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비밀의 숲 - 인간 황시목을 위한 계기,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다

까칠부 2017. 7. 9. 03:29

원래 드라마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나는 표면에 드러난 것으로 검사 황시목(조승우 분)이 살인사건의 진범을 쫓으면서 연관된 검찰을 비롯한 사회상층부의 부정과 비리를 밝혀내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면에 숨은 것으로 인간 황시목 개인의 구원에 대한 것이었다. 


물론 아직 황시목의 과거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단정지어 말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다. 하지만 어쩌면 이번주 방영분은 이 가운데 후자를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격리한 황시목에게 세상과 다시 만나는 통로를 열어준다.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기 위한 계기일지 모른다. 그렇게 세상과 벽을 쌓으며 살아갈 필요는 없다.


모두를 의심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사회의 법과 정의를 지키는 검사가 되어서 정작 그가 본 것은 부패하고 타락한 법의 수호자들이었다. 개인은 당당히 부정을 저지르고 조직은 그것을 모른 척 눈감아주고 있었다. 그런 암묵적 관행 속에 오히려 법과 정의를 지키려 했던 황시목만 궁지로 내몰리고 있었다. 누군가 검찰 내부에서 자신의 과거를 쫓는 이들이 있었다. 자신이 보는 앞에서 휘하의 수사관 김호섭이 서동재(이준혁 분)로부터 돈봉투를 건네받고 있었다. 자신이 전학가고 그 뒤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이인데 우연히 한 번 마주치고는 그것을 계기로 지나칠 정도로 자주 어울리게 되었다. 어떤 감춰진 의도가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강원철 부장검사(박성근 분)로부터 지시를 받고 자신의 뒷조사를 한 사실을 윤과장(이규형 분)이 먼저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었다. 서동재로부터 돈봉투를 받는 장면을 목격했던 김호섭 계장 역시 억지로 쥐어준 돈을 다시 돌려주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수사비에 보태고 있었을 뿐이었다. 여전히 그 의도를 의심하며 거리를 두고 있던 영은수(신혜선 분)로부터는 자고 있는데 빌려준 옷을 덮어주는 호의를 경험했다. 바로 직전 매몰찬 말로 황시목은 다시 한 번 영은수를 밀어내고 있었다. 인간은 과연 악한가? 인간은 과연 믿을 수 없는 존재인가? 그 의문은 그가 일차적으로 노리고 있는 이창준(유재명 분)의 베일에 싸인 진실까지 닿고 있다.


하필 황시목이었다. 검사동일체고 뭐고 아무때고 기회만 생기면 같은 검사를 고발하고 검찰이라는 조직을 들쑤시려 노리는 황시목을 비상상황에 특임검사로 임명한 것이었다. 검사장인 이창준의 추천이었다. 마지막 사명이라고도 말하고 있었다. 반드시 마지막에는 황시목을 검찰 그 자체를 수사할 수 있는 자리에 올려놓아야 했었다. 과연 이창준은 무엇을 감추고 어떤 의도를 숨기고 있는 것인가? 배후에 버티고 있는 한조그룹의 회장 이윤범(이경영 분)에게 이르기 전에 먼저 이창준의 진실부터 넘어서야만 한다.


비로소 시작이다. 그동안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 번번히 수사가 좌절되어야 했었다. 애써 진실을 밝히고서도 묻히기 일쑤였었다. 이제 전권을 가지고 검찰 그 자체를 수사할 수 있게 되었다. 검찰 내부를 통해 외부의 더 큰 배후마저 노릴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황시목의 손발이 되고 그의 의지를 대신해 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특임검사팀을 이루게 되었다. 검찰총장이 부여한 권한으로 가장 먼저 서동재를, 그리고 서동재 뒤에 있는 누군가를,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뒤에 있는 진짜 배후까지 잡아내야 한다. 


물론 쉽지는 않다. 그리 쉬웠다면 벌써 오래전에 누군가 수사해서 모든 진실을 밝혀낸 뒤였을 것이다. 후반부다.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한 팀플레이를 통해서 어쩌면 황시목은 개인에 있어서도 무언가 중요한 변화를 맞게 되지는 않을까. 벌써 한여진과 어울리며 일깨우기 시작한 그의 또다른 진실에 새삼스럽게 세상에 드러나며 그를 성장체 만들지 않을까. 과거의 기억에 얽매여 있던 자신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진실과 더불어 그가 마주하게 될 세상의 모습이다. 아마도.


영은수의 아버지 전장관 영일재(이호재 분) 역시 그저 제자에게 배신당하고 세상을 등진 초라한 모습과 전혀 거리가 멀어 보였다. 과거 무언가 이창준과 거래를 했었던 듯하다. 이창준을 향해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는다. 과연 이창준은 살인사건들과 전혀 무관한 것일까? 영일재가 이창준과 그 뒤에 있는 이윤범과 거래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사건은 다시 오리무중으로 빠진다. 다만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것은 분명하다.


미묘한 감정이 엿보인다. 확실히 드라마는 드라마다. 황시목이나, 한여진이나, 영은수나, 그러나 그것이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 그런 감정인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 감질거리는 느낌이 더 보는 이를 안달나게 만든다. 이야기의 끝에 만나게 될 황시목의 진실까지 더해지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아주 흥미롭다.