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사드배치와 개성공단 철수 - 협박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까칠부 2016. 2. 11. 02:13

협박이란 원래 가역적인 것이다. 되돌릴 수 있기 때문에 협박이라 불리는 것이다. 되돌릴 수 없다면 이미 기정사실이 되고 난 뒤인데 그것을 협박이라 부른다면 우습다.


이를테면 말을 듣지 않으면 팔을 자르겠다며 대뜸 팔부터 자르고 보는 경우와 같은 것이다. 이미 팔을 잘랐는데 팔을 자르겠다 말한다면 과연 그것이 협박이 되겠는가? 팔이 잘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야 팔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협박을 따른다. 팔을 잃고 팔을 자르겠다 한다면 과연 누가 따르겠는가 말이다.


물론 일부러 팔을 잘라 협박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팔이란 단지 그보다 더 치명적이고 더 중요한 어떤 대상의 대신이기 쉽다. 


"만일 말을 듣지 않느다면 네 목이 이 팔처럼 될 것이다."


그런데 상대가 자기가 상대를 죽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안다. 팔 이상 상대의 육체에 어떤 위해도 끼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과연 팔을 자른다는 것이 상대에게 위협이 되겠는가? 아니 자칫 상대의 반발심만 키워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마침 오늘 SBS의 수목드라마 '리멤버'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결코 상대의 본질까지 건드려서는 안된다. 어떤 경우에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핵심을 건드릴 경우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될 수 있다. 


"당장 여기 있는 네 딸을 죽이지 않으면 네 목숨을 빼앗겠다."


그런데 하필 그 상대가 어머니다. 모든 어머니가 그러지는 않겠지만 많은 어머니는 차라리 딸의 목숨 대신 자기가 죽기를 바랄 것이다. 오히려 딸을 살리겠다고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무작정 달려들어 상황을 흐트릴 수 있다. 역시 가장 해서는 안되는 행위 가운데 하나다.


결국 비례로 이어진다. 당장 용광로로 뛰어들지 않으면 네 다리를 자르겠다. 용광로로 뛰어들면 반드시 죽는다. 무엇보다 실질적으로 상대에게 위협의 효과가 있어야 한다. 손톱을 자르면서 이대로 자신이 시키는대로 따르지 않으면 목숨을 빼앗겠다. 적어도 손가락 하나는 잘라야 효과가 있다.


미국이 중국에 협박한다. 물론 가정이다.


"말을 듣지 않으면 핵미사일을 쏘겠다."


그런데 그 말을 하는 순간 이미 핵미사일이 중국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아니 설사 날아가고 있지 않더라도 핵미사일을 쏜다는 의미를 안다면 그것이 중국에게 실제적 위협으로 작용할 것인가.


묻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사드배치 이후 더이상 우리 정부에 중국을 압박할만한 수단이 무엇이 있는가. 이미 사드배치가 확정되고 난 뒤에 다시 어떤 수단으로 중국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인가. 경제제제를 할까? 아니면 군사적으로 도발을 해볼까? 정치외교적으로 중국을 고립시켜볼까? 뭐가 있지? 대신 확실하게 중국과 적대하려 한다느 사실만 각인시켜 줄 뿐이다.


그나마 지금 우리 정부가 북한을 압박하는데 직접 쓸 수 있는 수단이란 사실상 개성공단이 유일하다. 다음은 없다. 개성공단까지 철수하고 나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이란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그래서 그 다음에도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쏘아올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개성공단이 북한의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정도만 되어도 상당히 위협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북한은 중국과의 임가공무역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을 거두어들이고 있는 중이다. 


개성공단을 지금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 것이었다. 북한이 의식하지 않을 수 없도록 개성공간을 확대하여 북한경제를 노릴 수 있는 직접적 수단을 가져야 한다. 개성공단이 북한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 커질수록 비례해서 개성공단 철수가 가지는 위협의 크기도 북한 내부에서 커지게 된다. 그래서 그동안 정부는 얼마나 개성공단의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는가.


아마추어란 것이다. 그냥 겉보기다. 유권자들 보기 좋으라고 쇼하는 것이다. 실질적인 효과는 아무것도 없다. 이미 철수했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다시 되돌리려면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해야 하는데 한국정부로서는 전혀 아무런 명분도 실익도 없다. 돌이킬 수 없는 수단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그렇다고 그같은 선택들이 북한에 치명적으로 작용하느가면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역대 보수정부가 개성공단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 왔기에 아예 고려없이 그같은 행위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스스로 인정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중국이 북한의 편을 드니 정작 정부가 중국에도 북한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막다른 선택을 한다. 중국을 자극하고 북한과 단절한다. 스스로 나머지 수단마저 손에서 놓아 버린다.


유권자들이 좋아하니까. 뭣모르고 지지자들이 좋아한다. 감정적으로 시원하니까. 그 다음이 문제다. 오죽하면 지지자들도 말한다. 그냥 방치하고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최선이다. 아무런 방법이 없으니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다. 유일한 방법이다. 차라리 솔직하기라도 하면 귀엽기라도 하다.


이래저래 우습기만 하다. 이런 정부가 지난 다른 정부더러 아마추어라 말해왔다니. 그래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있다. 거의 압도적이다. 선거에도 승리한다. 대한민국의 수준이다.


정치란 기술이다. 외교도 기술이다. 살아가는 모든 것이 기술이다. 감정은 그저 만족이다. 만족은 실제가 아니다. 사실이 아니다. 허깨비와 놀고 있다. 같잖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