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태양의 후예 - 헤어짐을 위한 만남, 만남을 위한 헤어짐, 서론의 끝

까칠부 2016. 2. 26. 05:09

시큰둥하게 듬성듬성 보다가 문득 빠져들고 말았다. 사람을 살리는 전장과 사람을 죽이는 전장, 사람을 살리기 위해 흘리는 피와 사람을 죽이려 흘리는 피, 무엇보다 그럼에도 사람을 죽이는 전장과 사람을 살리는 전장의 대비가. 숨가쁘게 교차하며 드라마가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압축하여 보여준다. 아니나 다를까 유시진(송중기 분)와 강모연(송혜교 분)의 대사를 통해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그들이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이유에 대해서.


헤어지기 위해 만난다. 만나기 위해 헤어진다. 드라마의 첫회를 지루할 정도로 뻔한 로맨스로 채운 이유였다. 어차피 다시 만날 사이다. 다시 만나고 나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 그런데 굳이 헤어짐을 위한 만남에 시간과 노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많은 드라마들이 빠지는 함정이다. 작가, 혹은 제작진 자신의 생각에만 도취되어 서론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본론에 들어가서 힘이 빠지고 만다. 서론이 마치 본론처럼 서론이 끝나는 순간 드라마마저 끝나고 만다. 서론은 딱 본론에 들어가기 전, 그를 위한 전제이자 단서로써 필요한 만큼만 보여주면 된다. 2회는 너무 적절하다.


사람을 죽이는 군인이다. 사람을 살리는 의사다. 명령만 내려지면 지금 당장 어디서든 누구라도 죽여야 한다. 죽일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앞에 상처를 입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구해야 한다.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살려야 한다. 우열은 분명하다. 살리는 것이 우선이다. 오로지 살리는 것만이 가치가 있다. 그래서 유시진과 강모연의 첫이별은 매우 일방적으로 이루어진다. 유시진은 단지 자신이 상대로부터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체념처럼 순순히 인정하고 받아들였을 뿐이었다. 그를 비난하는 것도, 거부하는 것도, 결별을 선언하는 것도 모두 강모연의 몫이었다. 그럼에도 서로가 서로의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은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막 내전이 끝난 발칸반도 끝에 있다는 오지 '우르크'는 그들을 위한 최적의 무대가 되어 줄 것이다. 바로 얼마전까지 편을 나누어 서로 죽고 죽이던 죽음의 땅이었다. 그러나 이제 평화가 찾아오고 모두는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를 위해 국제사회에서 평화유지군을 파견하여 평화와 안정을 돕는다. 죽음을 위한 군도와 삶을 위한 메스가 나란히 한 공간에 존재한다. 살리기 위해 죽이고, 살리기 위해 살린다. 삶과 죽음이 서로 타협한다. 그곳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이고 삶과 죽음 모두가 필요한 곳이다. 어떤 절박하고 긴박한 상황이 그들을 더 갈등케 하고 그들이 서로를 더욱 이해하게 만들 것인가.


하나의 굵은 줄거리를 제외한 나머지 가지들은 그저 자잘한 양념이고 장식에 불과하다. 굳이 이해할 필요가 없다. 캐릭터들마저 겉과 속이 모두 한결같다. 전혀 궁금할 것도 오해할 것도 없다. 그리고 남는 것은 송중기라는, 그리고 송혜교라는 매력적인 배우들 뿐이다. 잘못 판단했다. 스타란 그 존재 자체로 완결되는 것이다. 송중기와 송혜교라는 두 배우의 존재만으로도 드라마는 빛이 난다. 굳이 이런저런 복잡하고 구차한 이야기들까지 더할 필요는 없다. 배우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그래서 드라마의 성패도 송중기와 송혜교 두 배우의 매력에 달려 있다. 아직까지는 성공적이다. 수송헬리콥터가 날아오며 로터의 바람에 머리가 흩날리는 모습은 과연 그녀가 송혜교였음을 깨닫게 한다. 송중기가 그녀를 스쳐지난다.


한 가지 아쉽다면 하필 주인공의 직업이 군인이었을까 하는 것이다. 차라리 전혀 모르는 다른 직업이었다면 이처럼 어색하고 낯설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에도 말한 누군가 군인이란, 특수부대란 이런 것이라며 상상으로 그린 익숙한 그림 같다. 하지만 한 편으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아무 생각없이 드라마에 빠져들 수 있다. 송중기는 잘생겼다. 송혜교는 아름답다. 그들이 만들어가는 오글거리도록 달콤한 이야기가 눈을 즐겁게 한다. 다른 것은 잊는다.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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