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청춘FC 헝그리 일레븐 - 아름다운 패배, 자신들의 성장을 확인하다

까칠부 2015. 9. 27. 08:13

도전과 노력이 아름다운 것은 결과가 약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무런 기대도 희망도 없는데 무작정 도전하고 노력부터 하는 것은 그저 어리석음이고 무모함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동안 도전하고 노력한 결과를 확인한다. 어디까지 얼마나 와 있는가. 제대로 바른 길로 온 것이 맞는가. 앞으로 나가야 할 길에 대한 이정표다. 지나온 길에 대한 증명이다.


그야말로 괄목상대다. 과연 지금 보고 있는 선수들이 뛰는 것도 버거워서 일그러지던 그 선수들이 맞는가. 비록 1부인 클래식이 아닌 2부의 챌린지에 소속되어 있기는 하지만 당당히 K리그에 등록되어 있는 현역프로축구선수들일 것이다. 그런 이랜드FC의 선수들을 상대로 조금도 주눅들거나 물러서는 법 없이 90분 내내 맞서고 있었다. 득점도 3대 2, 마지막 인저리 타임에서 한 골만 먹지 않았다면 무승부도 가능했던 스코어였다. 어느새 그들은 여기까지 와 있었다.


아마 그래서 많은 팬들이 그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익숙지도 않은 길을 찾아 관중석을 채우고 있었던 것일 터다. 경기장 밖에서도 더 많은 팬들이 굳이 번거로움과 위험마저 무릅써가며 그들의 경기를 지켜보려 하고 있었다. 그들의 성장을 보고 싶다. 그들의 현재를 보고 싶다. 그들의 미래를 확인하고 싶다. 그것은 보람이다. 그리고 희망이기도 하다. 어느 관객이 했던 말 그대로다. 자신도 아직 꿈을 꿀 수 있고, 도전할 수 있고, 노력할 수 있다. 그들은 수많은 팬들의 대신이기도 한 것이다.


남하늘의 놀라운 개인기와 돌파, 두 골 모두에 기여한 오성진의 패스와 슈팅, 결정적인 순간에 침착하게 질러넣은 김동우의 첫골, 필요한 곳에 이제석이 있었고 이제석의 패스가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현역인 이랜드FC 선수들에 비해 체력이나 경기력면에서 많은 한계를 드러낸 것은 사실이었다. 어쩔 수 없다. 청춘FC선수들 가운데는 길게는 벌써 몇 년이나 운동을 쉬었던 선수들도 적지 않았다. 그 공백은 단기간에 쉽게 메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알기에 상대팀인 이랜드FC의 선수들도 청춘FC 선수들의 도전을 응원한다. 어쩌면 그들 가운데도 운동을 그만두어야 했을지 모르는 위기가 한 번은 있었을지 모른다.


실패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패배란 곧 자신의 이야기일 수 있다. 아주 작은 계기다. 단 한 번의 판단과 선택이다. 그래서 더 사람들은 청춘FC를 지켜보고, 청춘FC선수들의 도전과 노력을 응원한다. 그들처럼. 혹은 자신처럼. 대리만족을 얻는다. 자신을 위한 힘을 얻는다. 한 번의 좌절을 겪고 여기까지 왔다. 한 번 포기했다가 다시 시작하는 어색함과 어려움을 이기고 어느새 여기까지 와 있었다. 고작 한 골이다. 고작 한 번의 시합이다. 더구나 패배했다. 하지만 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들에게 누구보다 큰 적은 바로 자신이었을 테니까. 포기하고 좌절했던 자신이었을 테니까.


아버지의 김밭에 나간 김바른의 표정이 밝다. 프로가 될 수 있어서? 프로가 되어 축구를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것은 이미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도전을 했고 만족할만한 성과도 내었다. 자신을 증명했다. 자신의 자리를 확인했다. 설사 다시 포기하게 되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태운다는 것일 테다. 한 점 앙금도 미련도 없이 자신을 내던진다. 그러고 나면 포기도 차라리 홀가분하다. 아버지를 돕는 김바른의 몸짓도 그래서 무척 가볍다. 


절제된 드라마라서 오히려 더 큰 감동이 된다. 울지 않는다. 소란피우지도 않는다. 그저 담담히 보여준다. 고작 예능프로그램 하나가 사람들을 여기까지 바꿔놓았다. 안정환과 이을룡 두 감독의 표정에도 흐뭇함이 감돈다. 선수선발에도 고민이 많았다. 무엇보다 선수 자신을 위해서. 선수들 모두를 위해서. 함께 성장해가는 선수들을 지켜본다. 보람이다.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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