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더러운 것이다. 정치적이란 오염되었다는 뜻이다. 정치적이지 않을 때 '순수'하다고 말한다. 정치에 무관심한 것을 오히려 자랑으로 여긴다. 그래서 이런 사람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기도 한다. 정치에 대한 어떤 계획도, 의지도, 지식도, 경험도 없다. 하다못해 정치를 해야겠다는 다짐이나 욕심조차 없다. 그저 개인의 감정에 휘둘려 정치인의 길을 가려 한다.
국회의원으로서 잘해야겠다. 정치를 잘해보려 한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잘하는 것인지 전혀 아무런 생각이 없다. 오히려 묻고 있었다. 어쩌면 유권자 자신에 대한 작가의 신랄한 비판이기도 했을 것이다. 정치에 대해 전혀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정치인을 판단하고 선택하려 하는가. 고작 진상필(정재영 분) 정도의 인물이 단지 정당의 공천을 잘받아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이 이 나라의 정치를 이 모양으로, 차라리 무관심한 것을 자랑으로 여기도록 만들었는가.
그렇다고 진상필의 부족한 자질이나 준비를 문제삼는 이들이 많은 것도 아니다. 단지 의석 하나다. 여당인 국민당이 야당인 한국민주당에 앞선 2개 의석 가운데 하나이고, 여당인 국민당 안에서는 비청계의 수장인 박춘섭(박영규 분)이 친청계의 핵심인 사무총장 백도현(장현성 분)을 쳐내는데 필요한 한 개 의석에 지나지 않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독립된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지만 현실은 정당과 계파의 이익을 위해 동원되는 부속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진상필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경우라 할지라도 의석으로 계량만 될 수 있다면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다. 국회에서 진상필의 자격을 문제삼은 것도 다름아닌 국민당의 국회의원이고, 친청의 실세인 백도현에 의해 공천되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개인이 아니다.
그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비웃고 외면하려 하는 국회와 정치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편으로 이것이야 말로 유권자로서 알아야 할 정치의 실체일 것이다. 정치인을 무엇을 위해 살고, 무엇에 의해 움직이는가. 그렇다면 유권자로서 어떻게 판단하고 선택해야 할 것인가. 무엇이 자신과 모두를 위한 최선일 것인가. 막연히 믿는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오로지 헌신하는 이상적인 정치인을. 그리고 기대한다. 그런 정치인이 나타나 자신의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주기를. 유권자들이 쉽게 정치에 속고 마는 이유다.
역시 묻게 될 것이다.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인이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어떤 것이 좋은 정치인이고, 어떤 사람이 훌륭한 정치인인가. 어느 정도는 판타지도 허용한다. 사람들은 꿈을 꾸려 드라마를 보는 것이다.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현실과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꿈을 조화시킨다. 정치의 한복판에서 정치인이 되어 간다. 정치와는 전혀 상관없이 살아온 어느 평범 이하의 한 개인이 정치를 배우고 몸에 익혀간다. 필연으로 만들 동기도 준비된다. 가장 존경하고 따르던 전위원장 배달수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전 메시지를 하나 남겼다. 시청자들과 함께 쫓는다. 훌륭한 정치와 존경받는 정치인에 대해. 현실이 험난하기에 드라마로 꿈을 꾼다.
아마 드라마적인 재미를 위한 설정이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배달수의 아들 김규환(옥택연 분)이 진상필을 몰락시킬 기회를 노리고 국회의원 인턴을 지원해서 들어온다. 그러나 과연 지금의 진상필에게 몰락시키고 말고 할 무엇이 있기는 한가. 국회의원 인턴에 지원하면 합격할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는가. 상당히 억지스럽다. 결말도 뻔하다. 그러나 삭막할 정도로 사실적인 드라마에서 드라마적인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옥택연이 얼마나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는가가 열쇠다. 아직은 너무 딱딱하다. 너무 힘만 들어가 있다.
한 개인의 죽음마저 정치를 위해 이용한다. 가장 정의롭고 선량한 모습으로. 가장 슬프고 아픈 표정이 되어. 비분강개한 외침에 자못 주먹까지 불끈 쥐어진다. 한 편에서는 모든 것을 조용히 묻으려 공작에 들어가는 이들이 있다. 진상필 역시 미리 쓰여진 원고를 단지 읽어내려갈 뿐이다. 진실따위 누구에게도 전혀 중요하지 않다. 잘 짜여진 연극과 같다. 현실과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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