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아이언맨 - 손세동의 병, 그들의 일방적인 대화에 대해

까칠부 2014. 10. 17. 03:17

모든 것이 너무 갑작스럽다. 착한 것도 병이다. 착한 것도 지나치면 하나의 강박에 지나지 않는다. 손세동(신세경 분)이 그토록 오지랖넓게 누군가를 도우려 하는 이유가 비로소 나왔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다. 어머니가 죽고 얼마 안 있어 아버지마저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지켜보기만 했다. 차라리 죄인이 된다. 그렇게라도 납득해야 한다.


이를테면 일종의 자학일 것이다. 누군가를 도움으로써 그로 인한 자신의 고통과 불편을 하나의 속죄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손세동의 선의도 거의 일방적이다. 주장원(김갑수 분)과 연미정(윤다경 분)더러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불평한 것처럼 손세동 역시 선의를 베풂에 있어 상대의 의사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다. 단지 불쌍해서 동정으로만 누군가와 사귄다는 것이 상대에게 얼마나 큰 상처와 굴욕을 주는지조차. 그나마 승환(신승환 분)이 착해서 원망보다는 그렇게라도 자신을 생각해 준 손세동의 선의만을 생각하고 있다.


결국 손세동 자신 역시 지금으로서는 치유받아야 할 대상인 것이다. 자신의 좌절과 상처를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여 대신 만족을 얻으려는 것을 일반적으로 선의라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자식을 통해서 자신이 이루지 못한 욕망을 대신해서 이루고자 하는 주장원의 일방적인 의도를 부정이라 일컫지 못하는 것과 같다. 자식을 위해서라고 스스로 변명하지만 결국 자신의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자식을 이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주홍빈을 좋아하고, 그래서 함께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주홍빈을 이해하거나 서로 소통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맹목적인 믿음은 차라리 무관심과도 같다.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사람 몸에 칼이 돋아난 것을 본다. 맨 손으로 차를 번쩍 들어올리는 모습도 보게 된다. 궁금해진다. 무엇인지. 어째서 그런 것인지. 당연한 것이다. 주홍빈으로부터 연미정을 감싼 것은 주홍민에게서 위헙이 될만한 무언가를 보거나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그로 인해 몸에 큰 상처까지 입었다. 그런데도 주홍빈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는 것은 주홍빈에 대해 아무 관심도 없다는 것과 같은 뜻이 된다. 하기는 그러니까 주홍빈의 입장이나 감정따위는 아랑곳없이 일방적으로 아버지와 화해하라 다그칠 수 있는 것일 게다. 손세동의 선의에는 주홍빈이란 없다. 아니 주장원에게 불려가 협박당할 때도 정작 주장원의 말다위 손세동은 듣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과연 손세동은 치유될 수 있을 것인가? 주홍빈은 많은 부분 스스로 치유해가고 있다. 손세동에 대한 한결같은 그의 진심이 아들 창이와도 눈을 마주치게 하고, 증오스런 아버지에게도 먼저 손을 내밀게 한다. 손세동과 같이 얼굴을 마주하고 싶다. 웃으며 마주하고 함께 있고 싶다. 하지만 손세동은? 주홍빈의 눈은 항상 손세동을 향해 있다. 굳이 손세동이 노력하지 않아도 주홍빈은 그녀의 주위에 있다. 주홍주(이승주 분)가 보낸 편지의 내용이 단서가 되어 줄까? 어쩌면 태희의 존재가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이기를 위해, 누군가를 간절히 소망하게 된다. 물론 그다지 기대는 되지 않는다.


너무 갑작스럽다. 그동안 전혀 아무런 단서도 없이 갑작스럽게 설정들이 밀려든다. 주홍빈의 초현실적인 능력에 대해서도, 손세동의 비현실적인 선의에 대해서조차, 그리고 손세동의 주위를 맴도는 승환의 이야기까지. 그런데 전혀 맥락없이 쏟아지는 느낌이다. 그나마 주홍빈에 대해서만 초반부터 중요하게 다루어졌을 뿐 나머지는 이제서야 겨우 처음으로 등장하는 내용들이다. 그마저도 해결해야 한다. 과거의 기억과 억압으로부터 손세동 역시 자유로워져야 한다. 할 일이 많다. 덕분에 주홍빈과 주장원의 화해는 너무나 쉽게 이루어진다. 결심이 어려운 거지 노력은 항상 쉽다. 그럴 의지만 있다면.


주홍빈의 능력을 세상이 알게 된다. 주홍빈의 몸에 칼이 돋은 것을 경찰이 의심하고 있다. 주홍빈이 차를 들어올리는 장면을 누군가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당장은 창이가 좋아한다. 손세동은 관심이 없다. 앞으로는 어떨까? 극단의 갈등을 통해 모든 것을 한 번에 풀어버린다. 어머니를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홍주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언제 갑자기 사라질지 모른다. 이 드라마는 도무지 예측할 수 없다.


오랜만에 옛집을 찾은 주장원을 바라보는 윤여사(이미숙 분)의 표정이 디테일하다. 역시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보여주고 싶은 것도 너무 많다. 게임회사 내부의 일은 단지 사족이다. 손세동과 주홍빈의 관계 역시 별 의미없이 흘러간다. 남편이 입원한 상황에조차 손세동을 의식하고 경계하는 연미정의 광기어린 표정은 인상적이다. 그 뿐이다.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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