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장사를 하는데 손님이 찾아와 따지기 시작한다.
"사과해!"
뭘 잘못했는가 물으니 아무 대답도 없이 그저 다짜고짜 자기들이 반감을 가지고 있으니 무조건 사과하고 풀라고 말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호남사람들도 실제 그렇게 말한다. 호남홀대가 실체가 있는가 자기들도 알지 못한다. 그냥 문재인이 싫어서 반문정서가 있다. 그러므로 문재인이 와서 사과하라. 더민주가 와서 사과라하.
문재인이 국회의원이 된 것이 고작 4년 전이다. 당대표가 된 것도 겨우 작년이다. 대통령선거였던 것도 4년 전 이야기다. 그렇다면 제 1야당의 호남에 대한 홀대는 4년 전부터 시작된 것인가. 그동안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당권을 쥐고, 당의 중진으로 행세하던 인간들 모두 당명만 바꾸니 당선시켜주었다. 그리고는 제 1야당의 호남홀대에 대한 책임을 문재인에게 지우고는 아예 조리돌림을 하고 있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래서 더욱 선명히 떠오르는 것이다. 문재인이 호남에 갔을 때 어느 호남 주민이 했던 한 마디다. 호남이 아니지 않은가. 과연 문재인이 호남출신이었어도 호남은 문재인에게 이처럼 가혹했겠는가. 정작 제 1야당의, 더구나 호남의 중진으로 더 큰 책임을 져야 했던 이들에게는 면죄부를 준다.
나름대로 어떻게든 이해해보려 노력해도 여기까지 오면 나 역시 그저 호남이 아니었구나 깨닫고 말 뿐이다. 저들과 다르다. 저들과 섞일 수 없다. 그런 게 바로 부채의식이라는 것이다. 어차피 남이고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이다. 그나마 정치인들이야 표를 의식해서라도 대놓고 말할 수 없지만 나는 정치인도 아니다. 호남이 아니면 저들에게는 어쩌면 아무 의미도 가치도 없을지 모른다.
하기는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나 같다. 조금이라도 자기가 상대보다 우위에 있다 여기면 그것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흔히 말하는 갑질이다. 유권자니까. 내게 표가 깄으니까. 민주주의를 해치는 주범 가운데 하나다. 공동체의 이익보다 몇몇 표를 가진 개인의 민원에만 우선한다. 표를 미끼로 정치인을 협박하며 개인과 집단의 이기만을 추구한다. 정치가 왜곡된다. 비로소 갑질이라는 것을 해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여튼 언론을 통해 보이는 호남의 반응이라는 것이 거의 저렇다. 호남의 여론이나 정서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유야 어쨌든 원인이야 어떻든 그냥 더민주가 잘못했다. 문재인이 잘못했다. 잡아죽이자.
당의 입장에서야 표가 필요하니 낮은 자세를 취해야겠지만 개인으로서 더이상 호남을 존중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진다. 영남의 지역주의도 그래서 오래전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었다. 아마 알 것이다. 지역주의에 매몰된 그 지역 유권자들에 대해서도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던 것을.
사람의 감정인 것이다. 이유없이 싫어할 권리가 있다면 그것을 싫어하는 것도 당연한 개인의 권리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 감정이 식어간다. 무심해진다. 지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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