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부대'란 그 참혹함에 비해 마치 어떤 낭만처럼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켜온 이야기의 단골소재였을 것이다. 범죄자라는 자체가 보통사람들의 평범한 일상과는 전혀 유리된 일탈적 존재일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악이라고 할 수 있는 범죄자들에 의해 또다른 악을 물리치고 정의를 실현하게 된다. 악인이 영웅이 되는 역설이며 부조리다. 악인이 선인이 - 나아가 영웅이 되는 과정은 때로 숭고하고 장엄하기까지 하다.
보통의 수단으로는 악을 응징할 수 없다. 정상적으로 기존의 법이나 가치관에 기대서는 악을 제대로 처벌할 수 없다. 선이 위협당하고 있다. 정의가 농락당하고 있다. 선량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악으로부터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 보통의 수단으로는 안된다면 특별한 방법을 동원하면 된다. 법 밖의, 사회의 보편적인 도덕이나 윤리로부터도 유리된, 오로지 악을 응징하기 위해서만 필요한 특단의 방법이다. 가장 위험한 범죄자들을 아직 이 사회에 남아 있는 악을 응징하기 위한 도구로서 사용한다. 제약을 건다. 범죄자 한 명 당 5년의 감형과 그리고 그들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발찌. 아쉬운 부분이다. 정태수(조동혁 분)의 말처럼 그깟 발찌따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부수고 도망칠 수 있다.
감춰진 다른 사연들이 있을 것을 예상하는 이유다. 절박함을 이유로 들었지만 그러나 진짜 절박하다면 당장이라도 발찌를 부수고 먼저 도망치고 볼 것이다. 인간답게 살 준비가 되었는가는 질문도 어떠면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감옥을 나가 자유를 되찾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발찌라는 구속을 받아들이게 만들고 있을 것이다. 차라리 발찌가 아닌 자동으로 반응하여 폭발하는 폭탄이라면 더 쉬웠을 테지만 일부러 어렵게 비틀고 있다. 어째서 그들은 하필 오구탁(김상중 분)이 면직된 그 시기를 전후해서 체포되어 유죄판결을 받고 감옥에 갇히게 되었을까. 혼란스럽기만 한 이정문(박해진 분)의 기억 또한 그 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일 것이다.
캐릭터의 구성은 흥미롭다. 과거의 아픈 기억으로 인해 범죄자에 대한 강한 증오를 드러내는 복직한 형사 오구탁과 겨우 25일만에 서울을 자악한 폭력조직 동방파의 단순무식한 행동대장 박웅철(마동석 분), 죽임을 당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조차 철저히 지워버린 냉혹한 살인청부업자 정태수, 그리고 역대 최연소 연쇄살인범으로 체포되어 수감된 천재 사이코패스 이정문. 박선정(민지아 분)을 연기한 민지아의 겨우 매력이나 연기력 모두 아쉬웠다. 과연 이처럼 개성이 강하고, 배우로서도 매력과 연기력이 남다른 인물들 사이에서 얼마나 자신을 주장할 수 있을까? 광기의 리더십과 야만의 퐁력과 냉혹한 기술과 무심한 이성이 하나의 팀을 이룬다. 하나하나의 역할과 그 조화를 벌써부터 기대하게 된다. 첫회는 아직 맛보기도 아니었다. 작가의 짐이 벌써부터 무겁다.
케이블이기에 가능한 액션이었을 것이다. 장식조차 배제한 채 폭력이 주는 잔혹함을 가감없이 화면을 통해 보여준다. 굳이 피고 튀고 살이 찢기는 장면을 보여주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디테일은 생략한다.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은 채 주먹을 휘두르고 장도리가 상대의 몸에 꽂힌다. 그저 장식된 오브제처럼 어떤 감정의 교류도 없이 바닥으로 널브러진다. 폭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폭력은 단지 수단에 불과하다. 그에 비하면 서로에 대한 증오를 드러내며 치열하게 부딪히는 다른 드라마나 영화들의 액션은 얼마나 낭만적인가. 전체적으로 화면도 차갑고 어두운 톤으로 금속의 기계적인 느낌을 더한다.
주제 자체는 동의할 수 없다. 범죄자를 응징하자고 공권력 자신이 범죄자처럼 되어서는 안된다. 공식화된 절차와 합리적인 근거에 의해 제한적으로 공권력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 번 선을 넘기 시작하면 공권력은 어느새 무고한 시민의 일상까지 침범하게 될지 모른다. 실제 지금도 그런 경우가 적잖이 일어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드라마로서의 형식이나 양식 자체는 제법 그럴싸하지 않은가. 아니 과분할 정도로 훌륭하고 멋지다. 오히려 케이블 드라마가 최근 수준이 더 높다. 공중파로는 불가능한 것도 케이블에서는 어느 정도 가능하다. 표현할 수 있는 폭이 드라마의 깊이와 완성도로 돌아온다.
기대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기대한 그 이상이었다. 허술한 부분들이 보인다. 약간은 어색하고 모자른 듯도 하다. 하지만 그런 세세한 아쉬움들을 한 번에 눌러 채우는 압도적인 힘이 있다. 박력이 있다. 적당한 의문도 남긴다. 굳이 첫회를 더 강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충격적인 사건 대신 이정문의 체포에 할애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조금씩 아껴둔 것들을 풀어낼 때 드라마는 더 재미있어질 것이다.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흥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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