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오늘을 살 이유를 찾는다. 내일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아낸다.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를 더 살면 그 하루만큼, 한 달을 더 살게 되면 그 한 달 만큼, 혹은 10년이 되고 20년이 되고 30년이 되고, 과연 그때 쯤 자신은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두려웠다. 자포자기였다. 이제와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고작 남은 시간 동안 자신이 무엇을 더 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부터 사랑해서 얼마나 더 사랑할 수 있을 것인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데 당장 오늘의 행복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혹시라도 미련이 남아 떠나는 것이 더 힘들고 고통스럽다면 그때는 어째야 하는 것인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아닌 채로 지금 있는 그대로 그날을 맞이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조금 더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자기 혼자가 아니다. 자기 혼자만 두렵고 괴로운 것이 아니다. 어쩌면 더 큰 아픔과 힘겨운 시간들을 지금도 견디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래봐야 다만 몇 일, 고작 몇 달이다. 하지만 그 얼마 안되는 시간들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오늘을 견디며 내일을 살아간다. 살아갈 이유를 만드는 것은 오로지 자신이다. 다른 누군가가 아니다. 다른 누군가로 인해 자신이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강함을 배우려 한다. 아직 자신은 살아 있다.
그나마 좋은 일들이 연이어 일어난다. 이소혜(김현주 분)를 다시 한 번 더 깊은 절망으로 몰아넣었던 추가전이의심소견이 이상없음으로 바뀌었고, 8억이라는 큰 돈마저 거부해가며 보조작과 홍상화(윤지원 분)는 자신과의 신의를 지켰다. 그래도 좋지 않은가. 아무렇게든 하루를 더 살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 않은가. 다행히 류해성(주상욱 분)도 자신에 대해서는 진심인 것 같다. 하루를 더 살 수 있다는 희망이 하루만큼 더 행복해지려는 욕망을 일깨운다. 혹시 더 살 수 있을 지 모르니 더 사랑하고 더 행복해지며 더 나은 오늘을 만들어가고 싶다. 자신을, 자신의 삶을 사랑한다.
절망적이기에 그래서 더 희망을 찾는 것이다. 남편의 외도와 시댁식구들의 모멸적인 핍박이 도망쳐 숨을 곳을 찾아 나서게 만든다. 다행히 이소혜가 자신에게 오토바이를 한 대 선물로 주었다. 그 오토바이가 또다른 인연과 만나게 해 주었다. 다시 한 번 자신의 처지에 환멸과 절망을 느끼며 진저리치고 있을 때 때마침 어린 동생 김상욱(지수 분)의 톡이 온다. 그래도 잠시는 웃을 수 있다. 그 순간 만큼은 전혀 상관없이 즐거운 웃음을 지을 수 있다.
어색한 표정으로 이소혜는 류해성을 찾아간다. 필사적으로 쥐어짠 용기마저 류해성은 우습게 만들어 버린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해 지금 이 순간 행복해지려 한다. 다만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살아있는 동안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인간의 당연한 욕망이다. 그들은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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