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원내 4당 가운데 누구도 독단으로 무언가를 결정할 수 없다. 상대와 협의해야 한다. 정의당은 좀 아쉽고, 새누리든 더민주든 국민의당이든 원하는 것이 있다면 다른 누구와 손잡고 추진하지 않으면 안된다. 바로 그것이 캐스팅보트다. 거대 양당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을 때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어 결정을 돕는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 대가도 챙긴다.
그런데 달리 생각해보자. 거대양당만 바라는 것이 있는가? 국민의당도 바라는 것이 있다. 총선 끝나자마자 이것저것 법안을 발의하겠다 한창 요란했었다. 그런데 과연 국민의당 혼자 힘으로 그 법안들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인가. 누군가 국민의당 편에서 찬성표를 던져주지 않는다면 혼자 힘으로는 상정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면 그것들은 공짜로 되겠는가 하는 것이다.
상임위 가운데 바라는 것이 있다. 그러면 먼저 거대양당에 요청해야 한다. 요구가 아닌 요청이다. 그리고 원하는 상임위를 배정했을 때 자기들이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제시해야만 한다. 최소한 그 조건이 상대당에 해당상임위를 양보했을 때보다 자기에게 이익이 되어야만 한다. 막말로 더민주든 새누리당이든 국민의당이 제시하는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상대당과 협의해서 결론지어도 되는 것이다.
캐스팅보트는 3당만 쥐고 있는 것이 아니다. 더 강력한 캐스팅보트를 거대양당이 쥐고 있다. 두 당이 합의만 하면 제 3당은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만들 수 있다. 비로소 현실을 깨닫는다. 국민의당이 아무리 날뛰어 봐야 1당과 2당에 이은 3당이고, 두 당이 서로 대립할 때만 의미가 있는 캐스팅보트라는 사실을. 같은 야당이니 더민주가 양보 좀 해달라. 원래 이번 총선의 구호가 야당심판 아니었던가.
협상은 국민의당과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당의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새누리당이든 더민주든 바로 상대와 협상에서 결론짓는다. 굳이 국민의당의 몫을 챙겨줄 필요따위 없다. 같은 야당이지 않느냐고. 한결같이 말하지 않았던가. 야당을 심판하자. 야당을 물갈이하자. 친노와 운동권을 청산하자. 적이다, 이미. 먼저 사과부터 하던가. 그런 놈들 같은 야당이라고 신경쓸 이유따위 없다.
바로 그것이 현실이다. 고작 38석짜리 소수당의 현주소다. 2004년 당시 소수여당 열린우리당을 떠올려보면 된다. 그때의 초심을 정동영이 잃지만 않았다면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은 많이 달라졌을 텐데. 할 수 있는 것도 될 수 있는 것도 아무것도 없다. 두 당이 힘을 합치면 대통령도 탄핵할 수 있다. 적이 아닌 것을 먼저 입증해야 하는 것은 더민주가 아닌 국민의당이다. 우스울 뿐이다.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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