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봐도 살인범을 잡자는 드라마가 아니다. 그보다는 살인범을 잡는 과정을 통해 검찰과 경찰의 부조리와 모순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여전히 강압과 회유와 조작을 통해 살인범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다. 아직까지 검찰과 경찰은 불법을 저지르고도 그것을 합법으로 만들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일단 검찰과 경찰의 발표라면 사람들은 믿어 버리고 만다.
단지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 혹은 자신의 신분이거나, 혹은 명예이거나, 절박한 무엇을 위한 것이었다. 살인범이 잡히지 않았으면 만들면 된다. 당장이라도 살인범을 잡아야 한다면 어떻게든 만들어내면 된다. 검찰이 먼저 분위기를 띄우면 경찰이 뒤따라 행동을 맡는다. 그리고 그 위에 누군가 있다. 검사장인 이창준(유재명 분)과 경찰서장인 김우균(최병모 분)이 하나가 되어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그 가운데 있었다. 서동재(이준혁 분)은 비록 혼자 움직이지만 이창준의 손발이나 다름없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같은 검찰과 경찰의 의도에 훌륭히 놀아나서 일선형사들과 언론을 그대로 사실을 만들기에 급급하다.
피의자로 몰린 박경완(장성범 분)의 절망이 그대로 느껴진다. 아무도 없었다. 도움을 청하고 하다못해 의견이라도 물을 수 있는 한 사람이 그곳에 없었다. 오로지 혼자서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검사의 협박과 회유에 맞서야 한다. 견뎌내야 한다. 어째서 법은 피의자를 신문할 때 변호인을 입회토록 정하고 있는가. 그런 식으로 검찰과 경찰의 압력에 못이겨, 심지어 고문까지 당하고 자기가 짓지도 않은 죄를 자백한 이가 그동안에도 적지 않았었다. 심지어 그 가운데는 사형판결을 받고 형장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마저 있었다. 어떤 식으로 검찰은, 그리고 경찰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한을 이용해서 무고한 이들을 범인으로 만들어 왔는가.
한 편으로 박경완을 용의자로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부패한 군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나라가 필요해서 징집한 자원이었다. 나라의 방위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무려 2년이라는 시간을 강제로 징발하여 동원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보직 또한 군의 공적인 업무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골프가 주특기라는 이유만으로 사단장 개인의 유희를 위한 골프병이 되고 있었다. 기록상으로는 군의 주요보직인 운전병이지만 실상은 사단장 내외를 위해 골프강습을 하는 개인교사였다. 내가 군복무할 때도 그런 사례를 수도 없이 들었었다. 필요해서 징집한 것은 국가인데 정작 사용하는 것은 지휘관의 개인적 목적을 위한 것이다. 서동재의 말처럼 사병이다. 그리고 그런 사실이 드러난 상태에서도 군에 대한 처벌은 오로지 검찰과 별개의 군검찰에서 담당한다. 나라의 법이고 정의일 텐데 소속에 따라 담당이 다르다.
김가영을 살해하려 시도한 범인이 간호사가 김가영의 병실을 찾았을 당시 병원 복도를 걷던 사람이라면 용의저는 확실히 특정될 수 있다. 위독한 상태의 김가영의 생명을 이어주던 유지장치를 제거하고 호흡기를 막아 질식시키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벌써부터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혹시나 함정은 아니겠는가. 막상 이창준은 아닐 것이라 마음놓던 순간 증거를 인멸하듯 노트북에 기록된 파일들을 삭제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었다. 힘이 없을 때는 인맥이지만 어느 정도 지위가 높아지면 족쇄가 되고 지금의 위치까지 오르고 나면 치부가 된다. 그 치부를 잘라내겠다. 결코 정의로운 순리를 따르는 방법은 아니었을 터다.
몇 번의 페이크를 넣는다. 영은수(신혜선 분)가 서동재의 방을 뒤지고, 영은수를 다그치는 서동재를 황시목(조승우 분)가 말리고, 서동재가 숨겨두었던 김가영의 핸드폰을 찾아 검찰청을 나서고, 한여진이 서동재에게 미행을 들킨 순간 동료 장건(최재웅 분)이 황시목의 부탁을 받고 숨어서 미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그렇게 강물속에서 찾아낸 핸드폰마저 사실은 위장이었다. 그마저도 황시목이 미리 예측하고 함정을 파놓고 있었다. 영은수까지 황시목의 작전에 동원된다. 설마 강물에서 건진 핸드폰이 사건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인가. 하지만 사실은 서동재의 품속에서 조작된 살인사건의 증거로 현장에 남겨질 것이었다. 뻔히 예상한 장면이었음에도 숨어있다가 핸드폰의 플래시를 켜고 녹화하며 등장하는 황시목의 모습은 짜릿할 정도였다.
서동재의 건의대로 죽은 박무성의 아들 박경완을 범인으로 몰기 위해 군장성인 사단장마저 소환한 상태에서 이창준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서동재를 잡기 위한 덫이었는지 모른다. 자신의 치부를 도려낸다. 자신을 옭죄고 있는 족쇄를 풀어낸다. 그리고 하필 그 순간 서동재는 황시목의 함정에 걸려 이창준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이창준이 모든 것을 시켰다. 자기는 단지 따랐을 뿐이다.
자신의 감정이 무척 낯설다. 머리로는 알지만, 어쩌면 기억에는 있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스스로 느끼지 못한다. 한여진은 자꾸만 잊고 있던 감정을 일깨우게 만드는 존재다. 그렇다고 로맨스같은 것은 아니다. 프로사이의 서로에 대한 인정과 신뢰에 가까운 것이다. 진짜 범인을 잡기 위해 검찰도 경찰도 상관없이 그들만으로 수사에 나선다. 한여진이 그린 황시목의 캐리커처가 귀엽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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