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김성룡(남궁민 분)은 원래 양아치였으니까.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꼽고 유치한 짓거리는 김성룡이 더 빠삭할 터다. 역시 이럴 때는 비속어가 어울린다. 아예 대놓고 약을 팔려 하는데 거기 넘어간다면 그것이 오히려 개연성없을 것이다. 통쾌하다. 아 이 병신새끼들. 원래 이런 맛일 터다.
감사의 허점을 찾아내어 부정을 찾아내려는 김과장과 그것을 어떻게든 앞서 차단하려는 서율(준호 분)의 머리싸움이 치열하다. 감사자료에 없는 부분을 파고들려는 김과장의 의도를 눈치채고 먼저 김과장과 회계부가 실사하고 돌아간 창고와 부동산등을 정리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쏟아붓는다.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여기에 회계부에서 홍가은(정혜성 분)의 정체까지 눈치챘다. 홍가은이 전해주는 자료는 믿을 수 없다. 자칫 김성룡이 저들이 파놓은 함정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아니나 다를까 홍가은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는 순간 보안실 직원들이 들이닥치며 김성룡을 억류하려 한다. 위험하다. 그러나 그마저 김성룡이 파놓은 함정이었다.
단순히 김성룡 개인의 의지나 역량에 의한 것이 아니다. 정작 김성룡이 조상무(서정은 분)와 고만근(정석용 분)의 앞에서 징계를 위한 심사를 받는 동안 가장 중요한 증거를 확보한 것은 회계부였고, 특히 윤하경(남상미 분)였다. 김성룡은 정작 조상무와 고만근 부장을 곤란한 상황에 몰아넣기는 했지만 감사를 뒤집을 결정적인 증거까지 확보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마저도 김성룡 이전에 경리부 과장이었던 이과장이 몰래 숨겨둔 것을 찾아낸 것이었다. 어느 한 개인이 아니다. 회사를 바로잡고 불의를 응징하기 위한 다수의 의지가 김성룡을 계기로 마침내 현실화된 것이었다.
머리싸움은 치열했다. 혹시나 당하는 것은 아닐까. 약은 김성룡에게만 판 것이 아니었다. 설마 이런 뻔한 속임수에 김성룡이 당하겠는가. 하지만 홍가은의 정체를 들킨 것을 김성룡은 아직 모르고 있다. 또다시 답답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걱정했는데 아니나다를까 김성룡 역시 그렇게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박명석(동하 분)의 쪽팔리다는 말이 참 인상적이다. 젊은 세대에서 기성세대를 두고 흔히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촌스럽다. 유치하다. 쪽팔리다. 나쁘다는 게 아니다. 아무리 악당이더라도 최소한 지켜야 할 선은 지키며 나쁜 짓도 하라는 것이다. 나쁜 짓을 해서가 아니라 그 하는 꼬락서니가 너무 한심해서. 가장 신랄한 비판이 아닐까.
엎치락뒤치락 머리싸움에 음모와 음모가 겹치다가 결국 코미디답게 웃으며 가볍게 상황을 마무리짓는다. 코미디라 다행이다. 정극이었다면 꽤나 심각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개연성의 문제가 걸릴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건 그리 중요하지 않으니까. 한 방 제대로 돌려준다. 김성룡이 아니라 경리부가. 아직은 자기가 다니는 직장의 정의를 지키고 싶은 평범한 마음들이. 보통사람들이 지키는 정의인 것이다.
바로 이런 것이 자신이 바라던 출세인가. 자신이 검사라는 자리와 신념까지 저버리고 선택한 성공의 길인가. 박현도(박영규 분)가 서율을 불신하기 시작한다. 서율 역시 박현도가 자기를 대하는 태도를 알아차린다. 또 어떤 변수가 되어줄까. 웃기는데 계속 무거워진다. 진지해진다. 그래서 더 마음놓고 웃을 수 있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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