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유권자라는 이름의 세금도둑...

까칠부 2016. 1. 30. 02:28

이번 총선을 앞두고 출마를 준비중인 측근인사들을 위해 지역사회에 배정한 선심성 예산이 물경 수천억이라던가. 어느 지역구 의원은 자기가 수천억에 해당하는 예산을 끌어다 예산폭탄을 안겼다며 대놓고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면 그 돈이 다 어디에서 나왔겠는가.


세금도둑이라 말한다. 세금이 새는 곳 없이 제대로만 쓰이면 지금 예산으로도 얼마든지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과연 그런 식으로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를 위해 끌어가는 예산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고 예산이었는가. 그렇다면 굳이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이 개인적으로 나설 필요 없이 정식 절차를 밟아 국회와 해당기관의 동의를 얻어 정당하게 집행하면 되는 것이었을 게다. 예산을 청탁하는 쪽지까지 오가며 편법과 야합을 통해 어렵게 마련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더 중요한 사업들이 있다. 이를테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보육대란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당장 각 지방교육청에 예산이 부족해서 정부정책인 누리과정을 더이상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어차피 지출되는 예산은 정해져 있는데 누리과정을 위한 추가적인 예산을 중앙정부가 배정하지 않은 탓에 채권을 발행하며 버티다가 아예 파탄이 나고 날았다. 그렇다면 더 예산이 시급한 분야가 있는데 그보다 덜 중요한 지역사업이야 잠시 미뤄도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랬다면 이처럼 문제가 커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다. 그랬다가는 선거에서 떨어진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예산을 끌어가야 한다. 국가적으로야 아무리 욕먹고 비난받아도 오히려 그렇게 억지로 예산을 끌어갔으면 지역주민들은 좋아한다. 잘못된 예산집행의 사례를 말하면서 오히려 그 이름을 공개적으로 밝히면 지역구에서 인기가 올라갈 것을 걱정한다. 누구의 잘못이겠는가.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 더구나 그런다고 직접 자신들에게 혜택이 돌아오는 것도 아닌 사업을 위해 국가의 중요한 예산을 억지로 끌어오는 것을 오히려 지지하고, 그러지 못하면 비난을 하며 표를 주지 않아 낙선케 한다.


국가를 위해 중요하게 결정해야 하는 사안들이 있다. 대한민국 사회전체를 위해 중요한 법안을 만들고 통과시켜야 하는 일들이 있다. 혹시라도 행정부가 잘못하지는 않는가 감시해야 하는 책임도 있다. 그런 일들을 하라고 국회의원을 뽑아 국회로 보낸다. 하기는 불과 얼마전까지 지방자치란 그냥 기억속에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중앙정부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지방관청은 일방적인 명령을 받아 그것을 집행한다. 국회의원은 그런 중앙집권적 구조 속에 지역주민의 요구를 중앙에 전달할 수 있는 창구였었다. 하지만 이제 지방자치도 정착되었고,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도 자리잡아가고 있다.


아마 지역주민들이 등떠밀어 끌어가는 예산만 줄여도 정부는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보도블록 바꾸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이기심에 국고가 줄줄 새고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선거에서 당선되어야 그나마 국회의원도 계속 할 수 있다. 세금은 내기 싫고, 그러나 필요가 없어도 예산은 자기가 더 끌어다 써야겠고, 그런데 국가재정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 리 없다.


부패는 구조다. 단지 불법이 아닐 뿐이다. 죄를 저질러도 자신이 직접 저지르는 것이 아닐 뿐이다. 대중이 타락할 때 민주주의도 타락한다. 어째서 함량미달의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의미없는 짓거리들만 반복하고 있는가. 재정에 구멍이 나서 정작 필요한 곳에 쓸 돈이 없다.


유권자는 더 욕을 먹어야 한다. 한국사회와 한국의 정치에 대한 책임을 유권자 자신이 모두 져야 한다. 나라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자이기 때문이다. 뽑아놓았으면 끝이 아니다. 감시하고 견제하고 비판하며 궁극적으로 표로써 심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살아남았다. 한심한 것이다. 현실의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