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무신론자라 영혼이니 사후세계니 하는 것들을 그다지 믿지 않는다. 믿지 않는다기보다는 무관심하다는 표현이 더 옳을지 모르겠다. 인간의 인지로 신의 존재를 알 수 없듯 현실에 존재하는 인간이 죽은 이후에 대해 알 수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죽고 나면 어떤지 알 수 있겠지.
하지만 쭈그리와 꼬맹이를 그렇게 떠나보내고 나 역시 영혼과 사후세계에 대해 믿고 싶은 - 그보다는 어느새 당연하게 그런 것들이 존재하는 양 행동하는 자신을 깨닫게 되었다. 쭈그리와 꼬맹이에게 영혼이 있다면. 그래서 사후세계에서 녀석들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아니 지금 이 순간에도 녀석들이 어디엔가 영혼으로나마 존재하고 있다면. 짐짓 녀석들에게 로또 당첨을 부탁하며 투덜거리는 것도 그렇게라도 녀석들의 존재를 느끼고 싶은 욕심이었다. 실제 녀석들이 어딘가 있다면 녀석들과 잠시라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처음에는 쭈그리를 조금 떨어진 모락산터널에다 뿌려주려 생각했었다. 우연히 운동삼아 뒷산을 오르다가 찾은 곳인데 볕도 좋고 바람도 좋고 사람도 제법 많아서 쭈그리한테 딱인 것 같았다. 하지만 꼬맹이는 워낙 사람을 가리니까. 나 말고 누구에게도 마음을 연 적이 없었다. 두려워하고 꺼려했다. 그런데 사람 많은 곳에 뿌려주면 녀석이 좋아할까? 무엇보다 항상 내 곁에 찰싹 달라붙어서 나만을 바라보던 녀석인데. 아무래도 가까운 곳에 내가 가기 쉬운 곳에 녀석을 뿌려줘야겠다. 그리고 두 녀석은 처음 올 때도 함께였으니 갈 때도 함께여야겠다. 그래서 지금 녀석들을 보낼 곳을 새로 궁리중이다.
원래 겨울을 앞두고 떠난 바람에 쭈그리도 봄이 오고 볕이 좋아지면 5월 쯤 녀석이 처음 내게 왔을 그 무렵에 다시 보내주려 했었다. 그런데 가만 따져보니 꼬맹이도 그때쯤이면 49재가 된다. 고양이에게 무슨 49재인가 싶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이 그런 게 아니니까. 그만큼 더 오래 가까이 두고 싶고 더 오래 함께하고 싶다. 괜한 욕심인 것을 알기에 보내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더 오래 같이 있고 싶다. 진짜 처음에는 녀석들의 유골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가 나 죽으면 내 뼈와 함께 납골묘든 어디든 넣어달라 부탁하려 했었는데.
아직도 몸이 많이 아프다. 감기인 듯 몸살인 듯 여전히 컨디션은 바닥이다.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더 몸이 피곤해지고 있다. 미세먼지도 심한데. 핑계삼아 녀석들 만나러 가면서 매일 운동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산이 가까워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강에 뿌릴까 했는데 그러면 너무 멀어진다. 언제든 만나고 싶으면 찾아가서 만날 수 있는 그런 곳이기를 바란다. 욕심이다. 그렇게도 나는 아직 녀석들을 놓지 못하고 있다.
어째서 사람들은 영혼이니 사후세계니 하는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을 상상해냈을까? 실재해서가 아니라 실재한다 믿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실제 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신이라도 있어야 했던 절박함은 아니었을까? 여전히 영혼따위는 없다 여기고 있지만. 마지막으로 로또 1등이나 한 번 해주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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