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아이언맨 - 갑작스런 전개, 군살들에 버거워하다

까칠부 2014. 10. 16. 03:31

너무 늦다. 이미 모든 기대가 사라진 뒤다. 기다리다 지쳐 지레 포기해 버렸다. 오히려 당황스럽다. 이제 와서 굳이 이런 걸 보여주는 이유가 무언가. 벌써 절반이나 지나가 버렸다. 그동안 주홍빈(이동욱 분)의 몸에서 칼이 돋는 장면조차 거의 나오지 않았다.


회상장면만 거의 절반이다. 이해하고 넘어가려 해도 그 전에 집중력이 버티지 못한다. 반복된 회상장면에 자신도 모르게 눈이 다른 곳을 향한다. 회상에 이은 장면들 역시 흐트러진 집중력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밋밋하고 정적이다. 하필 늦은 밤이다. 하루의 피로가 한계치까지 쌓인 시점이다. 시청자의 숙면을 목표로 했다면 그 의도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말해주고 싶다.


외부의 강제와 억압에 대해 자신을 지키려는 방어기제가 외부에 대한 공격성으로 나타난다. 주홍빈의 몸에 돋은 칼들은 그같은 주홍빈 자신의 왜곡된 내면의 자아를 형상화한 것이다. 억누러야 했고 인내해야 했던 기억들이 주홍빈으로 하여금 내면에 씨앗을 심도록 만들었다. 그 복숭아씨 안에 차곡차곡 쌓아 오던 것들이 마침내 자라 칼이 되어 돋아나게 되었다. 납득했다. 그렇게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주홍빈의 몸에서는 칼이 돋아나지 않고 있었다.


행복했었다. 즐거웠었다. 손세동(신세경 분)과 밀고 당기며 쉽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충실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 어디에 처음의 기괴할 정도로 음산하고 암울한 분위기가 남아있는가. 흔한 로맨틱 코미디처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랑이야기만이 밝게 유쾌하게 그려지고 있을 뿐이었다. 갑작스럽게 칼이 돋아난다. 그럴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단지 주홍주(이주승 분)의 친어머니이기도 한 의붓어머니가 손세동을 붙잡고 폭력을 휘두르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 이후의 이야기도 생랙한다. 고작 중년의 여성 하나를 상대하기 위해 초인적인 힘을 사용하는 것은 그다지 궁금하지도 않고 보고 싶지도 않은 장면일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과정에서 오히려 손세동이 상처를 입는다.


주변의 이야기를 최소화했어야 했다. 게임과 관련한 에피소드들은 사실상 사족에 가깝다. 진행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과정도 결과도 없다. 창이(정유근 분)와 관련해서도 불필요한 장면들이 많았다. 태희의 부모를 찾아가서도 지나치게 끌고 있었다. 물론 각각의 장면들만을 따로 떼어 놓고 보면 보는 재미도 있고 그다지 나쁜 선택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미니시리즈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정작 해야 할 이야기를 뒤로 미루게 만드는 군살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드라마가 보여주고자 한 것은 주홍빈의 몸에 돋은 칼과 그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아닌가. 그런데 절반 넘도록 별반 다르지 않은 로맨틱 코미디로 일관하다가 이제서야 겨우 그와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려 하고 있다. 시청자의 기억력을 시험한다. 관심도 오래전에 식었다.


주홍빈의 몸에 칼이 돋는 이야기를 전면에 배치한다. 그와 부수되어 나타나는 괴력과 관련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주홍빈의 몸에 나타난 이상현상들에 대한 호기심을 부추긴다. 어째서 주홍빈의 몸에 그같은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가. 그리고 그같은 초현실적인 현상들이 주홍빈과 주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고민이 시작된다. 자신의 몸에 나타난 현상들을 스스로 조절하려는 노력도 나타난다. 언젠가는 손세동도 그 사실을 알고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게 된다. 윤여사(이미숙 분)와 그녀와 관계되어 있는 암중의 인물(김규철 분)은 그런 주홍빈과 맞서게 되는 적이다. 그러고 보면 주홍빈의 배다른 형제이기도 한 윤여사의 아들은 언급만 있을 뿐 한 번도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그같은 전체의 줄기를 단단히 다지고서야 살을 붙여도 이야기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재미있게 만들고자 붙인 살들이 오히려 군더더기가 되어 이야기를 흐리고 만다.


그래도 끝까지 자신을 감싼 손세동을 비난하며 자식 앞에서 자신의 속물적인 본성까지 드러내고 마는 어머니를 지켜보는 주홍주의 애처로운 눈빛은 인상적이었을 것이다. 아마 자신의 부모가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식 앞에서 그처럼 추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면 대부분 같은 눈빛을 하게 될 것이다. 차라리 남이 아니기에 가엾어지고 불쌍해진다. 남처럼 미워할 수 없기에 그렇게라도 용서하려 한다. 함께 미국으로 떠나면 더 이상 그런 모습은 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렇게 어머니와 아들로만 있기를 바란다. 그 눈빛 하나만으로 배우 이주승은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시키고 있었다. 가장 절절하고 인상적인 장면이었을 것이다.


나머지는 평이하다. 숨고르기라고 믿고 싶을 정도다. 이제 곧 바빠질 것이다. 정신없이 뛰어다니게 될 것이다. 숨가쁘게 그것을 쫓아가야 한다. 믿기 힘들 정도로 아무일 없이, 없어도 상관없을 정도로 밋밋하게 흘러간다. 적당히 이제까지의 내용들을 정리하여 앞으로의 이야기들을 준비한다. 하지만 분량도 상당히 지나왔는데 어떻게 이야기를 마무리지을 것인가. 또 주홍주가 주홍빈에게 보낸 편지에 느닷없이 나타나는 김태희의 이름은 무엇인가. 역시 한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 과연 드라마가 진정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들은 어떤 것인가. 그나마도 마음에 든다고 하기에는 재탕한 회상장면들이 너무 많다. 이대로 아직 기대를 가져봐도 좋은 것인가.


손세동이 주홍빈의 괴력을 목격한다. 사고간 차에서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드라마의 초반이었다면 기대가 커졌을 것이다. 이제는 마무리를 걱정한다. 손세동은 주홍빈의 괴력을 어떻게 이해할까? 남은 이야기에서 손세동은 어떤 역할을 할까? 아직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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