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옥중화 - 위기와 시련, 더 낮은 곳에서 다시 시작하다

까칠부 2016. 5. 23. 04:54

하기는 벌써부터 국경을 넘어 대국인 명나라의 사신을 암살하는 것은 이제 갓 채탐인이 된 옥녀(진세연 분)에게는 버거운 임무였다. 전대의 전설인 박태수(전광렬 분)까지 감옥에서 꺼내 동원하고서야 겨우 성공할 수 있었다. 마침내 명나라에까지 가서 명나라의 태감을 살해하는데 성공했으니 이제 조선으로 돌아와서 무엇을 해야 할까?


어차피 명나라 사신을 암살하는 것은 박태수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옥녀는 물론이고 지금 채탐인을 이끌고 있는 강선호(임호 분)조차 감히 감당할 수 없어 그저 뒤따르며 돕는 역할밖에 할 수 없었다. 박태수의 임무는 박태수의 죽음으로 끝난다. 박태수가 죽고 나면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이미 명나라까지 가서 사신을 암살하고 돌아왔는데 갓 채탐인이 된 신참으로 다시 돌아가기란 무리다. 그래서 비상의 수단을 쓰지 않을까 예상했었다. 억지로라도 지금의 성취 이전으로 옥녀를 끌어내려야 한다.


더 올라갈 곳이 생겼다. 마침내 이르게 될 결말까지 더 먼 길을 가야만 한다. 한 계단씩 올라간다. 한 단계씩 성취하며 성장해간다. 그토록 소원하던 어머니의 진실에도 한 걸음씩 다가간다.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한 진실을 밝히고 복수도 이루게 된다. 더 낮은 곳에서 시작하니 그만큼 앞으로 가야 할 거리도 해야 할 일들도 늘어나게 된다. 벌써부터 죄인이 되어 감옥에 갇힌 채 목숨을 위협받고 있었다. 당대의 권신 윤원형(정준호 분)이 어떻게든 그녀를 죽이려 하고, 채탐인의 수장 강선호가 기꺼이 손발이 되어 움직이고 있었다. 가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한낱 미천한 출신의 젊은 여자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 크고 무겁다. 위험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벌써부터 옥녀에게는 할 일이 생겼다. 목숨이 걸린 절박함이 더해진다.


연경에서의 성공은 윤태원(고수 분)의 위기이기도 하다. 마침내 윤태원이 장옥정(박주미 분)을 위협할 수 있는 위치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겨우 윤태원의 이름이 장옥정의 귀에 들어간다. 윤태원이 자신을 향해 원한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신으로 인해 어미와 함께 버림받고 어미가 비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었다. 더이상 이대로 윤태원이 크도록 내버려둔다면 자칫 자신이 곤란해질 수도 있다. 물론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어떻게든 화근을 미리 잘라야 한다. 


외명부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윤원형의 정부인을 독살하려 한다. 조선은 이미 윤원형의 것이다. 윤원형의 정실이 되는 것은 조선의 안주인이 되는 것이다. 감히 윤태원이 우러를수도 없을 정도로 정난정은 더 높이 날아오르려 한다. 벌써부터 자신을 향한 적의를 드러내는데 정난정의 권력이 지금보다 강해진다면 위험해지는 것은 오히려 윤태원 자신이다. 윤원형의 권세가 끝나기까지 옥녀든 윤태원이든 거쳐야 할 위험과 시련이 작지 않다. 물론 그 과정을 함께 안달하며 지켜보는 것이 드라마의 재미다. 당장은 지금의 성공을 더 키워야 하고, 지금의 위기부터 벗어나야 한다. 감당할 수 없는 운명의 무게가 그들을 짓누른다.


허무하기도 하다. 어이없이 당하고 말았다. 박태수가 그랬던 것처럼 믿었던 강선호로부터 배신당한다. 얼굴도 본 적 없는 어머니의 진실보다 더 직접적인 동기가 주어진다. 살아야 한다. 이겨내야 한다. 되갚아주어야 한다. 손발이 꽁꽁 묶인 채 바닥을 기어 악착같이 밥그릇에 얼굴을 파묻는다.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의지다. 당장 길은 보이지 않는다.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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