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의 발전도 좋지만 아는 이름을 전혀 낯선 얼굴로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은 언제나 당혹스럽기만 하다. 처음에는 누구인가 싶었다. 어디서 보기는 한 것 같은데 도무지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신인이라기에는 나이가 있어 보이니 연극이나 독립영화 쪽에서 새롭게 캐스팅한 얼굴일까? 그나마 그렇게 크게 좋아한 배우는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오다가다 어쩌다 한 번 보게 되는 배우라 위화감도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너무 당혹스러웠다. 설마 저 못된 검사 최조혜를 연기하는 배우가 그 김정은이었다니.
물론 대중의 관심과 사랑이 목마른 연예인으로써 대중이 좋아할만한 모습으로 자신을 가꾸고 바꾸고 싶은 욕심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기왕이면 더 멋지게, 더 아름답게, 더 젊고, 더 섹시하고, 더 건강하게. 스타란 대중이 우러르는 존재여야 한다. 다만 하나라도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은 차원이 다른 감동을 대중이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대중의 우상으로서 스타에게 부여된 의무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세월이 지나 전과 같은 아름다움과 젊음을 보여줄 수 없게 되었을 때도, 그러나 자신은 세월을 거슬러서라도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문제는 아무리 의학이 발전했어도 아직 완전하지는 못하다는 점이다. 그 부족함과 아쉬움이 바람과의 괴리를 만들어낸다.
솔직히 드라마 자체는 아직까지 특별하다 싶은 부분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나마 정재영(장득천 역)의 짜증날 정도로 질척거리는 현실의 생활연기에 눈길이 가기는 했었다. 사람이 착하게 산다는 게 그저 마음만 착하게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착하게 살아야 하기 때문에 더 독하고 더 악해져야만 한다. 개인의 인연도 인정도 전혀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처음의 결심만을 올곧게 지킬 수 있어야 한다. 당장 하나 있는 딸부터 살려야 하는데 약값도 막대한 병원비도 아쉬운 박봉의 형사가 얼마나 현실의 유혹들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역사에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심지어 자식과 부모조차 돌보지 않는 인간같지 않은 이들이 선인으로서 기록되고 있기도 하다. 어째서 인간은 타락하고 쉽게 악에 물들고 마는가. 다정하니까. 정에 이끌리니까.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가는 한 회 더 지켜봐야만 한다. 물론 홈페이지 가보면 앞으로 어떻게 내용이 전개될지 대충은 다 알 수 있다. 예고편만 보더라도 내일의 내용이 어떻게 이어질지 약간의 낚시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래서는 재미없으니까. 굳이 드라마를 나누어 방영하는 것은 나뉜 내용이 하나의 단위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방영했으므로 여기까지 봤다. 여기까지 방영되었으므로 여기까지 이해했다. 그러니까 사전정보와 상관없이 내일은 오늘에 이어 어떤 내용이 방영되겠는가.
그래서 가장 큰 충격이 다름아닌 김정은이었다. 김정은이 처음은 아니었다. 한때 무척 좋아했던 배우였는데 정작 출연한 사실을 알았어도 누구로 출연했는가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발성까지 달라졌다. 표정까지 어색해졌다. 마치 그동안 팬으로서 좋아한 시간들을 철저히 배신당한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자연스럽게 그동안 팬으로서 스타로서 함께 해 온 시간들 만큼 함께 세월에 자신을 맡겨가는 모습이란 너무 지나친 기대인 것일까. 다만 어휘를 고르며 쓰느라 몇 배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고 있다. 큰 불만이다. 당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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