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슬퍼하고 아파아하는 자기애에 대해

까칠부 2017. 5. 17. 03:33

빗소리처럼 슬퍼하는 자신을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 슬퍼하고 기뻐하고 화내고 감탄하는 모든 순간의 감정을 느끼는 것을 무척 즐기는 편이다. 그래서 애써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않는다.


쉬운 길이 있음을 안다. 잊으려면 잊을 수 있다. 무덤덤하게 넘어가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그럴 수 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일부러 그러지 않는다. 일부러 더 슬퍼하고 더 아파하고 더 그리워하면서 그런 자신에게 만족한다. 그만큼 사랑했고 그만큼 의지하고 있었다.


아직 마음에 여유가 그다지 없다. 내가 리뷰쓰는 스타일이 대상에 깊숙이 이입해서 내면화하여 느끼며 쓰는 것이다. 그런데 여유가 없으니 그저 피상적으로 겉에서만 보게 된다. 아무 노력없이 당장의 느낌에서 더이상 넘어가지 못한다. 하필 또 최근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기도 하다.


벌써 내일이다. 답사까지 갔다 왔다. 역시 볕 좋고 바람 좋은 곳은 죄다 사람무덤이 차지하고 있다. 뭔놈의 조그만 뒷산인데 여기저기 사람 무덤이 그리 많은 것인지. 그 사이 더 늘어난 것 같다.


바깥구경 좋아하는 쭈그리를 위해서는 산아래가 보여야 하고, 사람을 거리는 꼬맹이를 위해서는 사람이 잘 다니지 않아야 하고. 무엇보다 집에서 가까워야 한다. 내가 자주 보러 갈 수 있게.


그새 49일이 지났다. 하필 죽은 것이 수요일이라. 쭈그리도 아마 월요일이었던 듯하다. 7개월을 넘어 8개월에 다가간다. 지금 느끼는 감정도 소중하다. 나는 그만큼 꼬맹이를 좋아했었다.


타격이 크다. 진짜 녀석 살릴수만 있으면 내 명의로 된 아파트도 넘길 수 있었는데. 더구나 안락사를 결정한 것도 나 자신이었다. 그래도 쭈꾸미가 곁에 남아잇어 견딜 수 있다. 언젠가는 나아질테지.


순수를 동경한다. 아이처럼 마음껏 소리내어 울 수 있기를. 떼쓰며 바닥을 뒹굴 수 있기를. 갈수록 어려워진다.이성은 쉽게 거짓말을 한다. 단순한 삶이 아름다울 수 있다.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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