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공항 가는 길 - 마침내 부르는 이름 '최수아!''서도우!'

까칠부 2016. 10. 27. 10:07

시간이 무서운 것은 어느새 익숙한 것들이 낯설어지기 때문이다. 어느새 자기 일이 아니게 되고, 고향은 타지가 되어 있고, 그러고보면 가정도 이전과 같지 않다. 분명 사랑해서 했던 결혼일 게다. 그래서 나름대로 그동안 행복하기도 했을 터다. 친구와도 주위사람들과도 연락을 끊고 낯선 고향으로 돌아간다. 아마도 그곳에서 새로운 시간들이 시작되기를 기대하며.


우연한 오해와 엇갈림이 운명의 두께와 깊이를 더해준다. 간절한 만큼. 애절한 만큼. 그래서 안타까운 만큼. 오히려 자신들은 모르기에 지켜보는 이들의 입장에서 애가 탄다. 어째서 만나지 못할까. 어째서 서로 보지 못할까. 고개만 한 번 돌리면 된다. 문득 멈춰서서 한 번만 돌아볼 수 있으면 된다. 그곳에 그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과 서로 마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도 무심하게 그들은 그저 서로를 스쳐지나기만 한다.


그나마 우연히 짐속에서 찾아낸 메리 이모의 쪽지가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하지만 사실 새로울 것이 없다. 당사자들의 입장에서도 어차피 그동안 엄마 김혜원(장희진 분)의 딸 애니에 대한 섬뜩할 정도로 무심하고 냉혹한 태도들을 보아왔던 터다. 딸이 돌아오지 못하게 아빠가 죽은 사실을 전했다. 아빠가 죽은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면서 결국 딸이 돌아오지 못하게 그 사실을 말했고 딸이 죽는 원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 사실로 인해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미 아내 김혜원과는 헤어지기로 결심했고 헤어지고 나면 남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서도우(이상윤 분)의 말에 답이 있다. 큰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큰 흔들림 없이 견뎌낼 수 있다. 그래도 될 거라는 확신이 있다. 결국은 언젠가 좋아질 것이라는 확실한 기대가 있다. 바로 낙천이고 긍정이다. 지금을, 그리고 내일을 오로지 희망으로 바라보고 기다릴 수 있는 힘이 있다. 하지만 김혜원은 그것이 안된다. 항상 불안과 함께 두려움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어차피 잘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해도 결국 안되고 말 것이다. 서도우와도 결국 헤어지게 될 것이다. 결국 헤어지고 말 사이였을 것이다. 포기가 빠르다. 처음부터 그래서 애니의 일도 솔직하게 서도우에게 털어놓지 못했다. 하지만 서도우는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할 생각도 없다.


박석진(신성록 분)이 과연 어떤 감정을 가지고 송미진(최여진 분)에게 접근하고 있는가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아직까지는 없다. 워낙에 비겁하다. 비겁하다기보다는 묘하게 비틀려 있다.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한다. 분명 송미진에게 호감이 있고 아프다 할 때는 걱정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이성에 대한 것인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럼에도 그런 자신의 행동이 주위에, 무엇보다 자신의 가족들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전혀 생각도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간절한 감정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필사적으로 피하고 도망치려 했던 아내 최수아(김하늘 분)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그래서 부부였던 것일까.


한가로운 제주의 풍광처럼 아무렇지 않은 일상 가운데 사건들은 물밑 소용돌이처럼 조용히 그러나 급하게 전개된다. 보이기만 평온할 뿐이었다. 들끓는 감정은 단지 억지로 눌러놓았을 뿐이었다. 예정되지 않은 순간 갑자기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발견하고 그리고 만난다.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어째서 보고 있는 자신이 벅차오르는 것일까.


사랑해서는 안되기에 사랑은 더 간절한 것이다. 사랑할 수 없기에 사랑은 더 애닲은 것이다. 아프고 안타깝기에 더욱 그들의 사랑은 필연이 된다. 서로의 사랑을 위해 그들이 치러야만 하는 대가들이 역설적으로 그들의 사랑을 가늠하게 한다. 그럼에도 결국 만나고 만다. 만날 듯 만날 듯 결국에 다시 만나고 만다. 만나야 할 사람들이었다. 인정하게 된다.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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