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북한 자신이 개성공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적이 있었기에 개성공단은 상수일 수밖에 없다. 다른 제제수단이 없는 한국정부에게 있어 개성공단은 그나마 유효한 유일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북한이 한국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혹은 폐쇄까지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그같은 행동을 했을까.
물론 북한정부에게도 개성공단은 매우 유용하다. 개성공단에서 한 해 거둬들이는 수입만 북한경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개성공단이 북한의 유일한 돈줄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상당부분 퇴색된다. 어차피 중국과의 임가공무역으로 그 이상의 이익을 얻고 있는데 굳이 핵무기라는 중요한 카드까지 포기해가며 개성공단을 지켜야만 할까?
한국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발표를 마치 기다렸다는 듯 개성공단의 폐쇄와 인력을 추방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이미 북한 역시 그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개성공단을 아예 폐쇄하고 남한과의 경협을 끝내겠다. 이제 남한정부는 북한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잃어 버린다.
경제적인 문제야 두번째다. 정치라는 것이 그런 사소한 희생까지 일일이 고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입주업체 입장에서야 안타까운 상황이겠지만 그렇다고 북한의 핵무장이라는 중요한 국가적 이슈에 있어 그만한 리스크는 감수해야만 한다. 다만 그래서 한국정부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외교전략은 멀리 보고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 단기적인 전술은 장기적 전략에 귀속되어야 한다. 그래서 어떤 전략을 가지고 북한 핵문제에 접근하려 하는가. 없다. 그것이 문제다. 충동 뿐이다. 그것을 잘한다고 칭찬하는 여론 역시 결국 감정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이 싫다. 밉다. 혼내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쉬울 것이면 외교라는 자체가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후가 없다. 뒤가 없다. 당장만 있다. 전략도 없다. 전술도 없다. 임기응변이다. 그냥 닥치는대로 저지르고 보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감정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외교따위 아무나 데려다 시켜도 다 할 수 있다. 그러라고 정부가 있는 것이 아니다. 필요하면 해야겠지만 그래서 또 얼마나 필요하고 절실했는가.
답답할 뿐이다. 방법이 없다. 수단이 없다.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래서 북한이 그랬듯 벼랑끝 전술이다. 그나마 북한처럼 막나가지도 못해서 결국 중간에 포기다. 다 망쳐놓는다. 대일외교도, 대미외교도, 대중외교도, 이번에는 러시아까지. 북한은 이미 손을 놓았다. 한심하다. 웃지도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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