하는 바다. 그래서 나는 새누리당을 싫어하면서도 한 편으로 그들을 매우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어쩌면 가장 선진적인 정당이다. 잠시 선거를 위해 공약에 있어서는 전술적인 선택을 할 지언정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타협하거나 쉽게 포기하는 법 없이 그 목표나 동기가 뚜렷하여 달리 판단할 여지를 보이지 않는다. 지지자에게 있어 행복일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할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확신할 수 있는 그런 정당이라는 것이. 그래서 지지율도 가장 높다.

 

나라경제가 잘되어야 나도 역시 잘살 수 있다. 나라경제가 잘되려면 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수출을 많이 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마땅히 노동자 자신이 희생하고 양보해야 한다. 더 많은 국민을 위해서 특권을 버리고 더 낮은 임금과 더 열악한 환경에서 스스로 낮은 곳에 머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만일 부족하다면 얼마든지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도록 돈을 빌려줄 준비도 되어 있다. 나라를 위해 소비도 앞장서라. 누구를 위해서? 하지만 그것이 국민의 뜻이다. 부디 바랄 뿐이다. 그리 될 수 있기를.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