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말 반복이다. 지친다. 어느 초등학생 공책 표지에 그런 그림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대학이나 공장이냐 둘 중에 선택하라. 공부 열심히 하면 무지개가 깔린 대학에 가는 것이고, 공부를 게을리 하면 시커먼 길을 지나 공장에서 노동자가 될 것이다. 바로 그것이다.
심지어 야권지지자들 가운데도 그런 소리를 하는 인간들이 있었다. 참여정부 당시 비정규직이 파업을 하자 정부를 지지하던 인간들 가운데 학교 다닐 때 공부 열심히 하지 그랬느냐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놈들이 적지 않았었다. 공부 열심히 했으면 판검사 되고, CEO되고, 대기업 임원이 되고, 그러나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기에 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핍박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비정규직의 처우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유다. 자기와 상관없으니까. 자기의 주위와도 상관이 없으니까. 그래야 하니까. 그런 삶을 살아서는 안되는 것이니까. 그래서 공부하는 것이고, 그래서 노력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가 괜찮다 싶을 정도로 나아지면 어찌하는가? 그리 말하지 못하지 않는가?
"너 공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저렇게 된다."
말하자면 징벌이다. 공부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 노력을 게을리 했다. 그러므로 벌을 벋아야 한다. 그것이 공장노동자다. 비정규직 노동자였다가 이제는 정규직까지 확산되었다. 더 좋은 직업들이 넘친다. 그에 비하면 정규직이라고 뭐 대단할 것이 있는가. 특히 자영업자들은 어찌되었든 사장님이라 불린다.
그러므로 더 나아질 필요가 없다. 지금도 충분하다. 아니 지금도 너무 넘친다. 더 열악하게. 임금도 깎고, 해고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하고, 누릴 수 있는 것들은 다 빼앗아야 한다. 그래야 동기가 생긴다. 부자가 되고 권력을 가진다. 정의라 믿는다. 노력하지 않은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
문득 '송곳'의 대사가 떠오른다.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에게 상을 주는 걸 누가 뭐라 하겠는가. 경쟁에서 졌다고 벌을 주는 게 문제인 것이다. 평범함에 벌을 주라고 국가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가슴을 울린다. 하지만 시청률이 곧 대한민국의 수준이었다. 서명운동을 한다. 그것을 지지한다. 웃을 수밖에 없다.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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