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어째서 이토록 무력하기만 한가. 법이란 어째서 이렇게 정의롭지 못한 것인가. 법은 과연 누구를 돕고 누구를 지키는가. 정의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 사회의 법과 정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있지만 그러나 결국 무엇도 지키지 못했다.
자동차 절도 및 밀수출 혐의로 체포된 장한평 박의 핸드폰 통화내역을 추적해서 KL그룹 회장의 비서 윤형석(박성근 분)이 관련되었을 가능성을 겨우 더듬어 찾아낼 수 있었다. 이제 윤형석의 핸드폰 통화내역만 추가로 확인해서 증거를 보강할 수 있으면 윤형석은 물론 그 배후에 있을 KL그룹에까지 수사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 최소한 그런 가능성이 보였다. 그런데 정작 검사인 고병욱(장인섭 분)이 수사지휘권을 앞세워 수사를 방해하더니 이제는 아예 수사 자체를 가져가 버리고 만다. 더 이상 윤형석과 그 배후의 KL그룹을 수사할 방법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허탈해하는 강력1팀을 보며 검사는 웃고 있었다. 누구를 위한 웃음인가. 다름아닌 이 사회의 법과 정의를 지키려 선택된 엘리트의 웃음이었다. 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박동일(김갑수 분)이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이라고 조금의 의심도 없이 한결같이 믿어왔었다. 원망했고, 미워했고, 그리고 용서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았다. 박동일이 강태유의 총에 맞기 전 보내온 문자와 하필 교도소에서 출소하자마자 강태유를 찾아가 납치하여 살해하려 한 배경과 무엇보다 교도소에서 박동일이 자기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노라 소란을 피운 적이 있었단 이야기까지 들었다.
이제 겨우 정신을 차린 박동일로부터 사실을 확인해야 하는데 그러나 정작 먼저 사실을 전해들은 염상민(이기영 분)으로 인해 그만 어이없이 살해당하고 말았다. 박동일이 입을 여는 것을 두려워한 강태유가 비서인 윤형석을 보내 살해한 것이었다. 병원으로 박동일을 찾아온 적이 있던 식당주인의 가게에서 강태유를 마주쳤는데 그의 죄를 입증할 방법이 그녀에게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강태유가 진범인데 공소시효까지 지나 최영진(김희애 분)에게는 그를 처벌할 아무런 수단도 남아 있지 않았다. 강태유는 오히려 웃고 있었다.
차라리 자신의 죄가 탄로난 강태유가 더 여유롭고 냉정하며 침착하다. 차라리 전기총으로 윤형석을 쓰러뜨리고 강태유에게 권총까지 겨누는 최영진이 비정상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찌해야 하는가. 일개 강력팀 팀장이다. 무려 KL그룹의 회장이다. 수사를 결정할 권한조차 그녀에게는 없다. 벌써부터 의심스러운 점들이 눈에 띄어 수사를 시작한 터이지만 그마저 혹시라도 누가 알기라도 할까봐 최대한 조심스럽게 몰래 하고 있던 중이었다.
강태유의 비서인 윤형석을 수사하려 할 때 현직검사까지 나서서 수사를 방해하고 있었다. 증거도 없다. 증인도 죽어버렸다. 공소시효도 지났다. 법에 맡겨야 할까? 법의 판단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할까? 그러기를 강태유는 바란다. 법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다. 정의가 자신을 도와줄 것이다. 그것이 그가 살았던 시대의 법이고 정의였다. 누구의 법이, 누구의 정의가 과연 승리할 것인가. 막다른 궁지로 몰려 있다.
찾 얄궂다. 자동차절도 및 미수출 조직을 순조롭게 일망타진할 때는 동생인 최남진(신소율 분)과의 사이가 최악이었다. 이제 최남진과 화해하려 하니 수사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 역시 의도했을 것이다. 최영진의 고단하고 우울한 일상과 그녀가 쫓는 여러 강력사건들은. 더구나 그 사건의 배후에 바로 이 사회의 주류에 속하는 강태유가 도사리고 있었다.
최영진이 믿고 의지해야 할 법과 정의와 질서마저 강태유를 돕고 강태유의 편에 선다. 어쩌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고작'에 불과할 공무원 시험에 벌써 동생 최남진은 7년이나 매달리고 있었다. 포기하려 해도 이미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을 찾았다. 그러나 체포는 커녕 수사할 아무런 수단도 그녀에게는 주어져 있지 않았다. 절망과 좌절, 그리고 무력감이 극단적인 행동으로 나타난다. 차라리 이대로 모든 것을 부숴버리고 말겠다. 그럴 수 없음을 안다. 강태유가 웃는 이유다. 최영진은 결코 그럴 수 없는 사람이다.
이제는 한진우(손호준 분)와 민도영(이다희 분)의 달큰한 대화들이 낯간지럽기만 하다. 어쩐지 너무 뻔하다. 그리고 흔하다. 하기는 한진우와 민도영의 로맨스는 드라마의 주제가 아니다. 고작 수사하는 사이사이 막간에 불과하다. 딱 그 정도의 성의와 노력만을 기울인다. 더 새로울 것도 더 놀랍거나 정교할 것도 없다.
항상 가까이 붙어지내던 젊은 남녀가 조금씩 서로에게 익숙해지며 서로의 매력을 찾아간다. 다만 그러기에는 이번에는 분량이 조금 길었다. 딱 이쯤이면 좋은 수준에서 살짝 넘어서고 있었다. 차라리 더 쪼개고 나누어 지루하지 않게 촘촘이 배치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민도영의 무모한 정의감이 어이없으면서도 귀엽게 느껴진다. 그런 경찰이 진짜 있었으면. 한진우가 민도영에 호감을 가지는 이유를 이해한다.
위기다. 없던 일로 아무일없이 넘어가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중견기업 회장의 비서를 기절시키고 회장 자신에게는 총을 겨눈다. 범죄혐의까지 언급한다. 박종호(김민종 분)가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때일 것이다. 염상민에게는 최영진을 지켜줄만한 동기가 없다. 오히려 최영진을 더 궁지로 몰 이유라면 넘칠 정도다.
최영진의 무리한 행동이 자신과 강력팀에 위기를 가져오지만, 한 편으로 기회도 만들어준다. 경찰과 검찰이 그렇게 무능하고 부패하기만 한 조직은 아닐 것이다. 최영진의 강력 1팀 역시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드라마가 한층 더 급해진다. 한 주를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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