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김과장 - 썩은 물을 흐리는 한 마리 미꾸라지처럼

까칠부 2017. 3. 16. 01:17

그동안 지나치게 자신을 억눌러 온 반동인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세상은 이따위다. 그러니 나도 이따위로 살겠다. 부정과 비리, 횡령은 이 사회에서 상식과 같다. 검찰도, 법원도, 행정부도 모두가 그같은 범죄에 한 발씩 걸치고 있다. 그런데 나 혼자 바르게 산다고 달라지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러나 결국 계기가 주어지니 원래의 본성으로 돌아가게 된다. 싫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화났던 것이었다. 그래서 토라진 채 이따위 나라에는 살지 않겠다. 하지만 희망을 보았다. 그동안 경멸하며 애써 외면해왔던 사람들에게서, 바로 그들을 위해서 없다 여겨왔던 희망을 가져보게 되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면. 더 나은 세상에서 살게 할 수 있다면.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그런 내면의 고민과 판단과 결정의 과정에서 정작 김성룡(남궁민 분) 자신은 사라져 있다는 것이었다.


하긴 그래서 반동이라 하는 것일 게다. 그동안 억눌러왔던 만큼 주체하지 못할 만큼 뻗어 오르는 것일 게다. 이따위 개같은 현실을 자기가 어떻게 해야겠다. 아무도 못하니까 나라도 어떻게 해야겠다. 그런 김성룡이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계기가 된다. 당장 경리부가 김성룡을 돕고 있고, 회계부에서 잠입수사중인 인턴 홍가은(정혜성 분) 역시 그런 김성룡을 위한 충실한 지지자가 되어 있다. 어쩌면 서율이 김성룡을 그토록 싫어하는 이유인지 모른다. 그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서율이 원래 해야만 했던 일이다.


아니 달리 생각할 수 있겠다. 과연 서율이 박현도(박영규 분)의 제안을 받아들여 검사를 그만두고 TQ로 온 것은 단지 개인적인 야망 때문이었는가. 서율의 지시로 김성룡과 조상무(서정연 분)를 납치했던 검찰수사관이 김성룡을 살해하려 한 범인들을 심문해서 그 배후를 밝히려 하고 있었다. 그에 대한 지시를 서율에게 묻고 있었다. 단지 야심을 위해 TQ와 박현도의 범죄에 가담하고는 있지만 아직 남아있는 양심의 힘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감춰져 있는 것은 아닌지.


이과장에게 내부고발을 제안했던 한동훈(정문성 분) 검사의 의도 역시 그래서 거꾸로 의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과장이 내부고발을 하려던 것을 미리 알고 자살을 위장한 것도 수상쩍은데 이번에도 김성룡을 설득하는 자리에 도청기까지 가지고 사람이 뒤에 따라붙어 있었다. 원래 김성룡의 뒤만을 졸졸 따라다니는 감시자인가. 아니면 그 상황에만 한정해서 따라와 듣게 된 것일까.


최고의 엘리트들이 교묘하게 감춘 진실을 찾아내야 한다. 지우고 덜고 숨기고 그렇게 새롭게 만들어낸 자료들 가운데 헛점을 찾아내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홍가은의 정체를 들킨 듯하다. 하긴 너무 어설펐다.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비밀을 들키게 된 홍가은의 몫까지 김성룡과 경리부가 나서서 모두 해결해야만 한다. 어떻게 하면 진실을 밝히고 부정한 회사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인가.


흔히 말한다. 유능하지만 부패했다. 실력은 있는데 도덕적이지 못하다. 후자는 그럭저럭 성립한다. 하지만 그 실력은 개인을 위한 실력이다. 특정한 집단을 위한 실력이다. 보편적인 세계 안에서 그같은 유능함이나 실력은 오히려 집단 전체의 손실로 이어진다. 박현도가 무능한 것이 아니다. 단지 자기 주머니 채우는데만 유능하다. 자기에게 방해가 되는 이들을 치우는데만 실력을 발휘한다. 회사가 썩어간다. 무너져가는 회사를 겨우 회계부정으로 틀어막으려 한다. 회계사들마저 가세한다. 회계감사를 해야 하는 회계사들이 해당기업의 회계부와 개인적인 만남을 갖는다. 부패가 어디로부터 오는가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비로소 김성룡에게도 필요한 지위가 주어졌다. 회계감사에 참여해서 회사의 회계자료를 감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바로 직전 들통난 듯한 홍가은의 정체가 지금으로서 가장 큰 불얀요인이다. 아예 친구같다. 서율과 김성룡의 진짜 대결이 이제 펼쳐진다. 아직까지 공격과 방어만 주고받았다.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