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꿈이란 것을 꾸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정작 그 꿈을 이룬 사람은 아주 드물다. 나머지는 어디로 간 것일까? 나머지 이루지 못한 꿈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그 꿈의 조각을 주워 다시 이어보려 한다. 포기하고 내 것이 아니라 여겼던 꿈을 다시 꾸어 볼 수 있도록 한다.
사실 어쩌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일 것이다. 하루를 쉬면 내가 알고, 이틀을 쉬면 주위사람이 알며, 사흘을 쉬면 지나가는 개가 안다고 한다. 하나의 분야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그만큼 뼈를 깎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 다른 사람보다 다만 하나라도 나은 것을 가져야 한다. 남들보다 더 나은 기술을 배워 몸에 익히고, 더 많은 경험을 통해 더 넓은 눈과 더 깊은 이해를 쌓아간다. 그 고단한 과정에서 단 하루만 소홀해져도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란 쉽지 않다.
단 하루도 허투루 쉬는 일 없이 매일같이 노력해왔을 것이다. 녹초가 될 때까지 운동장을 뛰고 달리며 공을 차왔을 것이다. 공을 몸에서 떨어뜨리는 일이 있으리라고 감히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운동을 쉬기 시작하며 하루, 다시 하루, 어느새 몸은 훈련을 건너뛴 안락함에 익숙해진다. 욕망에 자신을 맡기고 나태를 즐긴다. 쉬고 싶은 만큼 마음껏 쉬고, 놀고 싶은 만큼 마음껏 논다.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먹는다. 어느날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는 그런 자신이 참을 수 없이 혐오스럽고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그마저 잊게 된다면 꿈은 한때 빛나던 시절의 추억으로 남고 만다.
확실히 그런 것들을 보게 된다. 항상 청춘FC의 안정환 감독이 가장 많이 가장 자주 지적하는 부분들일 것이다. 스스로 먼저 운동장에 나가 자신을 단련하는 법을 잊는다. 혹사에 가깝게 몸을 단련시키며 느끼는 고통마저 성장을 위한 즐거움으로 여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선수들이 프로가 된다. 프로에서도 인정받고 장차 나라를 대표하는 위치에까지 이르게 된다. 세계적으로도 최고의 선수들과 겨룰 수 있는 자격을 갖는다. 편해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재미있는 것을 뒤로 미룬다. 아니 남들은 그저 힘들고 고통스러워하는 그 과정을 편하게, 즐겁게, 쉽게 여긴다. 그러고 보면 청춘FC에서도 발전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은 그런 선수들일 것이다. 정확히 성장한다기보다는 운동을 그만두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에 더 가깝다.
굳이 다시 어려운 길을 가려 한다. 더 이상 반기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부득불 그 힘들고 고단한 길을 다시 가려고 한다. 역시 인간은 꿈을 꿀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일까? 서른살을 훌쩍 넘긴 아이아버지조차 잊었던 꿈을 다시 되찾기 위해 운동장으로 돌아온다. 한참 어린 동생뻘의 선수들과 부딪히고 부서질 것을 각오하고 숨이 가쁘도록 땀을 흘린다. 부상으로 좌절한 이들마저 있었다. 하지만 과연 괜한 꿈을 꾸었다고 스스로 후회하고 있을까? 만일 괴로워한다면 그것은 더 오래 더 많이 꿈꾸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실망이고 한탄이었을 것이다. 꿈을 꿀 수 있기에 인간은 아름답다. 꿈을 꿀 수 있기에 인간은 인간일 수 있다. 그런 잊혀진 꿈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더 고단하고 괴로운 꿈과의 재회를 다루는 한 편의 드라마다.
아마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다시 시작해서 다른 사람들처럼 성공을 거두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더 나은 재능으로, 더구나 지금 자신들이 경험하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고 힘든 과정들을 견디며 노력해 온 이들조차 꿈의 바로 코앞에서 좌절하고 마는 냉정한 세계인 것이다. 아주 작은 차이로 승자와 패자가 갈리고, 아주 사소한 계기로 인해 살아남는 자와 도태되는 자가 나뉜다. 그들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진 것도 아니고, 그들만큼 노력해 온 것도 아니다. 그들보다 더 노력할 수 있는 것도 물론 아니다. 그래도 기회가 주어졌다. 손에 거머쥘 수 있든 없든 그 기회를 쫓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다양한 사연들이 나온다. 어쩔 수 없이 운동을 그만두어야 했던 이유들이 잔잔한 톤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신파로 빠지지는 않는다. 운동을 그만두어야 했던 이유에 대한 원망이나 미움을 내비치지 않는다. 그래서 부담스럽지 않다. 겨우 다시 가질 수 있게 된 꿈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말하지, 이미 지나간 좌절과 체념을 말하지 않는다. '청춘FC 헝그리일레븐'이 가지는 가장 큰 미덕일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운동을 그만둔다. 꿈과 멀어지고 어느새 잊어가고 만다. 그런 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다시 꿈을 꿀 수 있다. 차라리 환희다.
중심에 엄격하면서도 세심한 감독 안정환이 있다. 때로 방송으로 내보낼 수 없는 과격한 언어까지 동원해 그들을 질타하다가도 항상 긍정적으로 그들을 이해하고 격려하려는 모습도 잊지 않는다. 꿈에서 멀어지려는 이들에게는 가차없이, 그리고 꿈이 조금이라도 다가가려 하는 이들에게는 힘들게 운동을 했던 선배로서 따뜻하게 그들의 등을 밀어준다. 안정환 뿐만 아니라 이운재와 이을룡, 김은중 등등 그들보다 먼저 꿈을 이룰 수 있었던 선배들이 나와 길을 가르쳐준다. 힘겹게 그들이 잡은 줄을 붙잡고 끌어준다. 어느새 자신도 그들로부터 위로받고 있는 듯하다.
아마 아직 좌절을 모르는 세대들에게는 그다지 와닿지 않는 이야기일 것이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꿈꾸는 법조차 잊은 이들에게도 전혀 남의 이야기일 수 있다. 아니면 아직 좌절된 꿈이 아프고 시린 이들이라면 차마 보고있기가 고통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꿈을 기억하고, 꿈꾸는 법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작으나마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라운드를 뛰는 선수들 자신이 되고, 벌써 오래전에 놓아버렸던 고통스럽던 과정들이 다시 손끝에 떠오른다. 다시 그때처럼 꿈꿀 수 있다면. 현실의 고단함은 때로 그런 작은 일탈조차 허락지 않는다. 그래도 운동을 그만두었던 선수들도 어떤 식으로든 현실에서 자신의 꿈을 쫓고 있지 않았던가.
마침내 벨기에 전지훈련에서 1승을 거두었다. 상대는 2부에서 1부로 승격한 약소팀의, 그것도 아직 어린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청춘FC의 멤버들이 그들보다 낫다고 자신할 수 없다. 여전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선수들에 비해 그들은 이미 공백이 너무 길다. 경기에 대한 감각도, 무엇보다 자신감도 예전과 같지 못하다. 그만큼 필사적이었다. 연습경기지만 단순한 연습경기가 아니었다. 꿈에 더 다가갈 수 있는가, 없는가. 칼날위에 선 듯한 긴장감마저 느낀다.
최근 고단한 가운데도 졸음마저 이겨가며 일부러 찾아보는 예능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담백하다. 역시 운동선수에게는 눈물보다는 땀이 어울린다. 땀으로 흠뻑 젖어 녹초가 된 선수들의 허탈한 열기가 프로그램 자체인 것 같다. 운동선수는 역시 그라운드에 있어야 한다. 예능인으로서 주가를 올리던 안정환이 감독이 되어 다시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땀을 흘린다. 냉정하면서도 다정하고 긍정적인 감독 안정환의 넉살이 예능프로그램으로서의 재미를 이끌어간다.
좌절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기를. 절망하더라도 체념하지 말기를. 꿈을 꾸었던 기억 만큼은 잊지 말기를. 여전히 꿈을 꾼다. 꿈을 꿀 수 있기를 희망한다. 누군가는 꿈을 꿀 수 있다. 꿈을 이룰 수 있다. 치유되고 있을 것이다. 나도 아직 저들만큼 꿈꾸지 못했다. 땀냄새가 아름답다. 위로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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