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친아', 혹은 '엄친딸'이란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컴플렉스를 뜻하는 단어였을 것이다. 누군가 자신은 알지 못하지만 더 잘나고 더 잘하고 더 훌륭한 또래가 가까운 곳 어딘가 존재하고 있다. 자신이 받아야 할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전혀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가 대신해서 받고 있다. 실재하지 않는 것을 알아도 실존하는 실체로서 여겨진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컴플렉스를 자극한다. 하필 같은 학교 같은 학년 같은 반이었다. 더구나 이름마저 같았다. 당연히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외모든 성격이든 실력이든 배경이든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우월했다.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학교 다니던 내내 죽은 듯 움츠려 지내야 했었다. 상당히 긴 시간이 지나고 그 컴플렉스의 대상과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다시 만나게 된다. 그 기분이 어떨까?
하기는 그래서 처음 그냥오해영(서현진 분)이 고등학교 시절의 예쁜오해영(전혜빈 분)에 대해 말했을 때 특히 같은 여성인 직장동료들이 그녀에게 공감하고 있었던 것이었을 게다.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그냥오해영처럼 어린 시절 자신을 주눅들게 만들었던 상대와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다. 물론 지금 보이는 상대의 모습이 자신보다 못하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여전히 자신보다 예쁘고 잘나고 심지어 잘나가고 있었다. 사랑하는 남자마저 얽혀 있었다. 공감이다. 동병상련이다. 어쩌면 한 번은 겪었거나 앞으로 겪게 될 것을 상상해 보았을 터다. 그럼에도 뻔뻔할 정도로 비굴하고 당당하게 비겁한 그냥오해영의 모습에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진다. 억지로 부정하려고도 거스르려고도 하지 않는다. 한심한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컴플렉스 덩어리였다. 거짓말쟁이였다. 무시당하기 싫어 차라리 악역을 맡고자 했었다. 얕잡히기 싫어서 차라리 모두의 비난을 혼자서 받으려 했었다. 필사적이었다. 자신은 아무렇지 않다. 자신은 여전히 괜찮다. 그런데 솔직해질 수 있는 누군가가 기적처럼 자신의 앞에 나타나게 되었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들을 그 사람에게만은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 차라리 홀가분해질 수 있었다.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창피까지 다 당하고 난 뒤였다. 그래서 응석을 부렸다. 결혼까지 생각했던 사이인데 다시 만나지 말라. 이제 겨우 고백한 상황인데 오로지 자신의 편만 들어달라. 그래도 된다. 그라면 그래도 괜찮을 것이다. 낯선 경험이었을 것이다. 무어라 말해도 들어줄 것 같은 든든함이란.
그래서 기적이다. 오직 한 사람이다. 단 한 사람이다. 그 한 사람을 만난다. 마냥 믿고 기대고 위하고 싶은. 위로해주고 위로받고 싶은. 어쩌면 바로 여기에 힌트가 숨어있는지 모르겠다. 같은 굴욕을 겪었다.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비참한 진실을 더구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키고 말았다. 자신은 그저 동정의 대상일 뿐이었다. 가엾고 불쌍해서 자신의 손을 잡아준 것 뿐이었다. 그것을 견딜 수 없어 예쁜오해영은 결혼식 전날 박도경을 남겨두고 외국으로 떠나고 말았다. 그렇다면 그냥오해영 역시 이대로 당장의 비참함을 견디지 못하고 박도경으로부터 스스로 멀어지고 말 것인가. 하지만 어차피 처음부터 자신은 비참했다.
쑥쓰러움에도 끝내 오해영이 싸준 도시락을 손으로 직접 받아먹는다. 아닌 척 계속 거부하다가 입으로 들어갔던 음식들이 튀어 온통 도시락을 뒤덮은 상태에서도 박도경은 애써 위에 묻은 것들을 걷어내고는 정성스럽게 입안에 넣는다. 당장의 부끄러움보다 굴욕보다 더 크고 더 중요한 감정이 있다. 당장의 자존심보다 더 간절한 진심이 있다.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따라야 할 것을 따른다. 아직 넘어야 할 과정들이 많다. 애써 자신의 진심을 부정하며 자신마저 속이려 한다. 과정들이 필요하다. 자신과 서로에게 솔직해지기까지의 과정들이다.
간질거리는 느낌이 좋다. 로맨스를 그래서 좋아하면서도 싫어한다. 막 턱밑에까지 이른 감정들이 안달나게 감질나게 만든다. 털어놓을 듯 삼키고 전할 듯 뒤로 숨기는 그 애매함이 답답하기만 하다. 그런데도 서로 오가는 진심들이 설레며 기대를 키운다. 흩날리는 벚꽃이 눈물나도록 아름답다. 그래도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다. 닿을 듯 잡히지 안는다.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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