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어셈블리 - 다시 살아난 백도현, 진상필 자신의 길을 가다

까칠부 2015. 9. 11. 04:58

결국 현실정치가 가지는 이같은 수많은 문제들의 근본적 원인은 공천권 이 한 가지에 거의 수렴되고 있을 것이다. 정치를 잘해서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표를 주어 뽑아주는 것은 당연히 유권자들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유권자 앞에 나가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바로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지도부와 계파수장들일 것이다. 이들의 눈밖에 나면 아무리 정치를 절해도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기회조차 가질 수 없다.


그래서 국민이 아닌 당지도부나 계파수장들의 눈치를 본다. 자신을 지지해 준 유권자가 아닌 자신을 공천해 준 당내 실세들을 위한 정치를 하게 된다. 처음에는 자신이 반드시 하고 싶은 이상적인 정치를 하기 위해서.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국회의원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리기 시작한다. 국회의원으로서 누리는 수많은 특혜와 권한들이 국회의원이 아닌 자신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게끔 만든다. 어떻게 해서든 당의 실세들의 눈에 들어야 공천도 받고, 국회의원 자리도 지킬 수 있다. 아예 처음부터 그것이 목적인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 의석은 정해져 있고,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너무 많다. 싸움이 일어나는 이유다.


의석수는 곧 정당과 계파의 힘일 것이다. 의결이란 다름아닌 머리수싸움이다. 표결까지 가면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한 쪽이 대부분 승리하도록 되어 있다. 자신들이 원하는 결론을 확정짓고, 자신들에 불리한 결론은 거부한다. 자신들에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만든다.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더 많은 공천권이 필요하다. 계파의 보스가 더 많은 공천권을 확보할 때 계파에 속한 국회의원 역시 안정적으로 자신의 국회의원 자리도 지킬 수 있다. 박춘섭(박영규 분)이 백도현(장현성 분)과 손잡고 당권을 노리는 이유일 것이고, 백도현이 대통령의 선거자금내역을 건네면서까지 박춘섭의 도움을 요청한 이유이기도 했을 것이다. 당장 힘이 있어야 구속수감중인 보좌관 임규태를 꺼내줄 수 있고, 임규태를 꺼내줄 수 있어야 지금의 자리나마 지킬 수 있다.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하지만 결국 진상필(정재영 분)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일찌감치 지역구 공천을 포기한 홍찬미에게도 역시 전혀 상관없는 남의 이야기에 불과했다. 국회의원이란 단지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비참하게 죽어간 직장선배 배달수(손병호 분)의 유언이 국회의원이 되어 의정활동을 하는 사이 어느새 진상필의 안에서 오롯한 의지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정치를 해보고 싶다. 국회의원으로서,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에 걸맞는, 진짜 국회의원다운 제대로 된 정치를 한 번 해 보고 싶었다. 국회의원이란 그를 위한 수단이지,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하는 목적이 아니었다. 누가 더 많은 공천권을 가져가고, 그래서 누가 얼마나 더 많은 국회의원을 거느린 힘있는 계파의 수장이 되어 있든, 그러나 진상필에게는 그 무엇보다 우선해서 하고자 하는 일들이 있었다. 국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써 국민당 역시 바꾸고 싶었지만 현실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대신 할 수 있는 것들만을 한다.


박춘섭이 진상필의 기자회견을 보며 나직이 뇌까린다.


"포퓰리즘이구만..."


언제부터인가 국민을 위해 무언가 베푸는 정책을 내놓으면 당연하게 따라붙는 말이 있었다. 국민이 간절히 바라고, 실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에 대해 때로 국민의 인기에 영합하려는 얄팍한 술수라며 '포퓰리즘'이라는 딱지를 붙여 버린다. 진정 국민을 위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정치인 개인의 인기를 올리기 위한 무책임하고 선동적인 선심성 정책이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바라는 정치를 하고 그 대가로 높은 인기와 지지를 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기본이며 원리일 것이다. 그것을 부정한다.


물론 정책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나중에라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불거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모여서 토론도 하며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모두가 모여 머리를 맞대고 대책과 대안을 궁리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라고 있는 것이 민주주의다. 그러라고 비싼 세금을 써가며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고, 다시 막대한 세비며 활동비를 지급하고 있는 것일 터다. 싸우더라도 바로 그런 때 싸우라는 것이다. 경쟁하더라도 바로 그런 것들로 경쟁하라는 것이다. 더 좋은 정책과 법안들로, 더 나은 방법과 대안들로, 그리하여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정치인과 정당이 국민 자신에 의해 뽑힐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정작 '포퓰리즘'이라며 자신을 위한 정책마저 거부하려는 것이 유권자 자신들이기도 하다. 정치인이 정치적인 것을 거부하는 결벽증이 정치인이 정치인답지 못하도록 만든다.


백도현이 다시 돌아왔다. 사면초가의 최악의 상황에서, 심지어 최인경이 파놓은 함정에서도 마지막 목숨줄을 잡고 다시 살아서 돌아왔다. 당지도부의 공석을 대신할 비대위원장을 맡은 박춘섭의 옆에서 비대위원이 되어 다시 권력의 심장부로 들어갔다. 정치를 안다. 백도현이 하는 정치가 바로 현실의 정치다.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실제의 정치다. 배신과 야합, 거래와 공작으로 이루어진. 백도현에게도 국민을 위한 이상적인 정치를 고민하던 순수하던 시절이 있었다. 진상필은 정확하게 그 백도현의 반대편에 선다. 백도현이 포기한 정치의 이상을 진상필이 현실로 이루어내려 시도한다. 대통령까지 배신한 백도현을 노회한 박춘섭이 그대로 보아 넘길 리 없다. 겨우 다시 이은 꿈은 화려하지만 결코 길지 못하다.


대통령은 백도현에게 아랫사람으로서 현명한 처신을 강조한다. 백도현 역시 보좌관인 임규태에게 현명한 판단을 요구한다. 자신을 저버리려는 대통령에게 백도현은 이를 드러낸다. 임규태 역시 백도현에게 노골적으로 위협을 가해온다. 백도현 스스로 홍찬미에게 말한 바 있었다. 동지가 아닌 단지 동업자였다. 그의 가치다. 그의 위치다. 자신이 만들어 온 길이다. 단 두 사람이라도 진상필의 딴청계는 든든하다. 의미심장하다. 꿈은 깨어야 하기에 슬프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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