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문득 샐러리맨 초한지...

까칠부 2015. 8. 31. 03:03

순전히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작가는 어쩌면 한국사회와 한국의 대중을 비웃으려는 의도로 그 드라마를 썼을지도 모르겠다. 회사에 기여한 것이란 아무것도 없고, 아니 오히려 창업주인 할아버지를 믿고 방약무인 온갖 민폐만을 일삼던 캐릭터였다. 그런데 창업주인 할아버지가 죽고 나니 단지 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후계자로 나서려는 백여치를 지지하는 이들이 있었다.


모가비가 진회장을 배반하고 회사를 차지하기 위해 갖은 무리수를 두게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어째서 자신은 안되는가. 자신의 실력과 실적을 정당하게 평가받아 납득할 수 있는 누군가에게 회사의 주인자리를 넘겨주었다면 그렇게까지 억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백여치다. 백여치가 얼마나 인간적으로나 실력에 있어서나 문제가 많은 여자인지 누구보다 모가비가 잘 안다. 하지만 회사는 원래부터 백여치의 소유였고, 회사를 돌려받으려는 백여치는 정의였다.


그 과정에서 단지 회사의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범법까지 저질러가며 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모습도 정말 가관이었다. 유령회사를 만들어 거짓된 정보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원래 백여치의 회사였고, 원래 주인인 백여치에게 돌아가야 순리였을 테니까. 그러므로 그 과정에서의 사소한 불법들은 지혜로, 계략으로 이해된다. 그래서 더 우습다. 그런데도 고작 노조에서 생산직을 자식에게 물려주려는 것에 대해서는 어째서 그토록 적대적인가.


한국사회의 기업에 대한 저변의 인식과 문화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준 드라마였을 것이다. 하기는 그것은 다른 기업관련 드라마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오너란 말 그대로 기업의 소유주다. 기업에 속한 모든 것에 대한 전적인 권리를 갖는다. 모가비가 죄인이 된 것은 그녀가 정당한 기업의 소유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업은 오로지 오너 개인의 왕국이다.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문득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