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상 - 펀치(수미일관하는 완성도와 뚝심이 대단하다. 1년이 지나도록 기억에 남는 몇 안 되는 드라마다. 대부분은 서너달만 지나도 그런 드라마가 있었다는 사실마저 잊는다. 장면 하나하나가 다 기억난다.
남우주연상 - 김래원(연기를 잘하는 정도가 아니라 자기만의 아우라를 만들어 가질 줄 아는 경지에 이르렀다. 조재현, 최명길 등 난다긴다는 선배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오히려 더 강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다. 굳이 연기에 대해 평가하는 자체가 의미가 없을 것이다. 배우다. 그냥. 단지.)
여우주연상 - 김희애(오로지 김희애 때문에 '미세스캅'을 끝까지 볼 수 있었다. 시나리오도 나쁘지 않았지만 과연 김희애가 아니었어도 주인공 최영진이 그처럼 매력적일 수 있었을까. 여성이면서 형사다. 어머니이면서 강력팀 팀장이다. 어쩌면 모순될 수 있는 그 간극을 훌륭히 연기로써 녹여낸다.)
남우조연상 - 박혁권('정도전'의 초반을 박영규의 이인임이 이끌었다면 '육룡이 나르샤'는 박혁권이 연기한 길태미로 인해 비로소 자신의 자리와 갈 길을 찾았다는 느낌이다. '정도전'의 아류가 아닐 수 있었다. 그 최후는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다.)
여우조연상 - 신은경(배우 개인의 사생활은 원래 그다지 관심이 없다. 단지 연기만을 기억한다.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을 완성시킨 것은 바로 신은경이 연기한 윤지숙의 캐릭터였다. 윤지숙이야 말로 드라마의 시작이며 끝이었다. 드라마의 모든 주제를 온전히 혼자서 감당해낸다. 신은경이 아닌 윤지숙과 윤지숙이 없는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각본상 -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작품상까지는 아닌 것은 어쩐지 저예산영화를 보는 듯한 낯선 느낌이 감점요인이 되었다. 하지만 수미일관하며 전혀 어떤 모순도 어색함도 없이 얽히고 뒤집히는 과정과 사연들이 어느새 하나의 큰 그림으로 완성되는 짜릿함마저 느끼게 해준다. 드라마가 모두 끝난 순간 어떤 깨달음과도 같은 희열을 느끼게 된다. 작가의 필력이며 드라마의 힘이다. 물론 연기도 좋았다.)
특별상 - 안내상(송곳은 마무리가 아무래도 좀 허술해서. 하지만 아무거라도 상을 주고 싶었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감동이었다. 인터뷰는 그리고 더 큰 감동이었다. 어려운 시절이다. 희망이란 전혀 보이지 않는 암울한 가운데다. 그래서 더 인상에 남는다. 다시 보려 한다.)
이밖에도 '아름다운 나의 신부'의 주인공 김도형을 연기했던 김무열과 '사랑하는 은동아'의 두 주인공 주진모, 김사랑도 후보에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둘 다 드라마 자체로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 편이었는데, 그러나 역시 하나같이 마무리가 아쉬웠었다. '미생'도 괜찮기는 했지만 '송곳'과 마찬가지로 완성도 자체로만 놓고 본다면 역시 부족한 것이 눈에 띄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악역을 맡았던 서이숙의 연기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풍문으로 들었소' 역시 작품상의 유력한 후보였지만 안타깝게도 인상에서 밀렸다. 솔직히 거의 다 써가는 무렵에서야 기억에 떠올랐다. 그래서 문제다.
굳이 평가해 보겠다고 예전에 썼던 리뷰들을 훑어보는 수고를 하지 않았다. 인상으로 결정하고 싶었다. 어떤 작품이, 어떤 배우의 연기가 지금 자신에게 가장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는가. 어떤 작품들은 오래되었음에도 기억에 더 생생하고, 어떤 작품들은 불과 얼마전에 종영되었는데 있었는지조차 기억에 흐릿하다. 사실 가장 인상에 강하게 남은 것은 작년 방영했던 '정도전'과 '라이어게임'이다. 그 전에 방영된 '골든타임'과 '착한 남자도 역시 선명히 기억된다.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자신에게는 없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말 그대로 개인의 인상평가다. 아무런 권위도 가치도 없는.
과연 내년에는 몇 편이나 되는 드라마가 1년이 지나 내 기억속에 남아 있을 것인가. 어떤 배우와 어떤 캐릭터가 기억에 남아 그때의 감동을 곱씹게 만들 것인가. 좋은 드라마는 시청자와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 추억으로 녹아 평생을 함께 살아숨쉬게 된다. 그런 드라마를 만나는 것도 복이다. 작년은 이랬다.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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