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문재인과 외연...

까칠부 2016. 1. 31. 17:19

문재인이 무려 국보위 출신의 김종인을 영입했다. 바로 지난 대선에서 현정부를 출범시킨 일등공신이자 과거 탄핵정국 당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탄핵을 지지했던 인사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재인의 이념이나 성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더민주의 정체성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도 없다. 오히려 김종인이 가진 보수적 이미지가 더민주의 이념적 경직성을 희석시키고 경제민주화라는 아젠다는 이념적 지향을 강조한다.


어째서 안철수 신당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 한상진의 4.19묘역에서의 발언이 그토록 큰 문제가 되었는가. 같은 건국이라는 말을 썼어도 김종인의 과거 발언을 가지고 더민주의 정체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한상진의 '국부'발언은 국민의당의 정체성이 어디 있는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키며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었다. 무려 뇌물수수혐의로 2년의 실형을 받았던 김종인을 가지고 부패정당이라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같은 뇌물로 유죄선고를 받은, 아니 그 이전에 이미 무죄로 확정판결을 받았던 인사들을 영입하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타격을 입고 말았다. 바로 그것이 외연이라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오히려 당시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인 정책들을 공약으로 내놓았다고 새누리당이 변절했다 여겼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지자는 지지자대로 반대진영에서는 또 그들대로 그것이 단지 선거를 위한 거짓공약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새누리당이 국민을 위해 이렇게까지 왼쪽으로 크게 몸을 움직여가며 새로운 정책들을 내놓았다는 사실은 유권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지자들이야 어차피 안될 것을 아니까 원래 하던대로 지지하고, 중도층에서는 새누리당과 당시 새누리당 후보의 선의를 믿고 혹시나 하는 가능성에 표를 준다. 오죽하면 문재인은 공약을 지킬 것같아 표를 줄 수 없고,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공약을 지키기 않을 것 같아 표를 주었다는 이야기까지 돌았겠는가. 분명한 본진을 가진 상태에서 그것을 지키면서 그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솔깃할만한 제안을 들려준다.


아직 아무 정체성이라 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전에도 말한 것처럼 안철수의 본진은 야권이 아니다. 기존의 야권 진영과 공유하는 지점이 전혀 없다. 그것이 기존의 야권 지지자들이 안철수에 대해 의심의 눈을 보내는 이유다. 그렇다고 여권의 지지자들이 보기에도 안철수는 야권에 속하는 인간이다. 그래서 안철수와 그 주위의 말 한 마디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도대체 안철수란 어떤 사람인가. 안철수와 그 주위가 하려는 정치는 어떤 정치인가. 그것들이 모여 이제서야 안철수라는 정치인과 국민의당이라는 정당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근거가 된다. 외연이 아니다. 그저 어디에도 속하지 않던 누군가가 원래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결과 외연을 확장한다던 안철수의 원래 본진이던 야권에서는 철저히 안철수라는 인물을 비토하게 되었다. 이제는 야권이 오히려 안철수에게 외연이 되어 버린다.


그것이 정치다. 아무리 해도 정치는 이념으로 한다. 단지 현실정치에서 이념만으로는 부족하기에 기술적 전략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보수정당이 진보적인 정책을 앞세우기도 하고, 진보정당이 보수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원래 정당이 가지는 이념 자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보수적인 표창원이 더민주에 들어갔어도 더민주의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에 이끌리는 것이며, 더민주는 표창원의 보다 보수적인 성향에 도움을 받는다. 모두 이념을 전제로 한 정치적 행위들이다. 아무것도 없이 그저 기존의 정당 양쪽 모두를 비난하며 정치에 냉소적인 유권자의 관심만 끌려 해봐야 한계가 있다.  원래 자신의 정체성이 없는데 외연만 확장한다고 무엇이 남겠는가. 외연은 정체성이 될 수 없다. 당장 사소한 몇 가지 이슈에도 급격히 지지율이 꺼져버리는 현실이 그것을 말해준다.


문재인은 김종인을 영입해도 된다. 그러나 안철수는 이승만을 국부라 말하는 한상진을 용납해서는 안된다. 김종인은 단지 과거에 대해 사과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안철수와 국민의당은 그에 더 엄격하고 확고한 입장을 보이지 않으면 안된다. 문재인이니까 가능한 이유, 그리고 더민주니까 가능한 이유, 바로 그동안 자신들이 보여 온 자신들의 정체성 때문이다. 뿌리가 있기에 가지가 무성해도 흔들림이 없다. 그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