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뱀파이어 탐정 - 부족한 개연성, 주인공마저 타인으로 남다

까칠부 2016. 4. 11. 05:59

사실 드라마와 같은 스릴러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바로 개연성이다. 논리의 개연성만이 아닌 사실의 개연성 역시 보다 엄밀하게 추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른 생각을 할 여지도 없이 촘촘히 짜여진 단단한 얼개가 대중을 압박하면서 한 편으로 대중을 노리는 작가의 의도를 완벽하게 감추어준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작가의 의도가 대중의 방심을 노릴지 모른다. 그로부터 스릴러만의 긴장과 두려움과 불안이 극대화된다.


당황스러웠다. 어째서 하필 인천 차이나타운이었을 것일까. 물론 인천 차이나타운의 역사 자체는 무척 오래되었다. 무려 1882년 제물포조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정부의 국내거주 외국인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정책으로 인해 많은 수의 화교들이 한국을 떠나면서 20세기 말까지 계속해서 퇴락해가고 있었다. 더구나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위조신분증이 필요할 정도로 불법체류 중국인들이 늘어났을 정도라면 최소 1992년 한중수교 이후부터라 보아야 한다. 그 전까지는 한국과 중국 사이에 왕래 자체가 금지되어 있었다. 최태식이나 그 자식들의 나이로 보았을 때 최태식이 위조신분증을 만들며 범죄세계에서 자리잡기 시작한 시기가 무척 애매해진다. 하물며 첫째인 최철호는 다른 형제들보다도 나이가 많았다.


생각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드라마에 몰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기 생각만 앞서는 것은 그만큼 작가가 하려는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의심부터 하게 된다. 과연 사실일까? 과연 진짜일까? 최소한 드라마 안에서만큼은 작가의 이야기가 사실이고 진실이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비로소 드라마는 성립하는 것이다. 아예 작가만이 아는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면 시청자가 믿고 있는 현실에 기반하지 않으면 안된다. 더구나 이야기마저 난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자식들 입장에서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을 재산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결국 시청자의 입장에서 그 역시 전혀 상관없는 남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주인공마저 철저히 타인으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시청자가 그 안으로 들어가기는 무척 어렵다. 그런 상황에 뱀파이어의 이야기는 또 무슨 상관일까.


무슨 의도인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 주인공을 뱀파이어로 만들어 어떤 이야기들을 하려는 것인지. 뱀파이어인 주인공이 탐정이 되어 어떤 이야기들을 보여주려는 것인지. 주인공이 쫓는 의문의 여자가 가리키는 바는 무엇인지. 주요인물들 사이의 스킨십도 부족하다. 더 끈끄나게 얽히며 그나마 주인공에게라도 시청자가 자신을 이입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여러가지로 낯설다. 상당히 어색한 드라마다. 상성이 맞지 않는다. 난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