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내 시계만 힐끔거리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전혀 집중하지 못했다. 어째서 이 드라마는 16부작이어야 하는가. 무려 60분짜리 에필로그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무런 긴장도 갈등도 없이 무난한 이야기들이 지루할 정도로 이어진다.
역시 주연을 맡은 배우 송중기(유시진 역)가 촬영 도중 큰 부상을 입은 것이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액션은 커녕 일상적인 움직임조차 힘들어지면서 연기에 큰 제약이 생기고 말았다. 주연이 움직일 수 없으면 드라마도 더이상 많은 것들을 보여주지 못한다. 딱 그 한계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을 보여주려 한다.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것들로만. 하지만 그저 달달한 사랑이야기라면 굳이 '태양의 후예'일 필요가 없지 않은가.
다른 이야기지만 그래서 드라마를 촬여하면서 더 엄격하게 더 철저히 배우들을 보호하고 배려해야 하는 것이다. 당장 주연배우가 다치니 드라마에 차질이 빚어진다. 등장인물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숨가쁘게 달려왔던 시간들이 갑작스레 허무해진다. 전혀 다른 드라마가 되어 버린 드라마를 보면서 흘러가는 시간을 안타까워한다. 자신은 어째서 이 시간에 이 드라마를 굳이 보고 있는 것일까. 굳이 보지 않아도 되는 엔딩이었다.
기대한 이상이었다. 아니 첫인상은 그다지 좋지 못했었다. 순정만화라 생각했었다. 단지 로맨스만을 위해 재구성된 허구의 판타지일 뿐이라고. 그대로였다. 그래서 빠져들 수 있었다. 다른 사소한 것들을 깡그리 무시한 채 오로지 재미 그 한 가지에만 집중했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며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싸운다. 사랑하는 조국을 위해 싸운다. 그런 남자를 여자는 사랑한다. 각박한 현실에 이런 달콤한 판타지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소년의 미소와 남자의 무게를 모두 갖춘 송중기의 매력이 드라마를 이끌었다. 그만큼 충분한 보상도 받았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그곳에 가만히 있는 듯 존재감을 드러낸 송혜교(강모연 역)의 캐릭터 역시 정확히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 종반까지는. 서대영(진구 분)과 윤명주(김지원 분) 사이의 뻔한 신파마저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독특한 설정과 연기마저 흥미로웠다. 배우가 가진 매력을 살릴 줄 안다. 무엇이 시청자를 즐겁게 하는가를 안다.
멋진 영상과 멋진 배우들과 그리고 판타지를 자극하는 달콤한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빨려들어간다. 다만 배우 송중기가 부상당한 이후 드라마가 심심해진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계였다 할 수 있다. 마지막회는 안보는 게 나았다. 너무 안타깝다. 후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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