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대해 무언가 말한다는 것이 상당히 성급해 보인다. 그들은 사랑하는 걸까? 그들은 사랑하게 되는 것일까? 의붓딸의 죽음을 계기로. 혹은 눈앞에서 죽어간 어느 소녀를 계기로 삼아. 그렇다면 이 또한 꽤나 참혹한 이야기가 아닌가.
하긴 원래 사랑이란 사고와 같다. 사랑하겠다 예정하고 사랑에 빠지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다. 자기도 의식하지 못한 순간, 전혀 대비하지 않은 상황에, 전혀 예상하지 않은 상대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모르는 사이에도 인연은 중첩된다. 얼굴도 모른 채 서로의 이름을 듣고, 목소리를 듣고, 뒷모습을 본다. 우연히 비행기 좌석도 양보받는다. 하나의 사고가 또 하나의 인연의 고리가 된다. 그러나 마냥 사랑만 하기에는 그들의 남편과 아내, 그리고 딸과 죽은 딸이 걸린다.
도대체 서도우(이상윤 분)의 아내 김혜원(장희진 분)에게는 어떤 아픈 상처가 숨겨져 있기에 그토록 자신의 딸을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일까? 딸이라면 끔찍하게 생각하는 또다른 엄마 최수아(김하늘 분)이 있기에 더 비교된다. 어쩌면 서도우가 최수아에게 이끌리도록 만들기 위한 장치였는지도 모른다. 엄마로써 딸의 죽음까지 외면하는 김혜원과 자신의 딸 효은(김환희 분)은 물론 서도우의 죽은 딸 애니까지 챙기려는 최수아의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확연히 비교된다.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었던 김혜원의 사정이 밝혀진다면 조금은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겠는가.
최수아의 남편 박진석(신성록 분)은 한눈에 보기에도 평범한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아내와 딸 모두가 그토록 반대하는대로 억지로 말레이시아 국제학교에 입학시키는 것부터, 국제학교로 돌아가기 싫다는 딸과의 축구승부에서 딸이 공에 밀려 뒤로 넘어질 정도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까지. 일단 같은 항공사 승무원들과 외도하는 것은 너무 노골적으로 보여주니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들 며느리와 아예 상관하지 않으며 살려는 시어머니 김영숙(이영란 분)도 개성이 넘친다. 평범한 쪽에 가까운 최수아에게는 상당히 버거울 수 있는 환경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살아있는 인간이라기보다는 단지 등장인물 최수아를 위한 오브제에 가깝다는 점이 조금 더 지켜보게 만든다. 조금 더 그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면 그때 판단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조차 아니다. 아직 서로에 대해 이성으로서 어떤 감정도 느끼고 있지 않다. 막연한 호감. 막연한 편안함. 그만큼이나 버거울 정도로 개성강한 서로의 파트너에 대한 위로로서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딸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아내에 대한 실망과 회의, 딸의 문제로 남편에게 어떤 말도 해 줄 수 없다는 무력감과 자괴감. 그리고 우연히 만난 상대 가운데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서로에게 있었다. 조금은 다른 전개와 결말을 기대하는 이유다. 그저 평범하게 만나고 사랑하고 이루어지거나 헤어지는 이야기는 이제 식상하다.
우연히 만난다. 우연히 스치며 지나간다. 우연히 엇갈린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그들은 다시 만난다. 함께 시간을 보낸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서로의 아내에게로. 남편에게로. 그리고 딸에게로. 마치 하늘처럼. 최수아의 대사에 답이 있을지 모르겠다. 나만의 비밀이다. 분위기가 미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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