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원티드 - 답답한 정체와 빠른 전개, 첫 미션을 수행하다

까칠부 2016. 6. 24. 05:09

결국 남의 이야기다. 아이의 유괴도. 어머니의 비통함도. 하기는 당사자도 아닌데 어떻게 같을 수 있을까. 보는 것도 들리는 것도 느끼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모두 다르다. 대하는 입장도 그에 대한 대처도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래서 때로 아주 지독한 오만이며 기만이다. 단지 자기가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면서 문득 그런 의문까지 들었다. 아이가 유괴된 상황에조차 국민적인 관심과 공감대를 얻기 위해 생방송 도중 기절하는 연기까지 해보이는 엄마 정혜인(김아중 분)의 모성은 진실일까. 마찬가지로 유괴된 아이를 찾는 방송을 만드는데 잘 봐달라며 경찰간부와 만나 돈을 건네는 남편 송정호(박해준 분)의 진심은 또 무엇일까. 무엇이 진실인지 어떤 것이 진심인지 알 수 없이 모든 것이 안개속에 가려져 있다. 누가 범인이고 누가 배후인가. 어떤 이유로 무슨 동기로 유괴범은 이와 같은 번거로운 일들을 벌이는 것일까.


한 편으로 첫 주 방송으로서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다. 아이가 유괴되어 혼란에 빠진 엄마 정혜인이 너무 전면에 나섰다. 정혜인이 겪는 혼란 만큼 답답할 정도로 드라마가 정체되어 있었다. 정혜인이 흔들리는 동안에도 아무라도 나서서 흔들림없이 끌어가야 했는데 정작 그 역할을 맡았어야 할 신동욱(엄태웅 분)과 차승인(지현우 분)의 분량이 아쉬웠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 했다. 정혜인 만틈이나 조각조각 기워붙인 조각들이 서로 맞물린 채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편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는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불편한 소재인 어린이유괴를 더 불편하게 꾸미려 한다.


방송관계자들은 시청률 욕심에, 언론은 특종에 대한 기대로, 경찰마저 체면과 실적만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오히려 아이를 잃은 어머니를 찾아와 오로지 자기의 일방적인 입장과 요구만을 강요한다. 꾸짖고 야단친다. 비난하며 비웃는다. 그런 사람들이라도 어떻게든 기대야 하기에 아무말도 하지 못한다. 어쩌면 인간의 관계란 이와 같다. 하필 미디어라는 거대한 소통의 도구를 통해 대중의 힘을 빌어 잃어버린 아이를 되찾으려 한다. 얼마나 많은 현실의 모순들이 그 과정에서 비수가 되어 가슴에 박히게 될까. 영혼에 박히게 될까.


답답한 인물들에 비해 사건 자체는 제법 빠르게 진행된다. 벌써 실종된 인터넷BJ의 행방에 거의 다가갔다. 방송도중 BJ를 납치한 범인의 소재를 찾아 자살한 시신까지 확인했다. 역시나 정혜인의 집에 범인의 요구가 들어 있는 봉투를 전한 것은 차승인이 찾고 있는 실종된 BJ가 맞았다. 그리고 실종된 BJ를 잡치한 것으로 여겨지는 박세영이 사실은 범인이 요구한 생방송리얼리티쇼 '원티드'의 기획과 미션을 전달하라 시킨 당사자였다. 그러나 정작 박세영은 너무 일찍 그 정체를 드러낸 만큼 너무 일찍 자살로 퇴장하고 만다. 그 순간 유괴된 현우로부터 연락이 오고 범인이 준 미션과 경찰의 추적은 현우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를 찾아낸다. 사진속 차의 트렁크 안에 범인이 내 준 미션의 대상이 있다. 사람이었다.


과연 범인이 가리킨 차 트렁크에 갇혀 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핸드폰 너머로 들려온 소리들을 단서로 마침내 경찰이 행방을 찾아낸 정혜인의 아들 현우였을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였을까? 벌써부터 유괴된 현우가 돌아온다면 드라마가 더 재미있어진다. 아니 현우를 찾기 위한 방송이었으니 더이상 '원티드'를 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다. 그렇다면 범인이 정혜인과 '원티드'의 제작진, 무엇보다 경찰까지 그 장소로 불러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순간 만큼은 어떤 드라마보다도 급박하게 달리고 있었다. 옭죄고 있었다.


너무 여기저기 뻔히 낚시줄이 보이도록 미끼를 드리우니 오히려 더 혼란스럽다. 이 사람도 이 사람도 의심스럽다. 저 사람도 저 사람도 무언가 감추고 있는 듯하다. 그들 모두일 수 있고 아무도 아닐 수 있다. 결국은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한다. 마지막까지 '원티드'를 진행해야 하는 정혜인처럼 시청자 역시 그 순간들을 지켜봐야 한다. 과연... 아직은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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