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부들이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를 결론지을 수 없어서 결론짓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결론짓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선이 있어야 했다. 최소한 얻어내야 하는 선이 있기에 끝끝내 타결을 거부했던 것이었다.
결국 이명박의 아마추어적인 외교가 뿌린 씨앗이다. 그리고 그거 좋다고 지지한 국민의 무지와 성급함이 빚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이명박이 독도와 과거사 문제로 일본의 국가감정까지 거스르며 정면으로 도발했고, 그로 인한 일본과의 갈등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다. 박근혜 역시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과연 그런 상황을 미국이 반겼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싸우면 당연히 미국은 일본의 편을 든다. 일본에 더 큰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막말로 한국은 영 아니다 싶으면 그냥 포기해도 상관없다. 한국 없어도 일본만 있으면 미국의 태평양전략 자체는 어떻게든 유지된다. 물론 한국도 있는 것이 더 좋기에 한국에 압력을 행사하게 된다. 일본과 사이좋게 지내라.
그동안 정부들은 과거사 문제야 어떻든 일본과의 관계 자체는 우호적으로 잘 유지해 왔었다. 과거사와 관련해서는 상당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정작 외교적으로는 북한문제에 공조하는 등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왔었다. 굳이 미국이 나서서 어느 한 쪽의 편을 일방적으로 들어주어야 하는 상황만큼은 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 나라가 미국의 이익을 지키면서 공조하는 이상 그 이외의 다른 문제는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풀 문제였다. 그런데 그 전제 자체를 부정해 버렸다.
이런 것도 외교 잘한다 해야 하는 것인지. 할 줄 아는 게 외교 뿐이었는데 그 외교가 이 모양이다. 그런데 기억하기로 당시 일본과의 경색국면을 오히려 반기던 것은 국민이었다. 감정과 실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외교란 단지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고서는 이번 협상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감정대로 다 되는 것이 외교라면 외교가 어려울 것이 뭐가 있겠는가.
참여정부더러는 아마추어라더니. 그러나 정작 자신들은 외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언론도 국민도 외교는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지지율만 올리면 된다. 정권만 잡으면 된다. 감정만 충족시키면 된다. 이제 비난하는 것으로 자신의 감정을 충족하려 한다.
예정된 결과였다. 한일관계가 필요이상으로 경색되면서 이렇게 될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미국이 바라지 않는다. 미국의 이익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었다. 내년이 아마 병신년일 것이다.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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