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마르크스의 여러 천재적인 직관에 항상 감탄하는 편이지만, 특히 그 가운데 가장 감탄하는 것이 '사회하부구조가 사회상부구조를 정의한다'는 명쾌한 정의일 것이다. 사회의 물적 경제적 토대가 사회의 정치, 문화, 종교, 관습 등을 정의한다. 이슬람 역시 마찬가지다.
간단히 기독교는 어떻게 세속화되었는가. 루터의 종교개혁을 후원한 것은 로마의 가톨릭 교회를 달갑지 않게여기던 독일의 영주들이었다. 교회가 사사건건 세속권력에까지 관여하며 그들을 좌우하려 한다. 그런 점에서 오스만투르크의 술탄이 마지막 칼리프로부터 칼리프를 찬탈한 것도 유의해 볼 만하다.
충분히 세속권력이 성장했을 경우 당연한 말이지만 종교권력에 의해 간섭받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나타나게 된다. 권력이란 형제와도 나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종교를 더 억압하고 통제하며 심지어 자신의 권력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시도마저 나타나게 된다. 당장 이슬람권에서 세속주의 독재자들이 종교권력을 억압해온 과정을 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부시가 후세인의 이라크를 치려 할 때도 그래서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었다. 만일 후세인이 사라진다면 후세인이 억누르고 있던 이라크의 근본주의가 중동 전체로 확사되어 평화를 위협하게 될 것이다. IS가 어디서 주로 나타났는가. IS의 동력은 과연 무엇이던가. 리비아와 이집트, 그리고 시리아에서 세속주의 독재자를 몰아냈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고 있었는가.
그러면 여기까지는 되었고 그 다음은 도대체 무엇이 문제라서 더 이상의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인가. 유럽의 종교개혁에서 그 다음단계가 누구이던가. 칼뱅이다. 그리고 그를 지지하던 도시상공인들이다. 부르주아다. 프랑스대혁명 당시 부르주아들이 타도하려 했던 것은 비단 귀족이라는 봉건적인 신분만이 아니었었다. 가톨릭 역시 타도의 대상이었다. 당연하다. 어차피 돈도 벌 만큼 벌었다. 벌었다면 번 만큼 누리고 살아야 하는데 귀족이든 성직자든 성가시게 자꾸 간섭하려 한다. 즉 사회적 지위와 권력에 대한 경쟁관계가 부르주아로 하여금 이들 두 전근대적인 권력을 적대하며 무너뜨리도록 만든 것이었다.
실제 이슬람권에서도 경제적으로 융성하던 근세 이전에는 다른 종교에 대해 관대했고 사회적으로도 무척 세속화되어 있었다. 종교적 열정만큼이나 자신의 삶을 누리려는 의도나 동기도 강했고 그런 만큼 사회도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문제라면 유럽이 경제적으로 성장해가는 만큼 반비례해서 이슬람의 경제가 피폐해져가고 있었다는 점일 것이다. 지중해의 제해권을 잃고, 지리상의 발견으로 아시아와의 무역으로 벌어들이던 이익의 상당부분을 잃게 되었다. 몽골의 침입으로 인해 농업기반과 사회기반이 무너진 것도 한 몫 했다. 인도양에서의 해상주도권마저 잃으면서 점점 성장해가는 해상무역에서 소외되고 있었다. 여기에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성장한 유럽의 제국주의 침략은 유럽세계에 대한 적개심과 이슬람민족주의의 강화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슬람이야 말로 자신들의 정체성이다.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다. 석유는 중동의 이슬람국가들에 막대한 부를 가져다주었지만, 그 부는 이슬람국가들 내부에서 성공한 상공인층을 성장시키기보다 특수한 신분의 몇몇 개인들에 집중되기 일쑤였다. 세속의 권력자들은 그 부를 독점하며 서방과의 관계를 통해 전제적인 통제와 억압을 정당화했고, 그것은 결국 다수의 이슬람 주민들이 경제적 빈곤과 부자유한 삶속에 방치되는 결과를 낳았다. 종교와 경쟁하기에는 여전히 종교는 그들이 현실의 부당함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종교가 더욱 근본주의적인 성향으로 치닫게 되는 이유다. 와하비즘도 결국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이슬람 근본주의를 근절하려면 방법은 간단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무척 어렵다. 이슬람세계의 경제를 지금보다 더 위로 끌어올리면 된다. 자본은 인간을 타락시키고 세속화시킨다. 자본의 맛을 들이면 결국 더 이상 원리주의의 세계에 머물 수 없게 된다. 개인이 아니다. 계급이다. 하나의 세력이 되어야 한다. 차라리 원리주의 정부를 지지하며 그로부터 이익만을 얻으려 한다. 그냥 현실이다. 강대국의 이해가 지금의 이슬람을 만들었다. 어쩌면 본능적인 발버둥인지도 모른다. 근본주의라는 것은.
어째서 이슬람은 기독교처럼 현대화되지 못했는가. 이슬람이 열등해서? 어차피 모든 종교에는 비슷한 문제들이 내재되어 있다. 기독교는 문제가 없는가. 한국기동교는 심지어 목사 개인을 우상화하는 자기모순적인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결국 구조의 문제다. 사회구조의 문제며 역사구조의 문제다. 쉽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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