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안철수 신당이 가지는 불안요인...

까칠부 2015. 12. 22. 00:52

아마 안철수는 아직 정치라는 야생을 자기 발로 온전히 버티며 걸어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2012년 대선후보로 출마했을 때는 정치신인으로서의 신선함에 가려지고, 이후로는 문재인과의 단일화 협상으로 묻혔다. 그리고 일방적인 후보사퇴 이후에는 타겟은 오로지 문재인 한 사람에게로 향하게 되었다.


대선이 끝나고 처음 자기 이름을 앞세워 신당을 만들었을 때는 너무 미약해서, 민주당과 합당하여 새정연을 만든 뒤에는 김한길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져 있었다. 김한길과 더불어 사퇴한 뒤로는 박영선을 거쳐 문재인이 정식 당대표로 취임하고 있었다. 이후로는 오로지 문재인을 흔드는 저격수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문재인이 자신의 주장을 '새누리당의 논리'라 했다는 이유로 몇 달이 지난 탈당 전날에도 문밖까지 들리도록 목소리를 높였다 한다. 정치현장에서의 마타도어란 그런 정도가 아니다. 인간으로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도 아무렇지 않게 뱉어낸다. 공식석상이 아닌 곳에서는 그 이상의 치졸하고 야비하며 저열한 공격들이 이어진다. 당장 현직 서울시장으로 야당의 유력대선주자로 떠올린 박원순을 향한 공격들을 보라.


문재인은 그다지 직접적으로 공격하지 않는다. 딱히 개인의 신상을 가지고 공격할만한 부분이 그리 많지 않다. 기껏해야 망한 참여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는 정도? 문재인의 무능과 리더십부재는 야당에 더 치명적이다. 가만 내버려둬도 오히려 새누리당에는 유리하다. 더구나 굳이 새누리당이 공격하지 않아도 야당 내부에서 안철수와 비주류가 공격한다. 오히려 문재인을 공격하는 안철수와 비주류의 목소리를 집중해서 보도함으로서 그들의 입장을 부각시킨다. 야당은 그저 자기들끼리 싸움이나 일삼는 무능한 집단이다.


그동안 안철수에 대한 공격은 상황이 그랬고,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고, 다른 대상이 있었기에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었다. 그런데 안철수의 신당이 가시권에 들어오며 상당부분 새누리당의 지지층을 잠식해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새누리당이 가만히 있을까? 간단히 그동안 대선을 앞둔 단일화 과정이나 문재인과의 갈등 과정에서 친노지지층에게서 나온 이야기들을 돌이켜보기 바란다. 그 이상의 파렴친한 공격들이 언론과 사법부까지 장악한 여당에 의해 가해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당대표로서 자신이 그것을 정면에서 모두 감당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을 견딜 수 있겠는가.


중도층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중도층은 대개 정치에 관심이 없다. 관심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정치를 혐오하는 정서가 강하다. 그래서 정치를 대상화한다. 정치를 객관화하여 이상화하려 한다. 안철수 바람이 바로 그것이다. 박찬종부터 시작된 바람들은 대개 그런 이유로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역시 같은 이유로 바로 꺼져버리곤 했었다. 안철수와 민주당과 합당하고 지지율이 급락한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기성정치인들과 어울리며 같은 행동을 한다. 그런데 앞으로 당을 만들려면 안철수는 그들 기성정치인과 어울려 기성정치를 어느 정도 답습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무소리도 나지 않을 것을 자신하는가.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교섭단체로서 제도권에 안착할 수 있으면 그보다 좋을 수 없을 것이다. 정치와 거리를 두던 무당층 부동층 중도층이 비로소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특정한 정치적 지향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 함께 당을 꾸릴 사람들을 영입하는 과정에서부터 이후 당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언론과 여권의 공격이 시작되면 이런저런 불필요한 이야기들이 불거지고 할 것이다. 만성이 되어 있는 야권의 기존지지자들과는 달리 신당은 지지자조차 그런 상황에 익숙지 못하다. 다만 과연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이 언제부터 그 공격을 시작할 것인가 하는 것인데.


안철수 신당의 성패여부는 그래서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의 공격으로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언제 어느 수준으로 안철수의 신당과 안철수 자신을 공격의 대상으로 여길 것인가. 위협이 안되다면 무시할 것이다. 무시한 채 야권분열을 위한 수단으로 적극 이용할 것이다. 공격이 시작된다면 그것은 위기인 동시에 기회일 수 있다. 그다지 지지할 생각은 들지 않지만 그래도 기왕 하는 것이면 잘하기를 바랄 뿐이다.


더불어 탈당 이후 호남을 집중해서 언급하며 찾는 행보는 그다지 현명한 것이 못된다. 이윤석도 말했다. 새정연은 전라도당이다. 오히려 고향인 부산에 집중하면서 영남권의 지지를 먼저 확보하고 그를 바탕으로 호남의 지지까지 끌어오는 전략이 더 유효할 수 있다. 호남은 호남을 위해주는 후보보다는 호남에 대한 차별을 끝내 줄 수 있는 후보를 원한다. 호남의 고립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새정연 시즌2나 별책부록이 아닌 독자적인 정체성으로 성공하고자 한다면 새정연 인사들과도 거리를 두어야 한다. 문재인처럼 정동영이나 만나고 다니다가는 그대로 끝이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성공해서 양당의 고착된 구조 위에 중도의 또다른 제 3의 세력을 제도권에 안착시킬 수 있을 것인가. 지지율은 그다지 믿지 않는다. 나는 원래 중도층 무당층 부동층 이쪽의 지지율은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허깨비같다.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봄날씨같다. 비가 오다가 날이 개고 바람이 불다가 진눈깨비가 나린다. 역시 안철수가 대표로서 온전히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아직까지는 불안하다. 하기는 내가 불안할 문제가 아니다. 안철수 자신이 불안할 일이지. 한 사람이라도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으면 좋다. 정치와 정치인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유권자가 많으면 정치는 분명 발전한다. 나쁠 것은 없다. 믿음이 가지 않을 뿐. 일단은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